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1-15   1151

[대선칼럼] 대선후보님들, 커밍아웃하세요!

대선후보님들, 커밍아웃하세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상근활동가 일동

 

 

“저는 그렇게 능력이 없지 않습니다.
저는 성실한 편입니다. 남들에게 곧잘 칭찬을 듣곤 합니다.
이런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대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 대선은 누구를 위한 대선이란 말입니까?!”

 

지난 대통령선거 때 대학생활에 빠져 정치나 나라의 앞날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청년A는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많은 것을 체험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취업을 했지만 세 번째 이직을 했고 학자금대출을 겨우 갚고 저렴한 월세를 위해 2시간에 가까운 출퇴근을 반복했다. 결국 또래의 청춘들이 그러하듯 졸업과 동시에 핑크빛 연애나 결혼보다는 정규직일자리, 저렴한 전셋집을 찾거나 이 모든 불안을 해결해줄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느 대선과는 좀 다르다. 우선 안철수라는 무소속의 새로운 후보가 등장했다. 그는 최고의 학력과 경력에 벤처기업가의 성공신화까지 갖춘 인물로 청춘들의 속얘기를 들어주는 멘토가 되면서 단박에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사에서 평가가 크게 갈리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집권여당의 후보와 전 대통령의 평생 동료이자 비서실장 출신인 제1야당의 후보 이렇게 3자가 각축을 하면서 안 후보와 야당 후보는 후보 단일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이 우리 청춘들에게 어떤 희망 메시지를 들고 올지, 특히 지난 총선에 이슈로 떠올랐던 복지정책에 대한 정책을 기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두서없이 나열해 본다.

 

의문1.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저마다 몇 %, 몇 억, 몇 년을 보장한다는 공약들을 경쟁하듯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은 진실, 안심, 사람, 꿈 등 추상적인 내용으로 공약을 포장하기만 하고 ‘대선 행보’라면서 대국민 이미지 구축에만 열심이다. 그러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방송이나 토론회에서 만나기 어렵다. 가까운 미국만 해도 후보들이 건강보험이나 구체적인 항목으로 증세안과 같은 구체적인 공약을 들고서 인내심을 가지고 수일 동안, 수시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진지함을 보인다. 수많은 연설과 방송출현, 토론회를 통해 자신들이 이루고자하는 구체적인 공약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한국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논의되고 있는 세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에 방송, 토론회에서는 더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맞춤형, 복지국가, 정의’ 등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총선보다 못하다. 난 진심으로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싶다.

 

의문2. 사회서비스 분야로 일자리 만들어준다는데 수많은 젊은이들이 노량진에서 청춘을 보내지 않아도 될 그런 일자리인가?

우리 청춘들은 대학을 나와 자격증이 있어도 비정규직이라 칼퇴근 하지만, 야근해도 좋으니 150만원만 받아봤으면, 정규직이었으면 한다. 명절에 웃으며 친척들에게 취업 자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일자리 늘려주면 좋지만, 알바나 다름없는 계약직을 대선후보들이라면, 아니 그 분들의 자식들이라면 일하고 싶겠는가?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은 물론 이웃 일본까지도 보육이나 노인복지 등 사회서비스의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직접 담당하면서 주민들을 섬기는데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안하고 그저 민간에게 싸구려 일자리만 떠넘기는가? 노량진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 곧 신분상승이고 철밥통 득템하는 곳이다. 공무원이 그런 직업인가? 그러고 보니 국민 섬기는 공무원보다는 권력 남용하는 공무원만 뉴스에 나온다. 몇 안 되는 행정 관료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서 주민들 섬길 줄 모르고 자기들의 처우만 높이기보다 일자리 나눠서  주민들을 진정으로 섬기는 사회서비스 직 공무원 같은 일자리들을 늘려주면 학자금대출 값을 힘이 날 것 같다.

 

의문3. 투표권이 없는 대상을 위한 공약은 어디에 있지?

이익을 위해서는 비윤리적이어도 된다는 기업마인드처럼 대선후보도 득표와 상관없으면 공약도 소홀한 것 같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약은 한 두 줄로 간략히 정리된다. 어린이집도 필요하고 방과후 돌봄도 중요하지만 그건 모두 부모들 양육하기 편하라고 주는 혜택이 아닌가? 이제는 아이들에게 직접 전해지는, 한부모가 훌륭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우리 청년들이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능력과 관계없이 아이들만은 살아 갈 수 있게 아동수당, 아동보조금을 먼저 줘야 하지 않나? 그래야 우리 청년들도 결혼해서 아이 낳을 엄두라도 내지 않은가?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 후보라는 분들이 이런 공약을 내걸고 집권 기간 내내 성의를 보인 사람이 누가 있나? 너무 부끄럽지만 그래서 우리나라가 아직도 해외입양 1위인지 모른다. 이번 후보들의 공약들을 들여다보니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 같아 걱정이다.

 

의문4. 맞춤형복지, 복지국가로의 준비, 정의로운 복지, 등등 수많은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부자증세로만 가능할까?

결국 이를 모두 실현하려면 보편적인 증세가 필수지만 알다시피 증세얘기 꺼냈다가 대통령 당선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쉬쉬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복지정책들이 이 사회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라고 공약을 내건 것일 텐데 그러면 현재의 재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이러저러하게 증세하겠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태도가 아닐까? 당당히 증세하자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심판받을 자신감도 없는 후보들이라면 그 분들이 발표하는 ‘공약’이나 그들이 외치는 ‘정의’니 하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내 경험으로 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의 대부분은 실천되지 않았다) 이런 자신도 없는 후보들이라면 – 브라우니, 물어!

 

의문5. 공무원, 교사, 군인은 나보다 무엇이 잘나서 든든한 노후를 보장받는가?

보수언론에서는 곧 성인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하는 세상이 도래한다고 한다. 그래서 강남아줌마들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고 한다. 낸 돈보다 많이 돌려주는 것은 국민연금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국민연금도 40년 꽉 채워내야 소득의 40% 받는다고 한다. 요즘 청춘들 월급 40%로 병원비, 여가비, 생활비 다 부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이나 교수님연금(사학연금)은 훨씬 든든하다는데 그 분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가 낸 세금으로 더 많은 연금 붓고, 매년 국가에서 수조 원의 재정 지원으로 연금 받는 특혜를 보장받을까? 나 같은 일반인들은 그분들과 무엇이 달라 가난한 노후 걱정해야 하고, 그 때문에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사보험에라도 가입해야한단 말인가! 초초노령화로 국민연금 고갈된다며 급여수준 낮출게 아니라 공무원 연금 같은 특혜는 없애고, 국민연금 급여액은 늘려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준다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증해줬으면 좋겠다. 무늬만 같은 국민이지 평생을 열심히 살았어도 할머니가 되면 퇴직공무원들 여행 다닐 때, 폐지 주우러 다녀야 할지 모른다.

 

그간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로 알려진 ‘요즘청춘’들은 옛날 새마을운동의 신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기성세대의 잔소리를 듣기에 너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과거 대통령들이 선거 때 하였던 달콤한 약속에 속아 5년 동안 당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지독하게 대선후보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누구보다 뼈아픈 지난 5년을 보낸 ‘요즘 청춘’들은 이번 후보들 및 여·야당들이  정치생명을 건 구체적인 자신들의 공약들을 제시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우리들을 설득해주길 바란다. 악수를 했다고, 장학금을 준다고, 여자라고, 불쌍하다고, 그래도 위로해줬다고, 혹은 능력 있는 CEO라고 한 표를 던지기 보다는 우리의 미래는 이렇게 돼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이러한 게 필요하고 필요한 것을 위해 대선후보 스스로 어떻게 하겠다고 그러니 믿어달라고 구체적으로 끊임없이 우리 앞에 나와 들어주고, 설득하는 대통령 후보들의 진지함과 성실한 모습, 그 속에 녹아 있는 진정성이 있는 공약들이 대통령 선거라는 우리의 밥상에 가지런히 차려지길 갈망하며 12월 19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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