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6-10   1049

[심층분석5] 역동적 복지국가와 조세재정전략


이 상 이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 교수





1. 서론



우리나라는 매우 발전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다.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의 핵심적 구조이고, 여기서 우리사회의 주요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가 지난 30여 년이라는 역사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걸쳐 경제사회적으로 ‘압축적인’ 초고속의 역동적 발전을 이루어온 까닭에 2010년 현재까지도 근대화의 과제와 정치사회적 민주주의의 과제 등에서 일부 더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들이 신자유주의의 기본모순 위에 중첩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문제의 본류에 비하면 부분적인 것이며, 비본질적인 사안들이라 하겠다. 결국, 신자유주의야말로 우리사회를 특징짓는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속에서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다. 대부분이 불안해하고, 결과적으로 행복지수가 세계적으로 낮다(김계연과 윤강재, 2009).


신자유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 작은 정부를 국정원리의 핵심으로 삼는 사조로서 통화관리의 엄격성,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등을 통하여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민경국, 2008). 신자유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작은 정부는 감세를 통해 정부의 재정규모를 축소하고, 각종 경제사회적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함으로써 자본과 시장에 대한 정치와 국가의 제도적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노선은 이것의 한 사례다. 이에 더해, 현실의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체제로서 금융자본주의, 주주자본주의를 출현케 하였는데, 이로 인해 자본이 생산영역에서 이탈하여 그 자체가 독자적인 이윤기회를 찾아다니는, 소위 금융자본의 자립화 내지는 금융화를 초래하였다(조원희, 2008). 즉, 금융이 생산에 봉사하는 기능에서 벗어나서 생산자본에 대해 우위에 서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자립화하였는데,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특징이다. 신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소득분배의 악화를 불러오는 양극화 성장체제다. 2000년 현재, 주요 국가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미국 0.357, 영국 0.326, 독일 0.277, 프랑스 0.273, 스웨덴 0.243, 덴마크 0.225, 일본 0.314, 한국 0.386 등이다(최병호와 김태완, 2005).


우리나라는 1994년에 금융자유화를 실시하였고, 세계화를 선언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경제 질서에 편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촉발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가 IMF와 미국이 제시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이행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가 구조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이정우, 2007). 그 결과, 한 나라의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6년 0.27에서 2006년 0.32로 악화되었고, 절대빈곤률은 3.51에서 12.76으로, 상대빈곤율은 8.73에서 16.37로 높아졌다(강신욱 등, 2006). 이러한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결과, 노동자와 서민의 생활이 갈수록 어렵게 되고, 중산층까지도 경제사회 생활의 불안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소위 ‘범 불안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일자리 불안, 보육과 보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의료 불안이 그것인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를 민생의 ‘5대 불안’으로 널리 홍보해왔다(복지국가소사이어티, 2007).


그래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부 식자층에서만 주로 사용되던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이제는 양극화와 민생불안이라는 부정적 함의를 지닌 채, 일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복지국가로의 길이 그것이다. 복지국가는 정책의 지향, 수단, 그리고 그 결과에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저 반대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적 감세가 아니라 공평과세를 통한 누진적 증세를 추진하고, 규제의 완화와 철폐가 아니라 시장실패의 극복, 사회 전체적 효율과 형평의 달성, 사회정의의 진전을 위해 경제사회적으로 필요한 각종 규제를 강화한다.




2.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



우리나라가 지금 주요 모순으로 당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의 구조적 불안으로부터 제도적으로 벗어나는 데 있어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들이 걸어온 복지국가의 경험으로부터 더 많은 교훈을 얻으려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들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경제성장의 성과도 좋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에서도 비교적 견고하게 잘 버티는 안정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김득갑, 2009).


지금은 과잉된 ‘자본과 시장의 자유’ 보다는 우리 사회에 과소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천착할 때이며, 이런 맥락에서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추구하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는 ‘토종’형의 한국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려는 세력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제위기를 올바르게 넘어서고 미래의 진보를 제대로 열려는 모든 진보개혁 정치세력에게는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 모델은 존엄, 연대, 정의를 3대 가치로 삼고, 다음과 같은 4개의 원칙을 기둥 삼아 구축되는데,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가 그것이다.


첫째는 보편적 복지이다. 보편적 복지는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아동수당, 고용보험과 실업수당, 국민연금 등)과 의료, 보육, 교육, 노인요양 등 사회서비스의 확립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는 중산층을 포함하는 국민 모두가 복지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국가복지체계(제도적 복지)를 말하는데, 이러한 복지체계는 자신의 처지나 조건과 무관하게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물적 조건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해 주며,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준다. 삶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력과 도전정신이 동시에 확보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둘째는 적극적 복지이다. 국민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말하는데, 이는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확대·강화를 가져온다. ‘맞춤형 특성화 교육체계’를 확립하고 ‘대상별 능력개발 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여기는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의 대상별 능력개발 시스템이 포함된다. 이러한 적극적 복지체계를 통해 개인의 지식·기술·건강 능력과 소양이 증대되어 똑똑하고 창의적인 국민이 되도록 하는 것(탁월성)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노동시장의 유연안정화, 이를 통한 사회·경제적 계층 이동성의 증대도 적극적 복지의 범주에 포함된다.


셋째는 공정한 경제이다. 균형·안정·협력적 경제구조를 확립할 때에만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적, 지속적인 발전을 해 나갈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화, 공정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의 구축, 산업자본에 조응하는 생산적·장기적 금융자본 체계, 금융의 공공성과 중소기업 지원체계, 협력적 노사관계와 노동권의 신장, 연대적·누진적 조세제도 등의 확립이 요구된다. 이러한 경제체계의 공정성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대책 없는 개방, 민영화, 규제 완화, 부자 감세, 작은 정부)에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으며, 민주정부의 강력한 개입, 즉 시장과 경제제도에 대한 사회적·민주적 개입과 유능한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넷째는 혁신적 경제이다.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창의성, 다양성, 유연성이 더 중요하고, 혁신적 중소기업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지구적으로 전환되는 지식경제체제에서 지식기반 경제구조를 확립하고 과학기술을 촉진하는 혁신적 경제를 추구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영역의 혁신이 요구되는 바,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파생될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응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의 요체가 정부가 보편주의 원리에 따라 제도적으로 주도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평생교육체계인데, 노동시장의 유연안정화를 포함하여, 혁신적 중소기업의 육성, 복지·교육·직업훈련·문화 클러스터의 구축, 지역단위 연구개발체계의 강화 등도 중요한 과제다.




3.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조세재정정책의 방향과 전략



1) 역동적 복지국가론에서 조세재정정책의 중요성



신자유주의는 ‘금융의 과잉’을 기본으로 하는 카지노 자본주의이므로 시장만능주의와 경쟁지상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 성장을 낳게 한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는 ‘보편적 복지’나 ‘적극적 복지’만으로는 부족하며, 경제의 영역에서 복지의 영역과 조응하는 정치사회적 규제와 조정(또는 통제)이 요구된다. 특히 중요한 것이 ‘공정한 경제’인데, 이를 위해 중요한 정책수단은 다음의 두 가지다.


첫째는 정제정책에서의 규제와 조정(또는 통제)이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화, 공정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의 구축, 산업자본의 혁신과 발전에 효과적으로 조응하는 생산적․장기적 금융자본체계, 금융의 공공성과 원활한 중소기업 지원 등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데 매우 중요한 정치사회적 규제와 조정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성취 가능한 것들이다.


둘째는 조세재정이다. 조세재정 전략은 적극(확장)적 조세재정정책을 통해 유능한 정부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에 효과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양극화를 극복하고, 역동적 복지국가를 열어나가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연대적․누진적 조세제도(공평과세)의 확립은 그 자체로서 경제주체 간 시장소득의 차이를 보정해주고, 이를 통해 확보된 정부재정은 진보적 산업정책(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축소, 혁신적 중소기업의 육성,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등)과 보편적 복지를 위해 지출됨으로써 산업과 경제의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수출경제와 내수경제의 통합적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또한, 충분한 재정능력을 갖춘 유능하고 큰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기존의 파행적인 기업별 노사관계가 아니라 노동권의 보편적 신장에 근거한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새로운 노사관계로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혁신적 경제’가 가능해진다.



2) 신자유주의 감세 논리에 대한 비판



감세정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한 우파정부, 레이건 정부와 대처 정부 하에서였다. 그리고 이 두 국가에서 1980년대에 시작된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정책은 세계화로 인해 이들 두 국가와 경쟁해야 하는 모든 선진국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즉, 1980년대 이후 법인세 및 소득세의 세율 인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전체적으로 관찰되던 현상이었다.


레이건 정부가 감세정책을 채택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공급중시경제학파의 대표적 이론 중의 하나인 래퍼곡선에 따르면, 세율이 증가할 때 세수가 점점 증가하다가 일정 세율(최적 세율)을 지나면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세수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레이건 정부는 이 이론에 근거해 미국의 세율이 최적수준을 넘었다 하여 대폭적인 감세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율 인하는 단기적으로 조세수입을 감소시키고 재정을 적자로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노동공급이 확대돼 조세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세율이 적정수준을 초과한 고세율 상황에서는 세율 인하가 조세수입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감세 관련 주요 논점을 정리한 기획예산처 보고서(2001)와 재정경제부의 보고서(2005)에 따르면, 감세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비해 경기진작 효과도 크지 않으면서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레이건과 부시 정부 시기 모두 경제성장률이 좋기는 했지만, 감세와 더불어 재정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꼭 감세의 효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보다 감세와 재정지출의 증가가 동시에 행해지면, 이는 대규모적 경기부양 정책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크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재정지출의 증가가 수요의 버팀목이 되었지만, 이에 더해 감세까지 시행됨으로써 재정수지의 악화라는 문제를 낳았던 것이다.


한편, 감세정책은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연구결과는 감세혜택이 고소득계층에 집중되어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로 인해 매년 23조 원, 현 정부 임기 동안만 90조 원의 세금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데, 감세혜택의 대부분은 부유층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조승수 의원실이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세 감면액의 57.3%가 소득이 4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추가로 양도소득세와 종부세의 부유층 감면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감면액의 76.4%가 4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돌아가고, 특히 소득이 1억이 넘는 최상위 2% 소득층에 감면액의 50%가 귀속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부는 세금 감면으로 부유층 소비와 대기업 투자가 늘게 되고, 이것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나라경제와 국민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감세 이후 고소득층의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대기업들도 투자보다 현금보유만 늘려갔다.


논리적으로, 감세정책은 경기부양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정부지출 증가 정책보다는 경기부양 효과가 작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계층 간의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동일한 적자재정정책이라 하더라도 감세정책은 정부지출 증대 정책보다 효율성 및 형평성에서 뒤떨어지는 정책이다. 또한, 감세와 함께 균형재정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지출규모를 줄이게 되면, 공공서비스가 축소되어 서민과 중산층이 누리던 혜택이 더욱 감소하고 이들의 삶이 곤궁해진다. 이와 같이 직접세를 줄이는 감세정책은 조세 측면에서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향후 복지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지출 측면에서도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킨다. 감세정책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감세의 최종 목적이 정부 복지지출의 축소에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감세를 통해 복지지출을 줄이려 하는데, 그렇다면 복지 프로그램은 낭비에 불과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복지지출인 제도적 복지(사회안전망) 지출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 자동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이 된다. 그 덕분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재정정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경기침체를 가볍게 탈출할 수 있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실업자 수가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업보험의 지급액 규모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특히, 이러한 장치(자동안정화 장치)는 경기침체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저소득층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감세와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선진국들이 모두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있고 복지정책을 축소하는 개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세율을 인하하고 복지지출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과도한 복지정책은 재정적자를 유발해 정부채무를 증가시키는 반면, 복지병을 야기해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현재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재정건전화를 위해 복지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많은 국가들에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그동안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던 데서 점차 줄어드는 것이고, 이러한 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케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OECD 국가들 대부분에서 조세부담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3) 우리나라의 낮은 복지지출 수준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인데, 이를 두 단계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은 일반정부의 지출규모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매우 적다. 다음의 [표 1]은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지출규모(일반정부 수준)를 보여준다. OECD 전체가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30% 정도를 차지한다. 일본과 미국이 37% 정도이며, 유럽 국가들은 40%대 후반, 50%대 초반이다.









































































































국 가


1990


2000


2003


2004


2005


2006


2007


프랑스


49.3


51.6


53.6


53.5


53.9


53.6


53.0


독일


44.5


45.1


48.3


47.0


46.8


45.7


45.0


일본


31.8


38.3


37.6


37.5


37.4


37.6


37.8


한국


20.0


23.9


30.9


30.9


30.9


30.9


31.1


네덜란드


52.5


43.4


47.1


46.6


47.7


48.1


46.6


스웨덴


61.9


57.4


58.7


57.3


57.2


57.1


56.3


영국


42.2


37.5


43.3


43.9


44.9


45.4


45.7


미국


37.1


34.2


36.7


36.4


36.6


36.9


36.6


유로권


48.0


46.4


48.3


47.7


47.9


47.3


46.9


OECD 전체


40.2


39.1


41.3


40.8


40.9


40.9


40.7


출처: OECD Economic Outlook 81 database, 2007.



다음으로, 지출구조 면에서 경제사업 비중이 크고 사회보장 비중이 작다. 다음의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2002년~2004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사회보호가 총지출의 10%가 조금 안 되는 수준에서 재정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이 그 다음으로 매우 낮은 비중을 차지하여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복지 수준이 미약하다고 하는 일반적인 인식이 확인되는 것이다. 한편, 복지정책이 약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영국도 37.8%를 사회보호에 투입하고 있어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40%가 조금 안 되는 수준을 복지재정에 투입하고 있다. 그 외,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의 유럽 국가들은 40% 후반까지를 복지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국 가


일반


공공행정


국방


공공질서


치안


경제


사업


환경


보호


주택․지역


개발


보건


오락문화


및 종교


교육


사회


보호


미국


1993


17.7


12.3


4.8


10.1



2.2


16.8


0.8


15.2


20.2


2004


12.9


11.6


5.8


10.0



2.0


20.5


0.9


16.8


19.5


영국


1993


10.8


8.2


5.0


6.9


0.9


3.2


12.8


1.5


10.3


40.4


2003


11.1


6.2


5.0


7.6


1.4


1.7


15.6


1.5


12.3


37.8


프랑스


1995


11.4


5.3


1.8


11.8


2.1


1.5


14.3


1.4


11.5


38.9


2003


13.2


4.4


1.9


8.9


2.2


1.7


15.7


1.5


11.2


39.3


독일


1993


14.1


3.3


3.4


10.2


2.2


1.7


12.5


1.8


9.3


41.5


2003


13.0


2.4


3.3


8.0


1.1


2.4


13.3


1.4


8.5


46.6


네덜란드


1995


17.7


3.3


2.4


8.7


1.5


12.1


6.9


1.6


9.0


36.8


2003


16.3


3.1


3.6


11.5


1.6


3.4


9.6


2.3


10.6


38.0


스웨덴


1995


17.8


3.7


2.1


9.0


0.3


4.2


9.4


2.8


10.6


40.1


2003


14.0


3.5


2.4


8.5


0.6


1.5


12.4


1.9


12.7


42.5


덴마크


1993


19.1


3.3


1.6


8.2



1.7


8.9


12.7


12.7


41.9


2004


14.0


2.8


1.8


6.4



1.5


10.5


3.2


14.8


45.0


일본


1993


7.1


3.0


4.3


17.0


5.7


3.2


16.8


0.6


13.7


28.4


2003


7.5


2.9


4.1


12.5


4.1


2.1


20.0


0.5


11.9


34.5


한국


1995


12.0


13.6


6.0


25.3


3.2


4.4


6.2


1.9


18.2


9.2


2002


12.1


9.8


5.5


22.9


3.2


3.8


12.6


2.4


18.1


9.7


출처: OECD(2005) Nationall Accounts of OECD Countries: General Government Accounts-Vol. IV-1993-2004.



그런데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를 보아서 현재의 공공사회지출 수준도 절대 낮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보면, 국민소득 1만 달러 단계에서 사회지출의 비중이 급증(GDP 대비 사회지출의 비중이 20% 수준에 도달)하고, 이후 경제성장에 따라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단계에서 한차례 증가한 후, 하향 안정세를 취한다. 실제로 OECD 평균 사회지출의 비중(GDP 대비 %)은 1만 달러일 때 18.84%, 1.5만 달러일 때 20.95%, 2만 달러일 때 23.0%, 2.5만 달러일 때 22.9%, 3만 달러일 때 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의 GDP 1만 달러 도달 시기의 사회지출의 비중(%)을 보면, 프랑스는 22.2%(’81), 독일 23.7%(’81), 이탈리아 19.8%(’81), 스웨덴 28.8%(’80), 영국 20.9%(’83), 미국 13.3%(’80) 등이었다. 미국의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일 때와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조세재정정책이 조세의 공평성과 재정의 규모(복지지출) 면에서 크게 미흡(표 3 참조)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① 소득분배의 악화(사회양극화 심화)와 ② 미흡한 제도적 복지(특히,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보편적 복지의 근본적 취약)를 초래하였으며, 이것이 중산층을 포함한 광범위한 민생 불안(소위 5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연도


지니계수


(소득분배 불평등도)


재분배 규모


(지니계수 개선율, %)


원래소득


재분배소득


전체


조세


공적이전


벨기에


1997


0.481


0.260


45.9


13.1


32.8


덴마크


1992


0.426


0.236


44.6


10.6


34.0


네덜란드


1999


0.440


0.248


43.6


15.3


28.3


스웨덴


2000


0.447


0.252


43.6


8.3


35.3


핀란드


2000


0.430


0.247


42.6


9.8


32.8


독일


2000


0.459


0.264


42.5


12.0


30.5


프랑스


1994


0.485


0.288


40.6


3.5


37.1


노르웨이


2000


0.406


0.251


38.2


9.9


28.3


오스트리아


1994


0.452


0.311


31.2


10.8


20.4


영국


1999


0.500


0.345


31.0


5.8


25.2


캐나다


2000


0.413


0.302


26.9


9.7


17.2


미국


2000


0.469


0.368


21.5


10.7


10.9


12개국 평균


0.444


0.281


36.6


9.8


26.8


한국


1996


0.302


0.298


1.3


한국


2000


0.374


0.358


4.3


주: 재분배소득은 원래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연금+기타 사적소득)에서 조세를 제외하고 공적이전을 더한 것임. 공적이전=공적 퇴직연금+실업수당+일반가족지원금+질환보조금+상해보조금+장애보조금+산후보조금+군인보조금+기타 소득보전금. 조세=소득세+강제사회보장세.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분배 상태가 불평등함.


출처: Malher and Jesuit(2004)는 엄밀한 국제비교가 가능한 LIS(Luxembourg Income Study) 데이터를 이용하여 계산함. 한국에 대한 수치는 유경준(2003)에서 인용. 이영(2008)에서 재인용.



[표 3]은 말러와 제주이트가 원래소득과 재분배된 소득에 대해서 각각 지니계수를 계산하여 소득재분배의 규모를 분석한 결과이다. 재분배소득은 원래소득에서 조세를 제하고 공적이전을 더한 소득을 의미한다. 원래소득보다 재분배소득의 지니계수가 크게 낮을수록 소득재분배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OECD 12개 국가들에서 평균적으로 조세와 공적이전을 통해 지니계수가 0.44에서 0.28로 바뀌어 형평성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선효과가 미미하다. 우리나라의 재정 및 조세정책은 양쪽 모두에서 분배보다는 성장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 일부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힘입어 불평등이 점차 완화되었던 점을 반영하여 그래도 외환위기 이전에는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는 소득분배가 다소 평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소득불평등도가 매우 높아졌는데, 소득재분배 정도는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실질적으로 복지예산을 줄이고 있다. 매년 국회에 제출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비교해봤을 때, 사회복지분야의 지출 예산 및 지출 증가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작성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과거 계획에 비해 복지지출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데, “07~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나와 있는 향후 5년간 복지 분야의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9.7%에 이르렀으나 “08~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8.7%로, “09~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6.8%로 줄어들고 있다(표 4 참조). 2011년도 복지예산 지출 규모를 비교해 봤을 때도 계속 줄어들었는데, 07~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으로 88.9조 원이었던 복지예산은 09~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으로는 85.3조 원으로 무려 3.6조 원이나 줄어들었다(표 4 참조).



[표 4] 연도별 사회복지․보건 분야 투자계획


(단위: 조 원)













































국가재정


운용계획


07


08


09


10


11


12


13


증가율


07~11년


61.4


67.5


74.7


81.9


88.9




9.7%


08~12년



67.7


73.7


80.3


87.2


94.4



8.7%


09-13년




74.6


81.0


85.3


90.7


96.9


6.8%



4)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공평과세 강화 및 증세 전략



(1) 예산절감, 탈세방지를 통한 재원 마련



새로운 재원 마련 없이 지출만 늘리면, 1990년대의 일본과 같이 정부채무가 계속 증가해서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 방안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원 마련은 예산의 낭비를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논리에 의해 건설되는 도로, 철도, 공항 등의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수요예측, 타당성 조사제도, 예산실명제 등이 정교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예산 낭비적 사업 자체의 수를 줄이는 동시에 공공사업 발주 과정에서 새나가는 낭비도 줄여야 한다. 공공사업을 발주할 때 정부가격(설계가격)이 시장가격(하청가격)보다 매우 높아 낭비가 발생해왔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2006년 5월 16일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규모를 3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저가낙찰제는 말 그대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에게 공사를 주는 방식으로 공공건설 사업에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300억 원 이하 공사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 않다. 정세은과 윤종훈(2007)은 수의계약을 제외하고 최저가낙찰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연간 6.6조 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재원 마련을 위한 또 다른 기본전략은 탈세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세청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부유한 의사, 변호사, 고급 음식점 주인 등의 사업소득이 과세대상에서 빠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성명재(2008)에 따르면, 2003~2006년 소득 및 국세 세입자료 등을 근거로 사업소득세의 소득포착률 및 탈세 규모 추정 보고서에서 자영업자들의 소득 30%는 여전히 세금 탈루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탈세되고 있는 종합소득세는 6조 1,262억 원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탈루소득을 기초로 소비성향을 분석해 계산한 부가가치세 탈세 규모는 1조 3,117억 원으로 자영업자들은 총 7조 4,379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정책을 통하여 적어도 13조 원 정도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선은 이러한 재원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그 성과를 느낄 수 있는 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국가복지의 강화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떤 사업을 우선적으로 시작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 이렇게 예산낭비의 절감과 탈세의 방지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으로 국민 모두가 그 혜택을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 복지사업을 우선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보편적 복지를 제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 공평성 회복과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



[표 5]는 OECD 국가들에서 각 조세 항목의 조세수입액을 ‘GDP 대비 비중(%)’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OECD 평균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 개인소득세임을 알 수 있다. OECD 평균이 GDP 대비 9.1%의 개인소득세를 걷고 있는데, 우리는 고작 3.4%를 걷고 있다. 이에 비해, 법인세는 OECD 평균에 근접해 있으며, 소비세와 사회보장분담금의 경우 OECD 평균보다 다소 낮고 재산세는 다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5] OECD 국가들의 조세별 세수 규모 비교, 2004년 (GDP 대비 %)
































































































직접세


사회보장분담금


재산세


소비세


개인소득세


법인세


피고용자


고용주


합계


미국


8.9


2.2


3


3.4


6.4


3.1


4.7


영국


10.3


2.9


2.8


3.7


6.5


4.3


11.5


프랑스


7.4


2.8


4.0


11.0


11.4


3.3


11.1


독일


7.9


1.6


6.1


6.9


13.0


0.9


10.1


스웨덴


15.8


3.2


2.8


11.3


14.1


1.6


13.0


덴마크


24.7


3.2


1.1


0


1.1


1.8


16.0


일본


4.7


3.8


4.3


4.5


8.8


2.6


5.3


한국


3.4


3.5


3


2.1


5.1


2.8


8.9


OECD


9.1


3.4


3.0


5.5


8.5


1.9


11.4


출처: OECD 자료.



소득세가 특별히 적게 걷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선은 각종 비과세ㆍ감면 제도와 탈세로 인해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자 2명 중 1명, 종합소득자 3명 중 1명 이상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과세ㆍ감면 조치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득세를 적게 내고 있지만, 상위계층의 세금 부담이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작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종석(2008)에 따르면, 근로소득자의 경우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상위 10% 소득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소득 대비 유효세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자산소득에 대해서도 제대로 과세되지 않고 있다. 결국, 소득세에 있어서 조세의 공평성이 무너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가장 향후 가장 중요한 세제개혁의 방향은 바로 소득세에 있어서 조세의 공평성 회복, 그를 통한 세수의 확대여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배당소득세와 자본이득세가 제대로 걷힌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주주를 제외하면 배당소득세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가 되고 있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비과세되고 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기업의 이익이 크게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는 저조하였다. 이와 같은 구조 하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도 투자는 크게 유발하지 못하는 대신, 그 혜택은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가고 국가의 세수만 축소될 것이다. 결국, 법인세 인하 정책은 부작용만 크다. 또한 법인세 세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굳이 세율을 인하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를 살펴본 결과, 결론적으로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한 조세개혁 방안은 무엇보다 개인소득세에서의 ‘공평성 회복을 통한 세수 증가’가 주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 외에도 사회보장분담금의 기업 기여 비중의 증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조세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과 덴마크의 소득세 세수가 많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세야말로 소득재분배와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재원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득세 체계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낮은 소득세율, 탈세, 광범위한 비과세ㆍ감면제도 및 불로소득에 대한 미진한 과세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공평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첫째, 비과세ㆍ감면 혜택의 과감한 축소가 필요하다. 둘째, 양도소득과 마찬가지로 불로소득인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불로소득에 대한 공평과세를 확립하는 것과 동시에,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조장하여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간이과세 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장차 개인소득세 과표구간의 조정과 세율 조정을 통해 개인소득세 세수의 추가 확보를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세율 조정은 물론 누진율의 상승을 동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소득세는 대부분 나라와 마찬가지로 누진세율이 적용되지만 그 최고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8,800만 원 이상 과세구간에 대해서는 최고 3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스웨덴의 개인소득세 최고 누진율은 56.55%이며, 2008년 겨울의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오바마 정부의 미국은 35%에서 39.6%로, 영국도 40%에서 50%로, 독일도 45%에서 47.5%로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복지국가 전략을 추진하려면, 8,800만 원 이상의 연 종합소득에 대해 과세구간을 더욱 세분화하는 등 누진소득세의 과표구간과 세율에 대한 재편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세 과표구간의 조정이나 세율 조정을 통한 소득세 증가는 강력한 조세저항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이렇게 증가한 조세의 혜택이 납세자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따라서 우리와 비슷하게 소득세 비중이 매우 낮았던 프랑스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프랑스는 복지지출의 증가에 따른 재원 마련을 위해 1990년에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사회보장기여세(CSG)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때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반드시 복지지출에만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였다. 소득에 누진적으로 부과되므로 일종의 소득세인 셈인데, 복지에만 사용되는 목적세로 도입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당장은 이러한 방식의 목적세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복지지출의 증가와 이를 위한 재원의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다소의 시차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복지 프로그램을 먼저 확대하면서 조세정의와 세수증대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혁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자재정(국채발행)을 통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적극적 재정정책)가 국민총생산의 증가(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를 가져오기도 하므로 약간의 시차 발생은 재정건전성에 우려할만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데,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 이외에도, 부자감세와 토건사업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부분이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을 국가복지의 제도적 확대를 위해 지출하였더라면, 경제위기의 더 나은 극복뿐만 아니라 복지국가로의 진전에 크게 유익하였을 것이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세계화로 인해 조세경쟁과 규제완화 추세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재정 및 조세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복지국가이다. 이 국가들의 대부분이 일찍부터 복지국가체제를 실현해 왔다는 점에서, 잘 살게 된 이후에야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복지가 성장과 배치되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경제위기 시에 임금인상 자제 및 복지 강화라는 대타협을 이루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의 유연화가 강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내기 위해 요구되고 있는 개혁이란 바로 ‘역동적 복지국가’의 확립일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단순한 사회안전망의 제공을 넘어서서 경제 전체에 유동성과 역동성을 높여 주고,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자동적 경기조절장치가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인적자본에의 투자를 가져와 성장잠재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 당장, 사회서비스의 증대는 직접적으로 고용의 증대로 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재원 마련 없는 복지확충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산의 낭비와 탈세를 막음으로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동시에 비과세ㆍ감면제도의 정비, 금융소득, 부동산투기 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세율이 낮은 편이므로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누진율을 현재보다 강화해 ‘수직적 공평성’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고소득층에게 현재보다 더욱 큰 사회적 책임을 지게 하는 동시에 간이과세제도를 정비해 저소득 자영업자들 사이에 만연한 탈세 분위기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즉, 단순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이 아니라 진정한 ‘공평과세’를 통한 증세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렇게 ‘공평과세’라는 재원 마련 전략을 제시한다면, 보편적 복지의 제도적 강화와 ‘역동적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사회복지세 도입 방안에 대한 검토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은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해당 납세액의 15~30%를 가산하는 방식(surtax)의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고(표 6 참조), 사회복지세 재원은 오로지 복지확충을 위한 재원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회복지세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조승수, 2010). 이에 따르면, 사회복지세의 30%와 20%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사회복지교부세와 교육복지교부금을 각각 신설하는 방법으로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으로 지원하여 지자체의 복지재원 및 학생복지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나머지 50%는 중앙정부로 하여금 아동수당 신설, 국공립보육시설 확대나 저소득층 및 실업자 지원 확대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표 6] 조승수 의원 입법안의 사회복지세 과세대상 및 세율





































구분


과세표준=납부세액


세율


소득세할


400만 원 이하


0%


400~1,000만 원


15%


1,000만 원 초과


30%


법인세할


5억 원 이하


0%


5~100억 원


15%


100억 원 초과


30%


상속증여세할


금액에 관계없이


30%


종합부동산세할


금액에 관계없이


30%


*출처: 조승수, 2010.



조세재정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이루어진 감세 정책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일이다. 그리고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과 함께 단계적인 증세에 나서야 할 것인데, 사회복지세를 목적세로 도입하는 방안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주창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조세재정전략’에 부합하는 증세방안의 하나로 인정된다. 다만, 조승수 의원이 제안하는 것처럼, 5%의 상위 소득자에게만 사회복지세를 부과하는 것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소득세를 내고 있는 모든 납세자에게 누진적으로 목적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옳을 것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는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 과세를 하는, 즉 ‘넓은 세원과 공평한 과세’가 원칙이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자의 50% 정도는 현재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도 사회복지세를 부과하는 것이 옳다. 상위 5%가 아니라 개인소득세를 납부하는 모든 국민에게 부과하되, 세율은 ‘공평과세’의 원칙이 잘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다. 거칠게 고찰해보더라도, 위의 [표 6]에서 소득세 납부액 천만 원을 초과하는 과세대상에 대해서는 조승수 의원의 제안대로 소득세 납부액에 30%의 부가세를 그대로 적용하고, 400만 원 이상 천만 원까지의 구간에서는 20%의 부가세를, 400만 원 이하의 소득세를 납부하는 모든 납세자에 대해서는 10%의 부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수도 약 2조 원 이상 더 늘어날 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사회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특정 계층(5% 부자)을 표적으로 해서 정치적으로 마녀사냥을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복지국가 운동의 과정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복지국가 운동의 조세재정 원칙은 ‘공평과세’이어야 하는데, 이는 조세가 연대적이고 누진적이되, 소득이 있는 자는 누구나 능력에 따라 복지국가를 위해 납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14일자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창간 22돌 한겨레 여론조사는 장차 역동적 복지국가 운동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72%는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모든 국민에게 복지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이 가난한 사람에게만 복지혜택을 주는 잔여주의 선별적 복지보다 모든 이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를 선호한 것이다. 가구소득별로 보면, 월 200만 원 미만 응답자의 66.9%, 월 200-400만 원 응답자의 74.4%, 월 400만 원 이상 응답자의 77.7%가 ‘보편적 복지’를 선호하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앞서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의 신자유주의 경제사회정책과 잔여주의 복지정책으로는 양극화와 민생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과 공평조세와 적극적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조세재정전략이 우리 현실에서 충분히 먹혀들어갈 정치사회적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갖게 한다.


2008년 OECD 조세부담률 평균은 26.6%였고, 여기에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 평균이 9.1%이므로, 이 둘을 합한 국민부담률 평균은 35.7%였다. 동 시기에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 20.8%,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 5.8%, 국민부담률은 26.6%였다. 양자 간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 차이는 각각 약 6%포인트와 약 9%포인트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평균 수준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목표로 한다면, 우리나라 GDP를 1,000조 원으로 잡을 경우, 조세수입은 약 60조 원이 늘어날 것이고, 사회보장기여금은 약 30조 원 늘어날 것이다. 공평과세의 원칙에 따라 이러한 정부재정이 추가적으로 마련되고, 이것이 보편주의의 제도적 복지에 주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한 중간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 조세재정 전략은 원칙적이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우리는 재정의 건전성만을 걱정하여 과감한 복지지출을 꺼려하지 말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선 복지지출-후 증세’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의 북유럽 복지국가들도 이러한 경과를 밟았으되, 현재 이들 정부의 재정은 매우 건전하다.


지금은 감세를 철회시키고 조세정의를 확립하고 공평과세의 원칙을 실행하는 것과 함께 사회복지 목적세를 도입하는 정치사회적 운동을 조직해야 할 때다. 이후 단계적으로 공평과세를 통한 본격적인 증세 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는 많은 난관과 정치사회적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딪히며 해쳐나가야 한다. 복지국가를 향한 밑으로부터의 광범위한 요구를 표출하는 시민정치운동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정치질서가 필요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필적하는 복지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차 우리가 추구하는 역동적 복지국가 전략의 일부가 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