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7-01   2307

최저생계비의 현실과 계측의 의미

최저생계비의 현실과 계측의 의미

남 기 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각별한 최저생계비의 의미

올해는 최저생계비 실계측이 있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생계비가 가지는 의미가 다른 나라와 달리 그 비중이 각별하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전체 사회복지체계에서 공공부조가 가지는 과부하와 관련된다. 어느 나라건 빈곤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공공부조에의 의존성이 심하다. 즉, 사회보험이나 수당 등 다른 빈곤정책이 취약하다. 공공부조 이전에 작동해야 할 사회보험이나 보편적 수당 등과 같은 ‘일차적 안전망’의 기제가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공공부조가 최후의 안전망이면서 거의 유일한 안전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부조 제도의 특성상 자산조사(means test)가 주요한 적용의 기준이 되고, 이 기준이 되는 행정적 의미의 빈곤선(poverty line)으로 ‘최저생계비’가 활용된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공공부조의 의미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중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의 최저생계비는 그 의미가 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로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는 법적으로 공식성을 가지는 빈곤선이면서 급여대상 선정기준이자 급여의 기준선의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법에 의해 발표되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에 소요되는 비용’인 최저생계비 미만인 소득을 가진 사람들을 기본적인 대상으로 급여를 제공한다. 현재 최저생계비가 중요한 논란거리가 되는 이유는 법적으로 발표되는 최저생계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대상자의 선정 기준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급여의 기준선(실제 소득과 최저생계비의 차액만큼을 지급하는 보충급여의 원리에 의해)이 되기 때문이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최저생계비 = 수급자 선정기준선 = 공공부조 급여 기준선”라는 등식이 주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다른 나라의 공공부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빈곤선 등을 보통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빈곤율 등을 추산하는 기본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 선이 급여제공의 기준선이 되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상 빈곤선(최저생계비)이 행정적으로 수급자 선정기준이 되고 더욱이 이 선보다 낮을 경우 이 선까지 소득을 보충해주는 식의 일치성을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 공공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고유한 특성이라 할 것이다. 최저생계비의 결정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공부조 예산’의 기본적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최저생계비가 어떤 수준으로 결정되는가 하는 점은 급여 대상자의 선정과 급여 수준에서 핵심적인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해 빈곤선인 최저생계비 자체가 정치적인 고려 속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빈곤선(최저생계비)을 급여선 즉, 수급자 선정기준선이나 급여 기준선과 자동 연결되지 않도록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즉,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위한 비용’으로 산정하여 정책적 목표나 전략을 위한 이론적 개념으로 측정하되, 공공부조의 급여선은 따로 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분리가 최저생계비 현실화(된 상승)의 방안이 되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혹은 대폭적인 상승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 진영에서도 빈곤선과 급여선의 분리는 비록 최저생계비 상승을 위해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기본골간이 되는 측면을 와해시키는 것이 되므로 일반적인 동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표명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한 국민 누구에게든 최저생계비 수준에 이르는 보충적 급여를 제공한다’는 상징성 있는 기본틀을 훼손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최저생계비 수준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해마다 쟁점이 되고 있지만 특히 지난 2004년 참여연대가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행사를 통해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더욱 부각된 바 있다. 2004년이 최저생계비 실계측년도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계측년도에는 전물량 방식의 계측을 통해 절대빈곤선으로 규정되고, 비계측년도에는 계측년도에 결정된 최저생계비를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최저생계비 관련의 가장 대표적인 쟁점은 절대빈곤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빈곤 방식 등을 도입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사실상의 의미는 최저생계비 수준을 계속 억제할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이 담보되도록 상승하게 할 것인가와 관련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는 <그림 1>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유추될 수 있는 것처럼 절대빈곤보다도 지속적으로 상대빈곤의 심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90년대 이후 빈곤률 추이 – 생략

계측년도에 전물량 방식의 활용에서 보수적인 계측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비계측년도에는 물가상승률에 기반하여 3% 씩의 상승만이 이루어지다 보니 여기에는 정부정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예산관련 부처와 보수적인 진영의 최저생계비 인상억제 노력이 기본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나 산하 전문위원회 회의록의 공개내용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저생계비는 사회의 보편적인 삶의 질과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다.

<표 1> 최저생계비의 수준 변화 양상 – 생략

실계측년도이었던 1999년과 2004년 사이에 4인 가구 기준으로 살펴볼 때, 최저생계비가 평균소득 대비로는 38.2%에서 31.9%로 수준이 하락하였고, 중위소득 대비로는 44.0%에서 37.3%로 하락하였다. 이는 가계지출이나 소비지출의 어느 기준으로 비교해보아도 적어도 7% 포인트 이상씩의 비중하락을 보이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단적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중위소득(혹은 평균소득)의 일정비율을 최저생계비로 하는 상대빈곤 방식을 도입하여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어느 정도 확보하려는 주장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최저생계비 계측을 위한 행정적 비용 절감의 부수적 효과도 있다.

반대로 절대빈곤선 방식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저생계비를 상대적 수준으로 규정하는 것의 자의성 문제 이에 대해서는 절대빈곤선의 결정에서도 포함되는 품목과 그 가치의 판단 등에서는 자의성이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의성이나 객관성 등 과학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나 실제 정책의 기준선을 상대적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의 부담을 제기하곤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이면에는 상대빈곤선을 채택할 경우 최저생계비가 절대빈곤선 방식보다 장기적으로는 높아지게 될 것에 대한 고려가 기반이 되고 있다.

2006년 현재 상대빈곤선 도입은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 지속적인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및 전문위원회 등 최저생계비 결정의 책임이 있는 단위들에서 논의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예산부처나 보수진영에서는 상대빈곤선 도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와 관련하여 다른 쟁점으로는 그 계측주기도 많이 부각되었다. 비계측년도에 반복적으로 3%에 국한된 상승이 최저생계비 수준을 실질적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주기단축 요구가 나타났고 이러한 요구는 제도 시행 초기 5년을 계측주기로 하였던 것이 3년 주기로 단축되는 법 개정을 가져왔다.

또한 지역별, 가구특성별 최저생계비의 논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나는 실제 생계비와 무관하게 중소도시 기준으로 일원화되어 있는 점, 가구원의 독특한 특성(예를 들어 장애인 포함 가구 등)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그 최저생계비 수준을 다양화하여야 한다는(실제적으로는 추가적인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역구분과 관련해서는 여러 단위의 논의 속에서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으로의 지역구별을 통해 주거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계비를 필요로 하는 추가소요를 반영하고자 하고 있다. 아직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가구특성별 최저생계비 추가소요에 대한 문제의식도 비등한 상황이다.

최저생계비 계측의 의미와 과제

사실상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체계가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그 가장 많은 비판은 공공부조 체계가 너무 큰 하중을 받고 있다는 전근대적 사회안전망 체계의 특징에 초점이 두어진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혹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축소논리의 근거로 사회보장 예산 중 너무 큰 공공부조 예산 비중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의 공공부조와 다른 서구 선진국의 그것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빈곤문제에 대해 다른 수당이나 사회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의 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층에 대한 복지체계의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최저생계비’는 공공부조 급여, 그리고 관련되는 많은 공공 사회복지서비스급여(심지어는 민간의 사회복지서비스 급여에 있어서도)의 기준선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복지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공공부조 하중을 덜 수 있는 다른 제도들의 노력이 실효성을 보일 때까지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우리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클라이언트들의 복지수준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계에 중요한 할 일을 제기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수준 저하를 막는 것이다. 특히 이는 최저생계비 실계측년도인 올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올해의 실계측 과정에서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 저하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보다도 최저생계비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계측년도의 전물량방식, 비계측년도의 물가인상률 반영’으로는 도저히 최저생계비 수준과 공공부조 대상자 생활수준의 하락을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 계측업무와 연구를 담당해왔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최저생계비 계측대안 모색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전물량 방식의 최저생계비 계측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에서는 ‘최저생계비 계측방법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고 있지만 반물량 방식의 식품비 비율적용 방식을 보다 나은 대안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같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향후 양극화 해소나 상대적 빈곤 퇴치에 정책적인 무게중심을 둔다면 상대적 빈곤선의 상대적 비율방식을 채택해야 함을 제기하고 있다.

상대빈곤선의 채택, 혹은 적어도 상대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 등을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에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의 일정 비율(혹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곧장 어렵다면 전물량방식으로 실계측한 최저생계비가 전체 소득분포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위치를 결정하여 이 위치를 나타내는 비율로 결정)을 최저생계비로 삼을 수 있다. 이를 기존 방식에 비해 객관성이 약하다고 폄하할 근거는 없다. 이는 일본,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최저생계비의 수준이 낮아질 때 발생하는 클라이언트의 사회적 고통이다. 최저생계비 상승을 위한 집단적 노력이 나타나야 한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결코 대중영합주의(popularism)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최저생계비 상승과 관련하여 세금 활용을 주장하는 것은 ‘인기 없는 영역의 논리’이다.

최저생계비 인상을 어떻게든 억제하려는 논리는 여러 위원회나 관련된 논의의 자리에서 정부위원이나 특히 경제관료 및 우파적 경제영역의 인사들을 통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해 빈곤층과 사회복지 클라이언트를 대변하려는 옹호의 입장은 산발적이고 미약하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옹호는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계에 주어진 본연의 임무이다. 그리고 시민운동의 중요한 존립근거이기도 하다. 양극화 사회의 현실에서, 그리고 2007년 최저생계비 실계측의 시점에서, 최저생계비 수준의 저하를 막아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옹호활동이다.

<참고문헌>

김미곤(2005), [기초보장제도 급여체계 개선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청회자료집

김미곤 외(2005), [2004년 최저생계비 계측조사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외(2006), [최저생계비 계측대안 모색에 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기철 외(2005), [빈곤정책의 전환모색], 진보정치연구소

남찬섭ㆍ허선(2005), “한국 사회 빈곤대책의 개선 방향”, [빈곤문제해결, 어떻게 할 것인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토론회 자료집

노대명(2005), “탈빈곤 정책의 관점에서 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5년의 평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5주년 평가심포지엄자료집

여유진(2006), “한국의 불평등 동향과 정책방향”, [빈곤과 불평등 실태 및 정책대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토론회 자료집

윤홍식(2003), “이혼 및 별거로 인한 모자가정의 빈곤화와 사회안전망의 역할”, 한국사회복지학, 53권

남 기 철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