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12-11   1081

청년세대의 삶의 조건 악화와 복지의 미래를 생각하며

통계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지하방, 옥탑방, 판자집 등에서 사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1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통계청이 2005년 연말 인구주택총조사 과정에서 실시한 ‘거주층별 가구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무허가시설물에 해당하는 판자집, 비닐집, 움막, 동굴 등에 거주하는 사람도 109,512명 45,237가구에 이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통계는 실제의 숫자보다 매우 적다는 지적이 있지만 전국 단위의 공식적인 최초의 실태조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연말 기준 주택보급율은 105.9%로 국민 전체가 가구당 집을 한 채씩 소유해도 73만2000호가 남아야 하지만 자기 집을 보유한 비율은 55.6%에 불과한 형편이다. 주택 소유의 편중 현상이 더욱 악화되면서 빈곤층의 주건빈곤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시기에만 해도 국민임대주택을 2003년까지 10만호 공급하도록 되어 있었고, 2012년까지는 별도로 100만호의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노태우 정부 이래 공급된 19만 여 세대의 영구임대아파트와 8만 여 세대의 50년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기 공공보유 임대주택은 304,000호로 전체 주택의 2.45%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 정부를 포함하여 역대 정부는 그럴싸한 정책으로 포장하여 재탕, 삼탕하는 식의 발표들은 해 왔지만 그 누구도 정작 중산층 이하의 공공주택 재고를 확대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재정조치까지 확보된 정책 추진을 한 바 없다. 오히려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면서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 정부는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존의 분양가 규제 정책을 포기하고 분양가 자율화 및 주택공급 평형 자율화, 그리고 일반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에서의 영구임대아파트 일정 비율 공급 제도를 일체 철폐한데 이어서 주택임대사업자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과도기적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의 경우까지 신규분양분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조치를 취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특혜조치를 남발하였고, 결국 자금력있는 자들로 하여금 주택 투기에 뛰어 들게 한 결과가 된 것으로 보인다. 토지의 공급이 제한된 관계로 유한재일 수 밖에 없는 주택- 그래서 소유 및 공급에 있어서 공공적 제한을 받아왔던 주택이 공장에서 생산, 공급하는 “재화”인 양 자유방임적인 시장을 형성하여 주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전개된 것이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서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정책 우선 목표로 내세우는 듯하면서도, 김대중 정부의 무책임한 시장 방임적인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의 기조를 유지한 채 오히려 개발이익에 관한 공적인 흡수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분하에 행정수도를 비롯한 70여개의 각종 혁신 도시 등 개발정책을 남발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시켰다. 더욱이 현 정부는 가격 버블이 쌓여진 토지를 사업부지로 수용, 취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재정을 쏟아 부어 국가 채무를 증가시키고, 이러한 막대한 토지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유입되어 사태를 악화시킨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사회의 평균인은 이제 평생 벌어도 대도시에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1채 조차 마련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니, 이것은 비극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폭발적으로 앙등한 주택가격은 대도시의 40여%의 전,월세 주민들에게 살인적인 전,월세보증금과 월세 인상으로 현실화되고 있고, 올 겨울을 전후하여 길거리에 내 몰려 오갈 데 없게 되는 많은 서민들이 양산될 것이다. 빈부격차 완화와 차별시정을 하겠다던 현 정부는 주택 보유 유무라는 우연한 기준에 따라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서민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집단적 고통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진솔한 반성을 하는 당국자는 찾아 보기 어렵다. 적어도 ‘버블이 붕괴될 때까지는’ 이제 대도시의 경우 유주택자이냐 무주택자이냐는 넘볼 수 없는 신분의 징표가 될 것이다.

우리 청년 세대들의 상당수는 변변한 일자리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한 채 메아리 없는 ‘이력서’만 들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 삶의 조건인 일자리(=소득)와 주거가 불확실한 현실에서 우리 청년 세대가 미래를 설계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척박한 삶의 조건에서 결혼, 출산, 양육, 노후소득보장이 우리 청년 세대들에게 얼마나 현실일 수 있을까? 현재와 같은 저출산의 문제는 삶의 조건이 붕괴되어지는 절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년 세대들에게 돌아가야할 많은 삶의 조건들을 악화시킨 채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우리 세대들의 노후와 이해관계가 닿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현 정부가 ‘희망한국 비전2030’을 발표하고 선전한들 우리 청년 세대들에게 공감을 이룰 수 있을까? 우리네 삶의 조건이 무너져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복지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것이 때로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주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네 복지정책 역시 기성 세대를 중심으로 설계되기 보다는 상당 부분을 청년 세대, 나아가 태어날 세대를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자원이 재배분되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또한, 이와 같은 현실에서 일자리정책과 복지정책은 평생에 걸쳐서 한몸과 같이 연계되어 톱니바퀴와 같이 맡물릴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할 터이다. 비록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 청년세대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세대의 부담과 책임으로 전체 주택 재고의 20% 이상을 중산층을 망라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여 주어야 한다. 기성 세대들이 악화시킨 청년 세대의 삶의 조건을 일부라도 회복시키고 나서 현 세대와 차 세대간의 사회연대성을 요구할 때, 우리의 고령화에 따른 노후의 문제를 청년세대 역시 기꺼이 감당해 줄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기득권을 차지한 불로소득자인 기성세대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이찬진 / 변호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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