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8-02   662

최저생계비 현실화, 기본이고 시작입니다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체험결과 발표 기자회견문

한 달 이렇게 살았습니다.

최저생계비 현실화, 기본이고 시작입니다

우리는 지난 7월 1일 최저생계비로 과연 한 달을 살 수 있을지, 최저생계비가 보장해 주는 생활의 수준은 어떠한 것인지, 물음을 안고 산 2번지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최저생계비의 수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나 실증적 검증을 통한 논의보다는 ‘높다, 낮다’는 식의 단편적인 접근이 되어왔습니다. 우리는 공허한 논쟁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최저생계비의 현실을 경험해 보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했던 것은 산2번지 주민들의 생활을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의 ‘편견’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최저생계비 생활체험을 통해 스스로가 빈곤층과 정책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편견, 휴대폰이나 젤은 사치라는 편견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또 국민의 세금을 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퍼주어야 되느냐는 일반시민들의 비난에 힘들었습니다. 지난 한달의 생활은 그런 ‘편견’을 마음에서 버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최저생계비’는 말 그대로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고 그 기준은 우리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희도 최저생계비를 용돈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이번 캠페인을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막상 한 달을 지내고 보니 최저생계비는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개념이었습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저희가 경험한 최저생계비는 그저 먹고 사는데 들어가는 돈이었을 뿐입니다.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재래식 화장실에 제대로 씻을 곳 하나 없는 집에서 최저생계비가 책정하고 있는 주거비를 상회하는 월세를 내고 살았습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서 봉사활동을 다녔습니다. 장을 볼 때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손에 쥐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였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전화비를 아끼기 위해 전화를 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어찌 보면 한달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최저생계비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생각에 돈 자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최저생계비 안에서는 모든 품목의 물질적 자원이 최저이기 때문에 선택은 결국 하나, 싸고 양이 많은 것으로 강요받게 되었습니다. 선택의 기회가 한 두가지로 줄어들게 되자 쌓이는 욕구불만이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와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욕구는 어느 것 하나 존중받지 못하고 거절당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욕상실과 무기력함에 조금씩 젖어갔습니다.

이번 한달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빈곤문제가 결코 최저생계비를 몇 만원 인상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최저생계비의 낮은 수준 이외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계부조사를 통해 하월곡동에 사시는 많은 분들이 그저 밥만 먹고 지내신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것도 영양가 없는 식단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고 있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을 보았습니다. 병원비가 무서워 아파도 병원에 맘놓고 가시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았습니다.

우리 체험단처럼 최저생계비만을 가지고 한 달만 살아야한다면 잠만 자고, 밥만 먹으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가난의 늪에서 언제까지 부실한 식단과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저생계비 인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지만,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기본이고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한달 경험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실계측되는 최저생계비의 결정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길 바랍니다. 또한 정부가 빈곤문제를 시혜나 복지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권을 국가가 어떻게 보장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길 바랍니다.

한 달 체험을 마쳤습니다. 한 달 동안 잠시 다녀가는 저희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주시고 걱정해 주신 산2번지 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이 되면 산2번지에도 높은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고, 가난의 흔적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어디론가 내몰리게 될 산2번지 식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지난 한 달간 저희의 체험수기를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많은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 마음을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는 데에까지 지속해 주시고 도움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04. 8. 2.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단

사회복지위원회



n11898f.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