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5-11   637

의료급여를 둘러싼 최근 정책 동향

들어가는 말

최근 의료급여 문제로 정부가 부산하다. 유시민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처음 받은 숙제는 연금문제가 아니라 바로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급여진료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신임장관은 ‘의료급여 재정혁신 희망 기동대’까지 만들었다. 의료급여제도에 대해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보건복지부만이 아니다. 최근 기획예산처는 국가재정운영 개편작업의 일환으로 의료급여제도의 지불방식, 전달체계 등, 제도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변화 주장하고 있다.

왜 소란스러운가?

의료급여제도가 가진 제도적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새삼스레 소란스러운가? 낮은 보장수준과 차별로 힘들어하는 176만 명의 의료급여 수급권자 때문인가? 아니면 의료사각지대에서 고생하고 있는 300만 명이상의 저소득층 때문인가? 물론 아니다. 작금의 이 소란스러움은 최근 의료급여진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2005년 진료비 청구액은 약 3조 3천억이고 이것은 전년대비 26.8%나 증가한 수치이다. 4-5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증가가 계속될 경우, 의료급여 재정부족액은 올해 약 4,500억에 달해 진료비 지불 불능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응

이러한 급격한 재정증가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현재까지 내놓고 있는 안들은 ‘특별심사 및 심사조정 강화,’ ‘수급자 신고보상제 강화,’ ‘수진자 내역조회,’ ‘약국의 허위부당 청구 발굴’ 등이다. 요약하면, 이른바 ‘부정수급자’를 잡아내고, 의료급여대상자들의 ‘부정 의료서비스’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표 1]정부의 재정안정화 대책 (2005 ~2006) – 생략

기획예산처 등이 내놓고 있는 안은 보건복지부안과 조금 다르다. 제한된 자료로 그 심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거칠게 요약하면, 우선 의료급여에 들어가는 연간 지출의 상한선을 ‘총액예산제’라는 방식으로 묶고, 의료급여대상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불은 인두제로 묶어 전체 서비스를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해 버리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대응의 문제점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의료급여대책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정부는 기본적으로 의료급여 진료비의 증가이유를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급여진료비의 증가는 대상자 수의 증가와 노령화가 주 원인이다. 또한 진료비의 낭비는 기본적으로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공급체계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급자가 아닌 정부와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주 원인인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상황진단에 기초한 정책대안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둘째, 현재 의료급여와 관련한 대부분 정책결정은 중앙정부의 건강보험과 기초생활보장 등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그 정책에 대한 책임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이나 권한을 가지지 못한 의료급여부문과 지방정부가 떠맡고 있다. 이른바 ‘권한과 책임의 유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에는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정책에는 건강보험이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의료급여로 밀어내는 기전을 막는 장치가 없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셋째, 대규모의 차상위 계층, 낮은 보장성과 차별 문제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재정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정책은 그 자체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설령 대상자를 10만 명 줄인다 해도 여전히 300만 명의 의료급여수급 ‘대기자 명단’이 기다리고 있고, 보장수준을 낮추려 해도 수급권자는 이미 너무 낮은 보장성과 각종 차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상과 같은 정부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행할 경우, 의료급여비용의 ‘적절한’ 억제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는 반면, 의료급여대상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접근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차별과 낙인은 이들이 인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날로 커지는 사회양극화 속에 우리 사회는 마지막 삶의 보루인 건강안전망마저 작동하지 않는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향후 바람직한 정책방향

해결방법을 찾기 어려울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의료급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부담은 사회전체가 함께 진다.”는 원칙이 견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원칙 위에 일관성 있는 정책들을 올려놓을 수 있다.

또한 의료급여제도의 개혁은 ‘재정절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견고한 건강안전망의 구축’과 ‘지속가능한 효율적 재정운영’이라는 두 개의 견고한 기둥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의료급여제도의 개혁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현행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위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건강보장체계 전반의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금의 의료급여문제는 의료급여부문 자체의 사안별 부분대응으로 해결할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따라서 현행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통합운영, 주치의 등록제 등을 포함하는 지불보상제도와 전달체계의 개편, 보건과 복지, 중앙과 지방정부간의 역할분담 등 의료보장체계와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개혁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각종 차별적 상황들이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나 총리실 산하 ‘국민건강보장위원회(가칭)’를 구성 운영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격동기일수록 더욱 절실한 것이 있다. 여전히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이들을 향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바로 그것이다.

신영전 / 한양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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