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8-15   860

[동향1] 친환경무상급식에서 시작한 먹거리복지운동

친환경무상급식에서 시작한 먹거리복지운동, 

전 국민의 먹거리기본권 보장으로 제도화 되어야

 

김선희 |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먹거리복지의 사각지대, 아동불평등의 현 주소

“철수는 아버지와 단둘이 지하 단칸방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아동이다. 철수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 년 중 일이 없는 날이 많아 수입이 일정치 않다. 철수는 아침에는 초코파이를 먹거나 굶고,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라면에 밥을 말아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사무소에서 식권이 나오긴 하지만 식당에 가서 혼자 3000원짜리 밥먹기가 너무 싫다. 차라리 굶거나 집에서 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것이 속편하다. 그런데 철수는 벌써 6해 째 학기 초만 되면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학교 담임선생님께 내야 한다. 선생님과 첫 만남을 늘 이렇게 시작한다. 뭔가 잘해보고 싶어도 잘 되지 않고, 또 주위 시선도 곱지 않다. 차라리 학교점심도 굶고 싶다. 늘 혼자 있는 철수는 학교 다녀오면 TV를 보며 아빠를 기다린다. 철수는 감기도 잘 걸리는 편이고 요즘은 머리도 자주 아프다. 하지만 철수는 아플 때 거의 병원을 이용한 적이 없다“ 

 

무상급식 시행전 결식아동의 상황재연

무상급식이 실시되기 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아동불평등, 건강불평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동 청소년기의 사회적․심리적․신체적 · 건강불평등은 사회적 성취 가능성을 떨어뜨려 성인기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낮게 하며, 빈곤의 되물림 현상을 고착화 시키게 된다. 이러한 불평등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 아동기의 심리적․신체적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각지대 없는 결식아동의 종합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먹거리 보장정책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학교에서 시행하는 무상급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질 낮은 급식이나 식재료를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식아동은 학교를 벗어나게 되면 바로 먹거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결국 성장기 충분한 영양섭취는 요원한 일이 되며, 가난이라는 낙인은 자존감에 매우 큰 상처로 남게 된다.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상처받지 않으며 건강하게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가난’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 21세기 한국사회의 가혹한 현실이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아동의 영양불평등, 건강불평등으로 고착화 되고 되물림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취약계층의 먹거리 복지는 물론 온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보장이 함께 확보될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먹거리 복지의 기본권 보장 

2010년 6월 2일은 먹거리운동의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된다. 친환경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전국 각지에 걸쳐 대규모 당선되었고, 이는 당시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선거를 통해 분명히 드러내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선별적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이 전 사회적으로 촉발되었고, 먹거리의 양적보장은 물론 질적인 전환도 함께 이루어져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전후시대 국민 대다수가 굶주렸던 절대빈곤의 보릿고개시절은 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양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건강불평등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만큼은 먹는 것으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공감대는 쉽게 형성될 수 있었다. 무상급식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보편적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논의로 확장되었고, 먹거리 측면에서는 모든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이는 기간에 논의가 있어왔던 식량주권의 문제와 함께 식(食)과 농(農)의 거리 축소, 도시와 소비의 신뢰관계 회복,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기반확보와 농민의 삶의 질과도 연계되어 보다 다양한 층위로 논의가 확산되었다. 이제 그 논의들을 어떻게 모아내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온 국민의 힘을 실어 제도화 할 것인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소득양극화에 따른 먹거리불평등의 심화

우리 사회의 먹거리 불평등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학교급식에서의 차별은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학교를 벗어난 공간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고스란히 먹거리 불평등, 건강불평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아토피의 경우도 저소득층의 경우 2명중 1명이 발병하는 등 더 많이 노출된다는 보고가 있으며, 결식아동은 물론 쪽방촌의 거주하고 있는 결식노인의 경우도 사회복지시설에서의 급식제공이외에는 여타의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들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먹거리 양극화의 문제는 이런 절대 빈곤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대다수의 저소득층의 경우 끼니를 거르지는 않지만 고물가 시대 양질의 식사를 충분히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의식주(衣食住)가 아니라 식의주(食衣住)다, 식량주권은 국민의 기본권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의식주(衣食住) 중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식(食)’이 될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며 여기에는 어떠한 차별도 있어선 안된다. 모든 국민이 소득과 관계없이 질 좋고 신선한 음식을 언제든 섭취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은 먹거리 기본권 보장의 가장 전제가 되는 조건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국민 먹거리보장 부분은 명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헌법에서 그나마 이와 가장 근접한 포괄규정이라 할 수 있는 제 34조에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와 “②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 외 법률로써 보건의료기본법 제 10조 건강권에서 “①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와 “②모든 국민은 성별·연령·종교·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의 조항을 두고 있다. 또 국민건강기본법 제 15조의 영양개선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영양 상태를 조사하여 국민의 영양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영양에 관한 지도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와 같은 법적 내용들은 우리나라가 안전하고 적절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인권으로서 기본적 생존권인 ‘먹거리에 대한 권리’는 과거 기본적인 절대량의 확보에 국한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다수 구성원들의 절대량과 아울러 적적한 품질,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1996년, 비아 캄페시나에서 새롭게 제기한 ‘식량주권’이라는 개념 역시 이러한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모든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 적절성, 지속가능성 등을 중요 원칙으로 정해 전 세계적으로 먹거리 기본권 보장과 대안적 농식품체계의 상을 제시하였다. 

 

국민 먹거리 보장의 세계적 흐름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률은 쌀을 제외할 경우 5%대로 매우 낮은 편인데,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 기후와 가뭄으로 세계곡물가는 급등하고 있는데 여전히 핸드폰 팔고 자동차 팔아 식량을 사먹으면 된다는 입장이며, 심지어는 해외식량기지를 통해 식량자급도를 높이겠다는 위험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식량이 무기가 되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식량가 폭등으로 인한 제3세계 국가의  식량주권 상실의 문제는 필리핀 등 여러나라의 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세계 여러나라는 국가차원의 식량주권을 제도화하고 있다. 베네주엘라는 헌법과 토지법, 식량안보 및 식량주권법 등을 제개정하여 먹거리 분배와 보조, 토지개혁 등을 하면서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있고, 볼리비아나 에콰도르, 네팔 등도 국민 국가식량보장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는 국가식량보장법을 제정해 학교급식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6세 이하는 영양개선 프로그램을 진원하는등 선별적 먹거리 복지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 먹거리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있다. 

 

정부가 외면한 식량주권과 국민먹거리기본권, 이제 전국민 운동으로 이뤄내야

세계경제순위 10위권,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 그러나 국민 행복지수는 식량자급률처럼 세계에서 꼴등을 겨우 면하는 정도다. 여전히 먹거리 복지측면의 사각지대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턱없이 낮은 식량자급률은 FTA 등 완전자유무역과 기후변화 위기로 국민의 기본적인 식량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먹거리 불평등과 낮은 식량자급률로 인한 식량권의 위기는 우리사회가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진입을 막는 중요한 걸림돌들이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논의가 촉발되었던 보편적 복지사회로의 진입을 위해서도 먹거리 기본권 보장과 식량주권의 확보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일 될 것이다. 학교급식운동을 주도해 왔던 시민사회진영과 그동안 식량권 보장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농민운동진영은 이를 위해 국민먹거리보장정책기본법과 식량권보장기본법을 함께 준비 중이다. 모든 국민들과 함께 먹거리 기본권의 제도화를 위해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 프로젝트가 이제 시작된다. 부디 19대 국회의 주요법안으로 또 올 대선에 주요 의제로 떠오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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