월간복지동향 2003 2003-08-12   1018

최저주거기준 법제화와 향후 과제

최저주거기준 법제화

2003년 6월 30일 드디어 최저주거기준이 포함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최저주거기준은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준거기준으로, 우리 나라도 이미 2000년에 건설교통부가 설정 고시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법적 근거 없이 고시되었던 최저주거기준은 이후 아무런 후속조치들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주택정책에도 전혀 활용되지 못한 채 사실상 선언적인 기준에 불과하였다. 시민사회단체가 최저주거기준을 법제화하지 않더라고 충분히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제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도 바로 법적 근거가 없는 최저주거기준은 현실적으로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하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최저주거기준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법제화되었다.

이제부터 우리의 과제는 최저주거기준이 주거복지정책의 실질적인 지표로 활용되도록 독려해야 하고, 또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를 감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또한 최저주거기준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실 최저주거기준 미달의 문제는 열악한 환경의 좁은 주택에 가난한 사람들이 밀집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주택문제와 빈곤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특정 대책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최저주거기준 미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 하에 단계별로, 주택 및 복지정책 등의 차원에서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결국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에 따른 향후 과제는 단계별 종합대책의 수립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단계별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전에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있다. 최저주거기준 자체에 대한 검토와 주거실태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최저주거기준이란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주거 수준을 말한다. 나라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이 최저주거기준을 제도화하여 운용하고 있고, 또한 주거복지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 건설교통부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해소”를 통한 주거수준의 질적 향상이라는 주택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최저주거기준을 고시하였다.

건설교통부 고시 최저주거기준 (건설교통부 고시 제2000-260호).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최저주거기준은 면적기준, 시설기준, 그리고 구조 성능 환경기준 등의 세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적 기준은 가구원 수 및 가구 구성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침실 수를 제시하고, 침실·부엌·화장실·현관·수납공간 등을 합한 총 주거면적을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4인 가구의 경우 3개의 침실과 식사실 겸 부엌이 있어야 하며, 주거면적은 최소 11.2평으로 정해두고 있다.

시설기준으로는 침실, 부엌, 화장실 등 주거 및 부대시설 설치기준을 두고 있는데, 침실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부부침실을 확보하고, 만5세 초과 자녀의 침실은 부부침실과 분리되어야 한다. 만8세 이상 이성 자녀의 침실과 노부모 침실은 부부침실과 별도로 확보해야 하며, 또한 상수도 또는 수질이 양호한 지하수 이용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전용부엌과 전용화장실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구조 성능 환경 기준은 영구 건물로서 구조강도가 확보되고 주요 구조부의 재질은 내열, 내화, 방열, 방습에 양호한 재질이어야 하며, 다음으로 적절한 방음·환기·채광·냉방·난방 설비를 갖추는 한편, 소음·진동·악취·대기오염 등 환경요소가 법정기준에 적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저주거기준은 세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적용대상에 따라 입주가구의 점유공간에 관한 기준과 주택에 대한 기준으로 구분된다. 이것은 결국 최저주거기준을 기초로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점유공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대책과 최소한의 주택기준도 갖추지 못한 주택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기존 최저주거기준의 검토

앞으로 최저주거기준을 주거복지정책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최저주거기준 각각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고시된 최저주거기준은 면적, 시설, 구조·성능·환경 등 세 가지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문별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이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물리적 상태에 대한 기준인 구조·성능·환경기준은 “양호한”, “적절한”과 같이 애매하게 규정하고 있어 실제 주택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방음·환기·채광 등은 적절한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그리고 소음·진동·악취·대기오염 등 환경요소는 법정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주거용 공간에 대한 이들 환경요소의 법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기준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 동안 우리 나라의 노후불량주택은 건축허가를 받은 주택이냐 무허가주택이냐 하는 건축허가 여부에 따라 결정되었고, 주택의 구조나 성능, 그리고 환경은 거주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였다. 그 결과 건축허가를 받은 일반주택 중에 방음·환기·채광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주택들이 많고, 또 실제로 사람이 거주해서는 안되고 폐쇄되어 마땅한 곳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버젓이 주거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 이런 곳을 정상적인 주거공간으로 인정하여 주택 한 호(戶)로 계산되고 있다. 하루종일 햇볕이 들지 않고, 늘 축축한 지하나 반지하 주거공간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과거의 무허가불량주택과는 달리 주택공급 확대정책에 따라 발생한 불량주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구조·성능·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주거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주택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나, 현재 최저주거기준에는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보완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방재에 대한 사항도 주거기준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침수나 화재와 같은 재난을 예방하고 유사시에는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여 최저주거기준에 포함하는 문제도 고려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면적기준도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주거실태조사 실시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로서 국민 주거수준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와 최저주거기준 이하 주택은 침실 수와 시설을 기준으로 한 미달가구와 전용부엌 및 전용화장실 미확보 주택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이 기준만 적용하더라도 2000년 현재 시설기준 미달가구는 전체가구의 23.1%인 330만 가구에 이르고 있어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주거수준이 얼마나 낮은 지를 잘 알 수 있다.

최저주거기준을 국민주거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반적인 주거실태 특히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와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부적절한 주택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즉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와 기준 이하 주택의 규모, 유형, 분포 등의 조사 및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주거실태조사 체계를 구축하고, 조사결과를 주거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주거실태조사 결과는 주거복지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상세한 부분까지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경우 주거비 부담능력이 확인되어야만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며, 주택 또한 주택 상태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통해 재정비가 필요한 주택인지 아니면 개 보수를 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사항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정성적인 부분까지도 함께 조사되어야 한다.

한편 조사방법은 인구주택총조사에 최저주거기준 관련 항목을 추가하여 조사하는 방안과 인구주택총조사와는 별도로 최저주거기준 미달여부, 가구별 부담능력, 주택상태 등을 중심으로 한 주거실태조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조사의 성격이나 시기를 고려한다면 인구주택총조사에 포함하기 보다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별도의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과제

최근 우리 나라는 주택정책에 있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주택건설촉진법이 주택법으로 개정되었고, 또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앞으로 우리 나라의 주택정책이 주거복지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며, 특히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는 제도적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최저주거기준을 주거복지정책을 위한 주요 지표이자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저주거기준 자체에 대한 검토·보완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및 주택의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 작업이 우선 실시되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의 활용방안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당장 대안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기보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저주거기준이 효과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행정이 서로 협력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런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단체와 행정의 “창조적 긴장관계”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홍인옥 / 한국도시연구소 연구부장, inoc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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