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2-15   1042

[심층분석2] 건강보험, 국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해야

복지현장의 목소리 –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 2 [건강보험 분야]

 

건강보험, 국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 해야

 

김준현 ㅣ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팀장

 

보건의료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각 국이 시행하고 있는 건강보험 등 의료보장체계는 재원조달방식이나 서비스 제공방식에 있어 나라별로 상이할 뿐 질병에 따른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건강증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건강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중 지출규모가 가장 크며, 전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복지제도 라는 점에서 보편성이 강조되는 영역이다. 건강보험 도입과 함께 인프라 확대 등 의료이용에 대한 가용성은 크게 증가하였으며 급여서비스로 제공되는 규모도 연간 36조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건강보험 적용 이후 지난 35년 동안 건강보험의 양적규모는 괄목한 만큼 증대된 것이 사실이나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보장성 등 건강보험의 질적 수준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낮은 보장성 문제와 더불어 건강보험은 현재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민간주도의 공급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가 심각하여, 대형병원 중심으로 의료수요를 독식하는 공급체계의 양극화와 함께 자원배분의 불균형 현상이 만성화 되어 있고, 의료기관들이 의료의 질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비급여 행위와 같은 원가마진이 높은 행위들에 치중하는 등 서비스 제공의 왜곡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공급체계 개선은 뒤로 한 채 건강보험재정의 상당부분을 진료비 보상 등 공급자 영역에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보장성에 투여할 만한 재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참고로 올해만 보더라도 건강보험 행위별 수가 인상 등으로 소요되는 재정은 진료량까지 감안하면 약 3조원이 예상되는 반면 보장성에 투입되는 재정은 1조 5천억 원에 그쳤다.

 

당면한 보건의료현안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의료체계의 첫 번째 관문인 일차의료가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한지 오래이며 이른 반증하듯 의원을 위주로 한 외래진료비지출의 상당부분도 대형병원들이 점차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추세다. 의료체계의 최전방에 위치한 응급의료 역시 지역간 시설 및 인력 수준의 격차가 심각하며 응급실 진료거부도 빈번하여 총체적인 개편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건의료의 위해 문제도 심각하다. 환자안전 및 의료기술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으나 정확한 규모와 원인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는 단 한 차례도 시행된바가 없다. 미국의 경우 의료과오 등 위해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매년 4만4천~9만8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며 이에 따른 장애, 실업 등 사회적 비용이 전체 보건의료지출의 1/2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환자안전 문제는 의료보장체계를 갖춘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방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어 우리나라도 예외라고는 볼 수 없다.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또 다른 주범은 의료영리화정책 이다. 권리’의 관점이 아닌 ‘상품’ 으로서 보건의료를 바라보는 정책은 보건의료의 공공성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응당 경계의 대상이다. 보건의료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해석했을 때 ‘건강’은 보건의료의 핵심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소득양극화나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같이 ‘불건강’을 야기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의료영리화가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더 크다.

 

보건의료가 직면한 당면과제는 수두룩하나 실상 새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피상적 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전체적으로 의료보장에 대한 철학이나 운영기조를 확인하기 어렵고 의료보장을 위협하는 내외재적 요인에 대한 진단이나 이에 걸맞는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의료이용을 하는 환자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정책대안이 무엇인지 선명하지가 않다. 기초수급권자 편입사유가 실직, 소득감소, 의료비 지출 순이라는 보고도 있듯이, 의료비가 가계파탄의 주요 원인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의료보장체계가 견고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문제이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의 기대에 제대로 된 응답을 해 주어야 하며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건강보험정책은 적어도 다음의 원칙과 정책대안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 한다.

 

첫째, 건강보험 보장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이 지불하는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진료비 비중은 약 62% 수준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MB정부 5년 동안 거의 변동이 없어 보장성 수준은 답보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로 국민들은 ‘낮은 보장성’을 보건의료 불만족 이유 중 1순위로 꼬집고 있고 OECD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보장성 수준은 58%수준으로 OECD 평균 72%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새 정부의 보장성 관련 정책은 4대 중중질환 보장성확대 및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으로 국한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암, 심장병, 뇌혈관진환, 희귀난치성질환)은 비급여를 제외했을 때 건강보험부담이 이미 90~95%이르는 질환이다. 문제는 비급여 인데 부담수준이 높은 3대 비급여(선택진료, 병실차액, 간병비)의 급여전환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공약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4대 중증질환자는 500만원이상 고액의료비 환자의 15%정도에 불과하여 타 질환을 포함한 전반적인 보장성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책대안이다. ‘어르신 임플란트 진료비 경감’도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일단 일플란트는 고액이다. 급여권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법정본인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급여확대의 우선순위측면에서 타당한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공약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재수정하는 것이 올바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비급여항목 중 의료비 부담이 높고 이용량이 많은 보편적인 항목부터 공략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3대 비급여 중 ‘선택진료’는 폐지를 하거나 아니면 급여전환을 하고 상급병상 이 용에 따른 ‘병실차액’은 의료기관의 일반병상 비율을 높이고 상급병상 비율을 낮춤으로서 입원료의 건강보험급여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일반병상 비율을 높이지 않는 한 지금처럼 상급병상을 강요하는 의료기관의 폐단을 방지하기 어렵다. 또한 간병은 환자와 간병인간의 사적 계약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제도권 영역 밖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간병은 원칙적으로 간호의 영역으로 간호인력 확충 등 공적영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이 3가지 항목에 환자들이 쏟아 붓는 비용은 연간 약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선택진료와 상급병실 문제만 해결해도 건강보험보장률은 약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보장성 개선의 일차적 목표는 ‘3대 비급여’ 해결 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른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장성 수준이 높아질 수만 있다면 건강보험료 인상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둘째, 건강보험 공급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 고가장비 및 시설 등 규모 위주의 과도한 경쟁이 의료기관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으며 불필요한 보험재정낭비로 귀결되고 있어 공급구조 개편은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온전히 보장성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라도 비용유발적인 공급구조는 개선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기관간의 기능 중복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며 특히, 주치의제를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 강화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일차의료가 중심을 잡아야 병원급 의료기관의 역할도 바르게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수가체계도 의료기관간 기능 분화를 유도하는 형태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병원급의 경우 외래환자 보다 입원환자비율이 높을 수로 보상수준을 강화해주고 그 반대의 경우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환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선택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주로 의료의 질과 연계된 정보제공이 유용하며 질환별 사망률 등 치료효과와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지표생산이 필요 하다. 반드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대형병원에만 가야지만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점은 공급구조의 비효율을 방지한다는 목적 하에 공급구조 통제가 아닌 환자에게 비용인식을 전가하는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 정부가 항상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였는데 MB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011년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방지한다는 목적하에 경증환자 대형병원 이용시 약제비 본인부담을 인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급구조의 비효율은 원인 제공이 환자에게 있지 않으며 고비용 공급구조를 양성하고 이를 부추기는 정부와 공급자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지출구조 개편에 있어 공급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나 인센티브 제공 등의 유인책을 일차적으로 활용했지 직접적으로 환자를 타깃으로 삼지는 않았다. 공급자 규제에 따른 반발을 우려한 나머지 환자나 국민들의 의료이용을 통제하는 것이 손쉬운 정책이라고 판단 할 수 있으나 이런 방식의 책임전가식 대책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건의료는 전통적으로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진료현장에서 환자는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관료적 성격이 강한 곳으로 가부장적인 진료행태가 일반화 되어 있고, 의료인과 환자간의 사적인 관계 속에서 ‘의료’를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권리’의 관점에서 보건의료를 본다면 건강보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체는 환자나 일반시민이 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은 보험료라는 국민들의 재정적 기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위한 보호나 권리보장과 관련해서는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접근과 실천전략이 부재했다고 판단한다. 건강보험에서 환자나 시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정보채널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과오 등 보건의료의 위해로부터 이를 예방하고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보건의료 자원배분이나 급여의 우선순위 설정 등 보건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반시민의 요구나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기존과는 다르게 정책중심을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관점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관련해서 풍부한 정책대안들이 마련되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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