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4-10   459

[편집인의 글] 이번이 가장 나쁘다

정치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번이 가장 나쁘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해왔다.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앞으로 나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그리 어렵지도 않게(?) 무너져버리곤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별 무리 없이 통하는 유머나 농담은 정치인의 도덕성에 대한 내용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정치를 두고 이번이 가장 나쁘다는 말도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정말 ‘가장’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언론의 평가,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폭거 속에서 ‘이번이 가장 나쁘다’는 말은 ‘이번에도’ 역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기 충분하다. 절차적 민주를 논하기 전에 민생과 민의를 읽는 위정자들의 능력에는 한숨이 절로 난다.

우리나라에서 선거가 조용하고 깔끔하게 치루어진 적이 언제 있었겠는가마는 이번 선거를 앞둔 상황은 유독 난리가 아닌가? 총선이 원론적인 정책의 대결로, 그리고 국민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공약의 집결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대 자체가 허무하기만 하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건만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단다. 그런데 그 전진의 원동력은 당선에 모든 것을 걸고 민의를 유린하는 그들에게서 도저히 찾을 길 없다. 국민들의 참여의지를 꺾고 혐오를 일상의 정서로 자리매김 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 시민들이 비추어주는 등대가 있어 우리사회가 전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끔 한다. 민의로 용납할 수 없는 곳으로 너무 많이 벗어날 때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작은 촛불을 모아 가야할 길을 일러주곤 한다. 정치는 국민다수를 이끌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였건만 국민은 그 정치를 어떻게든 끌어가려는 책임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렵사리 우리는 ‘이번이 가장 나쁘고’ 앞으로는 나아질 선거를 그리고 정치를 생각해볼 여지를 가지게 된다. 정말 이번이 가장 나쁜 국회이기를 바란다. 이번 총선이, 이번 정치난장이 가장 나쁜 것이기를 바란다. 앞으로 나아지는 것이고 더 이상은 이번 정치가 가장 나쁘다는 신기록 갱신의 언급을 자꾸만 반복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공약과 복지를 총선에 즈음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호는 ‘심층분석’에서 각 당의 총선 공약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공약과 복지가 국민의 삶에 보다 나은 기여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동향’에서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와 건설교통부의 주거복지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포커스’에서는 16대 국회를 통해 얼마 전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의 성격에 대해서, 그리고 건강가정기본법 제정과 그 시행령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보았다. 매체비평에서는 장애여성에 대한 매체의 시각을 분석해 보았다. 철암 폐광촌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실천실습 경험을 쌓아가는 모습을 ‘내가 만난 사람’에 실었다. 울산거점 국립병원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된 울산지역 참여연대와 사회복지센터의 활동 소식도 자리하고 있다.

총선 이후 우리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예측만으로도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참여와 복지의 화두는 계속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독자 제현의 관심과 애정 어린 질책을 기대한다.

남기철 / 동덕여자대학교 가정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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