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1-15   597

[심층분석5]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새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복지현장의 목소리 –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1 [장애인분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새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이문희 ㅣ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

 

오늘도 영하 16도의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연일 몰아치는 혹독한 추위에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가늘어진 두 다리의 감각을 빼앗기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혹한 속에서도 얼어버린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되지만, 나는 그런 도전을 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강추위를 이겨내는 도전정신을 갖는 것보다 더 시급하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니 노무현 정권 때에는 장애인 가족을 연속적으로 동반 자살을 하게 만들더니, 이명박 정권이 막을 내리는 요즘엔 노동자들이 안타까운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가슴 속부터 춥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변함없는 자화상이다.

 

무엇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죽음의 언저리에서 여전히 위험한 줄타기를 하게 만들까? 이러한 문제의 발생과 해결은 정부로부터 출발한다. 그간 많은 각종 법률의 제·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장애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탄식과 절망의 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북 치고 장구 치는 판을 벌려놓은 것 같았지만, 관객의 흥을 돋우기 보다는 오히려 야유하는 모습으로 가득 찬 공연장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할까?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국가의 의무는 적극적 의무와 소극적 의무가 있으므로, 국가는 어떤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음으로 그 의무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이 만들어지더라도 그 법률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거나 효력을 정지시키는 ‘작위’에 의한 침해행위와 ‘방임’에 의한 침해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의료비 지불 제도를 구상하는 데 있어 장애인 등 가장 가난한 계층의 국민도 부담할 수 있는 의료비를 책정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이고 적극적 의무이다. 여기서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보건부문의 법률과 정책 시행에 있어 역행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제19대 국회가 2013년 의료급여 예산을 2,224억원이나 삭감한 것이 대표적인 역행적 사례이다. 빈곤계층이 가장 건강의 사회학적 위해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고, 가장 건강권을 보호받아야 할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는 의료급여예산을 삭감함으로 ‘작위’에 의한 침해행위를 노골적으로 행하였다. 건강이 최후의 자산인 빈곤계층의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국회와 정부가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작년 2월에 제정되었다. 이법은 주거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주거약자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법의 주요 정책적 도구는 주거약자용 주택에 대한 최저주거기준의 설정, 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주거지원센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최저주거기준 설정에 관한 시행령 항목은 아예 만들어 놓지도 않았고, 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은 기존 제도를 수집해놓은 수준으로 설정했으며, 주거지원센터의 운용은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도 포함시키지도 않아 법률의 효력을 정지시켜버렸다. 국가가 장애인·고령자들의 주거권리를 ‘방임’에 의한 수단으로 노골적으로 침해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장애인복지정책이 그동안 그 흔해빠진 ‘기본원칙’도 없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해버리는 ‘조삼모사’ 방식의 장애인정책은 결국 장애인을 대표적인 하층계층으로 가두어버렸고, 가구소득, 교육수준, 고용, 편의시설, 이동권, 주거, 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안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장애인들의 71.6%가 주관적 하층계층으로 추락했고, 2008년 월평균 가구소득도 181.9천원에 머물러 전체가구의 55.1%에 불과하며, 장애인 가구의 국가로부터 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의 비율이 비장애인 가구에 비해 높게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들은 주택 대출금 상환 및 임대료 부담이 ‘생필품을 줄일 정도’인 비중도 21.1%로 일반가구(7.4%)의 3배에 달한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77.5%이나, 적정 설치율은 55.8%에 불과하고, 교통수단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률도 그동안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65.8%에 불과한 상태이다. 이러한 편의시설 및 이동권의 열악성은 교육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애인은 무학을 포함한 중학교 이하의 학력이 63.0%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5세 이상 장애인의 교육수준에서도 고졸 이상의 비율이 36.1%로 전체인구 (69.7%)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와 영양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 가운데 대표적인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장애인관련 통계수치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장애인계층은 높은 결식률, 낮은 식품 안정성 확보가구분률, 높은 영양섭취 부족자 분율로 인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할 뿐이다. 또한 장애인의 72.4%가 현재 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의 50.5%보다 21.9% point나 대폭 상승하여 장애로 인한 이차장애 및 만성질환치료 등 장애인건강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278개의 장애인단체들은 ‘2012대선장애인연대’를 구성하여 “12대 공약”을 각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달하였다. 그 공약들을 간단하게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장애등급제 폐지

2.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3. 발달장애인법 제정

4. 한국수화언어기본법 제정, 농교육 환경 개선

5. 장애인연금인상과 대상 대폭 확대

6. 저상버스·특별교통수단 100% 확충, 이동권 보장

7. 장애인 고용의무 활성화로 일자리 확대

8.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

9. 공공임대의 확대를 통한 주거권 보장

10. 공공의료체계 강화로 건강권 보장

11. 장애인 문화·예술, 체육 활성화

12.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러한 2012대선장애인연대의 공약요구에 새누리당은 지난 12월 10일 18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의 발표를 통하여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등급제 폐지 및 개선, 중증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을 약속한 바 있고, 정책협약식을 통해 장애계가 요구하는 12대 공약을 대부분 수용하고 이행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장애인복지분야에 대한 공약을 실현시키는 정책기조가 만들어질 것이고, 앞으로 5년의 임기동안 충실하게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도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작위’에 의한 침해행위와 ‘방임’에 의한 침해행위가 지속된다면 과거의 어느 정부와도 다를 바 없는 초라한 모습으로 역사의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으로 국민이 원하는 변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분리와 차별을 경험하지 않고, 당당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미래사회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2011). EDI 장애인통계

보건복지가족부(2009) 2008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전수조사    

국토해양부(2011).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2011). 2010 국민건강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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