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0-15   1646

[심층분석2]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MB 정부 소득보장 평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남기철ㅣ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MB정부 5년의 기간이 마무리되면서 기간 내 정책적인 공과에 대한 논의들이 많이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소득보장정책과 관련해서는 공과에 대한 토론이 많이 이루어질 여지가 없다. 안타깝게도 ‘공’의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MB정부가 탄생한 배경이나 의미는 여러 가지로 이야기될 수 있지만 지금부터 5년 전 무엇보다도 살림살이가 너무 팍팍하니 유력 경제인 혹은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일단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에게서 소위 ‘경제대통령’ 이야기가 많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MB정부는 대선 당시 747 공약을 자신만만하게 내어놓았다. 경제 대국이 되고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MB정부는 나름대로 외부의 요인(글로벌 금융위기)에 의한 것으로 공약을 지키지 못한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의 경제여건이 좋을때만 지켜질 수 있는 공약은 아무 의미가 없다. 747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747 공약은 여러 가지로 패러디되며 허무한 웃음을 주는 소재로 활용될 뿐이다. 문제는 MB 정부의 소득보장 정책이 747 공약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매해 7% 고속 성장과 이에 따른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할 안전망은 애초에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MB 정부에게 복지는 낭비였다. 이들에게 소득보장 정책은 별도로 존재할 이유가 없었다. 열심히 일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그 대가로 먹고 사는 것이 최고의 소득보장이었고 소득보장의 전부이었다.

 

물론, 소득에 있어서 (시장)경제의 역할, 일자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 사회보장의 측면에서 욕구기반(needs-based)의 비시장적 기제로서 소득보장 정책은 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관점은 2007년 대선 공약에도 나타나 있지만 이후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에 이르는 인수위 활동과 정권초기 복지정책 패러다임이었던 ‘능동적 복지론’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소득보장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소득보장의 측면에서 본다면 공공성의 실종이 눈에 두드러지는 것이었다. 서민생활 안정은 ‘시장기능을 활용’해서 도모하는 것이었다. 평생복지기반의 마련 부분에서 인생주기별 접근과 관련한 연금제도 내용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주된 내용은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특히 연금재정의 문제에 초점이 두어졌다. 공공부조의 부분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단속에 초점이 두어졌다. 기본적으로 소득보장은 일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근로동기를 해치는 나쁜 복지는 용납될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에서 애초에 ‘보장성 강화’란 중요한 부분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기금수익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만 집중된 연금정책

참여정부 시기부터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연장선 상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08년에 60%에서 50%로 인하되었고, 2009년부터는 해마다 소득대체율이 0.5%씩 인하되어 2028년에는 최종적으로 40%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이는 점점 노인 빈곤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후빈곤의 예방이라는 공적연금제도의 목적에 위배되는 방향이다. 때문에 국민연금 개편의 재모색, 기초노령연금의 보강, 심지어 (그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민간보험 등을 활용한 다층적 연금구조체계 강화 등의 수단이라도 동원하여 연금의 보장성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MB정부의 지상과제이었다. 하지만 MB 정부에서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책 주안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MB 정부는 2008년 국민연금기금의 최대한 수익을 제고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신장시킨다는 명분하에 기존 가입자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투자전문가 7인으로 구성하는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법안을 상정하였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사회적 합의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당시에는 보류되었으나 현재까지도 실질적으로 유효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방향으로 MB 정부에서 작동되고 있다. 연금기금의 지배구조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에 정책이 집중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MB 정부 스스로가 공적연금에 대한 위기론과 불신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기도 하였다.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우리나라 소득보장 체계가 파행적인 대표적인 부분은 공공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중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점이다. 이는 공공부조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이나 사회서비스가 취약한 탓이다. 소위 최후의 안전망인 선별적 공공부조에 소득보장의 하중이 집중되고 있다. 빈곤층의 소득보장은 거의 전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기대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가 정착된 이래 150만명 이상의 수급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수급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일견 커보일 수도 있는 이 수급자의 수는 우리나라 빈곤 규모에 비해서는 매우 작은 것이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늘 그 사각지대가 이슈가 되곤 했다. MB 정부의 발표(2009)에서도 빈곤층이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으로 전 인구의 약 8.4%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 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만도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MB 정부 시작시점에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상대빈곤선의 도입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 의해 강하게 요구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빈곤층에 대한 공공부조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라는 취지이다. 물론 이러한 요구는 MB 정부의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였다. MB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에서 까다로운 행정적 장벽을 높이는데 주력하였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아닌 부분적 기준 완화, 소득환산제의 미시적 변화 등 보장성이 강화되는 측면으로는 작은 변화만을 꾀하면서, 반대의 규제적 측면으로는 수급자 수를 전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전산망과 행정적 장벽을 도모해왔다.

 

MB 정부 들어서 빈곤율과 지니계수는 조금씩 높아졌다. 빈곤과 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한 각계에서의 지적은 MB 정부 들어 일반적 현상이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그렇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수급자 수의 감소가 확연하다. 2011년에는 1,469,254명으로 2010년까지 수년간 150만명대이던 수급자 인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2년 8월 기준으로 수급자 수는 14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2013년 예산 편성에서는 143만명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빈곤과 양극화의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도) 10만명 이상 줄어든 수급자 수는 부정수급자 발굴과 수급박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산망과 같이 MB 정부의 기본적 관심, 소득보장보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단속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양상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안정적 제도화를 기피한 임시적 공공근로 남발

MB 정부 초기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 방법으로 가장 주요하게 활용되었던 것은 희망근로와 같은 공공일자리사업이었다. MB 정부는 특히 근로동기에 예민하였고, 일을 통한 자립을 강조하였다.

 

물론 공공일자리사업, 공공근로사업은 근로능력을 가진 빈곤층에게 사용할 수 있는 소득보장 정책적 수단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MB 정부는 공공일자리사업의 기획과 운영에서도 제도화를 기피하는 특징을 나타내었다. 노인일자리사업과 같이 법적으로 제도화된 일자리사업보다는 임시적으로 편성되는 프로그램을 선호하였다. 때문에 당시 희망근로와 같이 임시적으로 편성된 사업의 운영은 노인일자리사업과 같은 기존의 공공일자리사업과 마찰을 야기하였다. 소득보장 방법으로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안정된 운영체계가 필요하지만 MB 정부는 ‘일시적 경제위기시에 취로사업을 살포하였다가 언제라도 다시 없던 것으로 거둬들이는 방식’을 선호하였다. 공공일자리사업에 대한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득보장의 수단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체계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이유이다. 실제 MB 정부 후반기 들어서는 대표적인 법정 공공일자리사업인 노인일자리사업의 확충도 정체되어 중장기 계획에서 편성되었던 사업량 목표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소득보장을 위한 복지정책을 낭비로 규정하는 정책태도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는 소위 신사회위험과 양극화의 문제가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애초에 전통적인 사회보장체계가 취약한 상태에서 저성장, 안정적 고용의 급격한 후퇴, 고령화의 가속 현상 등은 국민의 심각한 생활위기를 나타내어 주고 있다. 정부의 공공성에 기반한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MB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복지관(福祉觀)으로 인해 소득보장정책에 대해서 극도로 잔여적이고 소극적인 관점을 견지하였다. 이는 국민의 고통으로 직결되고 있다. MB 정부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우리나라 빈곤의 상당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라고 빈곤층을 다그친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공복지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과도한 두려움이 소득보장 체계의 기능을 형해화시키고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하는 삶을 강요하고 있다.

 

MB 정부의 소득보장정책을 실패라고 표현하기에는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너무나 다르다.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자’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애초 MB 정부의 소득보장에 대한 지향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가능하다. 우리사회 상층부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열심히 일해서(?)’ 잘 사는 사람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에는 무척 충실한 정부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부자들은 확실히 더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MB 정부 하에서 (종부세 축소와 법인세 감소 등으로)적어도 수십조를 넘어서는 천문학적 금액이 부자와 재벌들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바로 이 이전된 돈에는 중소기업 사장,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과 피눈물과 한숨이 묻어있다(김동춘, 이명박정부는 정말 실패했는가?).”

 

 

<참고문헌>
김동춘(2012), 이명박정부는 정말 실패했는가?, 참여사회연구소 정치시민시평 51호.
이찬진(2012),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방안, 국민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대안 마련을 위한 노동시민사회 워크숍 발제자료.
기획재정부(2012), 경제활력 민생안정 2013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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