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약가개혁이 아닌 진짜 약가개혁을 해야 한다

전면적인 약가계약제, 특허의약품 가격인하 방침 반드시 포함돼야

5월 3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현행 네거티브리스트방식을 포지티브리스트로 바꾸어 약가협상 제도를 도입하고 수량-가격 연동제 등을 도입하여 약가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주장해온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약가절감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약제비 절감정책 발표를 일단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5월 3일 발표된 정책은 약가절감을 이루기에는 지나치게 소심하며 부분적인 조치라고 판단된다.

첫째, 복지부의 포지티브리스트는 신약에 대해서만 포지티브 리스트 및 약가계약제를 적용하는 것이지 기존 약은 사실상 그대로 인정하는 지극히 협소한 내용이다. 정부는 이 이유로 기존 약제에 포지티브리스트를 원칙적으로 시행할 경우의 정책시행의 기술상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그러나 포지티브리스트의 핵심은 보험자가 그 구매력을 바탕으로 약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것이다. 설령 성분별 등재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뒤로 미룬다하더라도 기존 약에 대해 약가협상까지를 포기하는 것은 기존약제에 대한 포지티브리스트 적용을 아예 포기한 것과 같다. 우리는 최소한 모든 기존약제에 대해 약가계약을 다시 맺는 것이 포지티브리스트의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현행제도를 유지하면서 이름만 포지티브리스트라고 부르는 것 이상이 아니다.

둘째, 이번 정책의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구매자가 그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계약의 주체로 설계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약가계약을 수행하는 온전한 주체여야 함에도 심사평가원이 외부에서 예상가를 미리 산정한다는 것은 공단의 약가계약자로서의 약가절감능역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현재처럼 심사평가원의 약제전문위원회가 제약협회와 공급자가 절대다수로 이루어진 구조에서 이러한 설계는 포지티브리스트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복지부의 세 싸움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이기주의적 행태가 제도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매우 곤란하다. 약가계약의 주체는 명실상부한 구매자로서의 건강보험공단이 되어야 하고 ‘예상가 제시’와 같은 불필요하고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외부기능의 설계는 폐기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정책실현의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발표 대로라면 부분적이고 소극적인 금번 약가절감 방안조차도 제약회사등과 상의하여 9월에 실시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대책 실행 여부조차도 불투명하다. 우리는 복지부가 양질의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야한다는 의무사항을 제약회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부여받았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바란다. 또 기존약의 등재를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지 구체적인 시행기구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복지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등이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식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정책이 이해당사자들과의 갈등으로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왜곡되는 과정을 수차례 경험하였다. 제약회사와 복지부 관련 기구들의 이해를 조정한다는 미명으로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 안에 확실한 제도 추진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미 정책의지가 훼손되어 있다고 평가되어 지며, 우리는 이를 심히 우려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약가절감 정책내용에서 ‘혁신적 신약’의 약가결정구조나 신규의약품의 약가결정구조 등 외국제약회사들의 특허의약품 절감 관련정책이 빠져있다는 문제를 심각히 지적한다. 약제비증가의 주요원인인 특허의약품과 관련한 제도를 바로잡지 못하고서는 약가절감정책은 실효성이 발휘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정책이 복지부의 의도대로 한미 FTA 사전협상 의혹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려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약들에 대한 약가결정과정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번 정책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발표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의약품관련 제도개혁이 보건복지부가 한미 FTA를 통해 약값폭등과 다국적제약사들의 의약품 특허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합의하면서 겉으로만 보기 좋은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름만 약가개혁이 아닌 진정한 약가개혁을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내용이 시행되어야만 한다. 정부는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

참여연대,보건의료연합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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