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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9.01
  • 162

그린 뉴딜, 기후위기 시대 생존 전략을 짜자1)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 지역에너지전환을위한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북극 빙하 면적이 약 4분의 1 정도밖에 여름철 기준으로 해서 남아 있지 않다.” “2000년대 이후에 북극이 급격히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 얼음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북극 빙하가 4분의 1로 줄었다니 섬뜩한 경고다.

 

기후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2020년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각인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긴 장마로 비가 54일간 내렸다. 게다가 1973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7월 평균 기온이 6월보다 낮았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 홍수, 산불, 가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의 이런 이상기후는 지난 150여 년 동안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가 지구 평균 기온을 1도 올렸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전망하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은 1.5도, 앞으로 8년만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40년 우리는 1.5도 상승한 지구에서 살아야 한다.

 

기후위기는 화석에너지를 태우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지구 평균기온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안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순증 제로(Net Zero)를 달성해야 하고,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 앞에 엄청난 숙제가 놓여있다. 탈탄소 대전환,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그린 뉴딜이다.

 

그린 뉴딜은 탈탄소 사회 대전환 정책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그린 딜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순증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 목표도 상향조정한다. EU는 그동안 교토의정서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2% 줄인 상태이다. EU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 줄인다고 했는데, 그린 딜을 통해 50~55%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조정에 따른 산업 부문의 부담을 고려해 2021년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은 EU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한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30년 전력생산부문 탄소 배출 제로, 2050년 순증 제로 달성을 공약하고 나섰다.

 

지난 7월 14일 우리나라도 한국판 뉴딜의 하나로 그린 뉴딜을 발표했다. 그린 뉴딜로 2025년까지 총 73.4조 원(국고 42.7조 원)을 투자해 65만 9천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0년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은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원전과 4대강을 제외한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 한발도 못 나아갔다. 그린 리모델링,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와 같이 프로젝트형 사업의 나열에 그쳤다. 환경부는 그린 뉴딜로 1229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밝혔는데, 우리나라의 2017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1천1백만 톤이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EU와 미국의 그린 뉴딜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이 빠진 그린 뉴딜

탈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은 명백한 승자와 패자가 있는 영역이다.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질서 있는 빠른 후퇴를 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EU의 그린 뉴딜을 보면 10년간 투자하는 1조 유로 중에서 1000억 유로는 정의로운 전환 기금으로 석탄 발전 산업과 노동자 대책에 투입한다. 전환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공정 전환'을 표방하고 있으나 내용은 석탄발전 지역에 재생 가능 에너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린 뉴딜이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정부 정책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 국토부는 7월 6일 총사업비 7800여억 원을 투입해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항 건설사업은 제주 제2공항, 동남권 공항,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등 여섯 곳이 넘는다. 삼척·강릉·고성 등 현재 7기의 추가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 석탄발전에도 계속 투자한다. 세면대에 물이 흘러넘치는데 수도꼭지 물을 틀어둔 채로 물을 몇 바가지 퍼내는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굳이 '뉴딜'이라고 명명하지 말고 녹색 경기부양책 정도로 발표하는 것이 맞았다. 뉴딜이라는 용어를 쓰는 순간 정책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발표한 자료에서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을 사회적 합의(Deal)에 기반, 구제(Relief), 회복(Recovery), 개혁(Reform)에 중점을 두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경기 회복뿐 아니라 자유방임주의 종언, 독점자본주의 모순 시정, 미국 복지제도의 토대 형성 등 철학·이념·제도의 대전환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평가를 해놓고는 한국판 뉴딜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 경로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독한 성장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린 뉴딜을 뉴딜답게 재구성하자

그린 뉴딜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과 기후위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으로 두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불평등 해소를 추구하는 개혁 정책이어야 했다. 농업·생물다양성·폐기물·오염물질 관리 부문이 빠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회 전 영역을 아우르는 대책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그린 뉴딜을 그린 뉴딜답게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한국의 경제·사회·교육·문화 정책 전반을 모두 뜯어고치는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그린 뉴딜에서 사회적 합의(Deal)를 만들어내야 한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합의에 따라 2030년까지의 기후변화 대응 기여방안(NDC)과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2020년 12월까지 UN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장차 순증 제로 사회를 지향한다"고 밝혔던 그린 뉴딜의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가는 남은 4개월의 논의에 달려있다.

 

기후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는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산업을 하루빨리 전환해야 좌초자산을 줄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2030년 감축 목표가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란, 시장이나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자산을 말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탈탄소 경제사회로의 태세 전환은 전방위적인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전 국민이 파리협정과 순증 제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탈탄소 사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이 1순위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2050년 순증 제로 목표를 제안하고 이를 국회에서 준비 중인 그린 뉴딜 기본법에 담아야 한다. 그린 뉴딜 기본법에 정부 모든 부처의 정책과 사업에 탄소 예산과 탄소영향평가제를 도입해 감축 목표를 이행·점검·평가하고,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실행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 계획', 즉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송 부문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한 정책과 실행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 탈석탄, 탈내연기관 시점 설정과 관련 제도 마련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의로운 전환 법제화와 기금마련도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2050년을 향한 대안경제 구축

이처럼 그린 뉴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경제와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것은 당장에 떨어진 숙제이다. 동시에 코로나19와 기후재난을 겪으면서 “어떤 경제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각종 재난의 빈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시민의 삶을 지키는 생활경제, 대안경제가 필요하다. 자본주의가 초래한 환경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대안경제는 경제활동의 주체, 공간, 목적, 작동방식 부터가 달라야 한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순증 제로를 달성하려면 꼭 필요한 생산과 소비로 경제규모를 축소해야 하고, 상품과 인간의 이동 자체를 줄여야 하기에 지역 단위 생산과 소비가 중요해진다. 국가 간의 이동이 감염병으로 통제되며, 수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해지면 수출주도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내수가 중요한데, 내수도 어떤 생산과 소비인지를 따져야 한다. 첫째, 한정된 자원을 사용해 생산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가 둘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생산과 소비인가 셋째, 기후재난에 대응해 지역사회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대안경제는 지역기반 사회적경제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지역을 기반으로 시민의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지역사회 회복력 증진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그린 뉴딜과 연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의 기업들이 이미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그린 뉴딜과 만날 수 있는 영역은 에너지, 건물, 교통, 폐기물, 생태계 보호와 생물다양성, 교육, 재난 대비, 돌봄, 건강과 의료, 예술과 놀이, 먹거리 등 다양하다.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일이면서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에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상기후에 대비해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고, 새로 짓는 건물은 에너지제로 건물로 노후건물은 그린 리모델링을 하는 일에 돈을 써야 일자리도 만들고 온실가스도 줄인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교육을 하고, 강과 숲을 가꾸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시민들도 재난에 안전할 수 있도록 재난대비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전환 부문에서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4개의 발전소에서 연간 3299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전기를 판매하는 수익 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 시공, 전기공사, 유지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서울시 동작구 상동 3·4동 일대 성대골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마을닷살림협동조합, 국사봉중 생태에너지전환 사회적 협동조합, 성대골 에너지협동조합 등 3개의 사회경제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저층 주거지 노후주택 에너지 효율화 리모델링과 마을 일자리를 연계할 수 있다. 2008년 원주에서 시작한 집수리 사회적 협동조합인 ‘노나메기’는 ‘단열과 기밀’을 강조해 주택에 에너지를 결합해왔고, ‘주택에너지진단사 제도화’에 기여하였다. ㈜녹색친구들은 사회주택 건설과 운영에 제로에너지주택 건축 등 그린뉴딜 요소를 적용하여 에너지절감과 환경문제 해결, 주거복지를 연계한다.

 

2019년 출범한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은 강·하천의 생태 복원, 강 문화 콘텐츠 발굴, 에코투어(생태관광)를 하고 있다. 샛강생태공원을 위탁 운영(우리나리 최초의 생태공원)하고 있으며, 장항습지 110만 평을 관리하고, 여주 남한강 재자연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강 가꾸기, 생물다양성 보호, 생태계 조사는 사회적 경제의 확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기후재난에 대비해 회복력을 갖춘 공동체를 만드는 일도 사회적 경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는 재난대비 공동체의 대응력을 길러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공동체가 기후위기 재난에 대응하는 지역의 회복력을 높이는 일, 매뉴얼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일도 사회적 경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이다.

 

지자체, 토건 대신 사회적 경제에 예산 투입해야

사회적 경제가 그린 뉴딜에서 역할을 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가 사회적 경제 지원을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중간지원 전달체계를 강화하며, 부처별 분산된 사업을 통합해 규모를 키우고, 민간위탁제도, 입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가 코로나19로 무너지는 지역경제를 사회적 경제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지자체도 공공일자리 창출 사업을 발굴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태양광탐사대, 기후에너지 활동가를 공공 일자리로 채용했다. 그린 뉴딜과 연결할 수 있는 사업으로 공공 일자리를 통해 성장한 시민이 지역에너지센터나 지역의 에너지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예산 투입방식과 대상을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에서 계획중인 대규모 토건사업이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시대에도 유효한지를 검토하고, 좌초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이는 토건사업이라면 과감히 접고 그 예산을 사회적 경제와 인건비로 전환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지자체도 예산이 사용되는 목적과 방향을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역량강화에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급격히 다가오는 기후위기 모두 걱정거리이다. 한편으로는 기후위기에 적응하면서, 한편으로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린 뉴딜이 사회적 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노아의 방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간이다.

 

1)  이 글은 2020년 8월 13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 '그린 뉴딜'이라고 하지 말지”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 정책 긴급점검 ③]과 생협평론 “사회적경제로 그린 뉴딜하기”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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