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4-10   730

[심층분석: “17대 총선, 각 당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1] 17대 총선의 각 정당별 사회복지 공약 평가

Ⅰ. 서론

17대 총선에 참여하는 각 정당의 사회복지분야의 공약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첫째는 각 정당의 공약을 평가함으로써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며, 둘째는 각 정당의 공약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와 정당간의 차별성을 확인함으로써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투표와 동시에 정당투표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정당 정책평가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각 정당간의 차별성을 식별하는 작업은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우선 각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각 정당의 이념과 이에 따른 정책의 차별성이 존재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탄핵국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선거를 30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정당의 공약을 발표하지도 않았으며, 다각도로 확인 결과 아직 작성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따라서 사회복지분야의 선거공약과 정책쟁점에 대한 질의서를 불가피하게 발송하였고, 그에 대한 회신을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하였다. 질의서를 발송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각 정당에서 정책과 공약개발을 담당하는 부서/기구를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중심의 선거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정치풍토와 무관하지 않으며, 각 정당들도 체계적인 노력보다는 특정한 개인에 의존하는, 즉 제도화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의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정당 대표 혹은 선거대책기구의 담당자 교체로 인하여 선거공약이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Ⅱ. 사회복지 일반과 정책기조

1. 사회복지정책 및 제도의 발전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

사회복지제도 및 정책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은 재분배를 통한 사회통합, 보편적 서비스, 욕구(needs)의 충족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통한 사회권(social rights) 확립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별적 서비스의 제공, 복지에 대한 국가의 과중한 부담의 완화, 비용절감을 위한 효율성 강조,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 역할의 강화와 시장 역할의 강화’라는 질문은 ‘성장과 분배 중 어느 쪽을 강조할 것인가’의 질문과 연관은 있으나, 사실상 별개의 질문이다.

<표 1> 정당별 ‘국가역할 강화 VS. 시장역할 강화’에 대한 입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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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나라당은 ‘국가역할 강화와 시장역할 강화’에 대한 질문은 ‘성장과 분배’의 질문으로 치환하여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구도를 바탕으로 ‘先성장 後분배’의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 역시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치환하고 있는 점은 한나라당과 동일하다. 그러나 복지가 단순히 소비적 지출이 아닌 투자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으며, 사회복지를 시장에 맡길 경우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는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새천년민주당은 경실련의 공약평가에서는 ‘先성장 後분배’의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열린우리당은 국가역할 강화와 시장역할 강화가 서로 보완적인 개념이며, 현 단계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자유민주연합은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함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데, 이는 다소 의외이다. 자유민주연합은 다른 정당에 비해서 ‘先성장 後분배’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의 강조와 국가역할 강화를 통한 복지제도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정책조합이나 대안이 있는지, 이러한 대안이 있다면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앞선다.

민주노동당은 그 동안의 사회복지정책이 정권유지를 위한 국민의 불만 해소책이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에 있어서 국가역할 강화에 대한 다른 정당들의 입장과 구별된다.

2. 사회복지 예산

사회복지 예산의 규모가 현재보다 커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무한하게 확대될 수 없는 것이며,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정 규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과 우선 순위, 재원조달 방식에 대한 공약들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치밀한 고민 없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공약(空約)의 의미가 매우 강하다.

예산규모에 대한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의 공약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양 정당은 모두 복지재정 혹은 복지예산이 GDP 대비 12%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복지 예산의 규모가 70조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2004년 정부 일반회계 예산이 118조 임을 감안한다면 향후 5년 이내에 정부예산의 60%가 사회복지분야에 지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현실성이 없는 것이거나, 통계수치에 대한 정밀한 검토 없이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자유민주연합은 12% 수준이 14조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은 일반회계예산의 15% 이상의 수준, 열린우리당은 매년 경상성장률보다 2~3%를 상회하는 수준의 증가율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지난 5년 동안의 사회복지 예산의 증가 추이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의 내용은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표 2> 정당별 사회복지 예산규모, 우선순위, 재원조달 방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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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상당히 도전적이며, 기존의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제개혁과 세율인상, 국방비 감축으로 연평균 44조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모두 사회복지 예산으로 할당한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경우 사회복지 예산은 현재보다 4~5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의 희망이 현실로 전환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추가적으로 확보된 예산을 투입하는 우선순위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은 4:1의 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의 4개 정당은 공통적으로 빈곤문제에 대한 대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보편적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약계층과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차순위로 상정하고 있다.

재원조달에 있어서 한나라당이 제시하고 있는 세원확대와 누진과세의 방식으로는 GDP 대비 12%를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GDP가 아닌 일반회계예산 대비 12%일 경우)은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재원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재원조달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다른 정당에 비해서 재원조달에 대해서 비교적 체계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희망과 소원이 파랑새가 아니기를 바란다.

3. 사회복지 행정체계 개선

사회복지 행정체계 개선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 내용은 차별성이 크지 않으며, 구체적이기보다는 원론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일선행정기관의 기능/역할 확대, 수요자 중심주의, 서비스의 통합 지향,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의 연계, 그리고 인력 확충과 처우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자유민주연합이 ‘근로자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민주노동당이 읍ㆍ면ㆍ동 수준에 사회복지사무소와 지역사회복지센터의 설치를 제안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공약대로 읍ㆍ면ㆍ동 수준에 사회복지사무소와 지역사회복지센터를 신설하는 경우에 기능의 중첩성과 인력확보에 문제점을 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표 3> 정당별 사회복지 행정체계 개편 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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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환경변화에 따른 사회복지정책의 대응

1. 인구 고령화

인구 고령화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은 법률적 근거 마련과 관련 기관/조직 신설, 일자리 창출과 소득보장, 의료보장 그리고 노인복지 서비스의 4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정당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의 내용으로 볼 때, 인구 고령화 추세와 그 결과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 정부가 제시한 고령사회 대비 정책안의 내용을 답습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일관성 있는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설계라기 보다는 그럴듯한 대책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표 4> 정당별 고령화 사회 대비 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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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가칭 ‘고령사회대책기본법’과 같은 기본법의 제정에 대해서 4개의 정당이 동의하고 있으며, 조직신설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노인청을, 새천년민주당이 전담부서를, 자유민주연합이 노인복지특위의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노인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분배/재분배 중심의 사회복지정책만으로 인구 고령화를 대처하기 미흡하다는 점과 노동연계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결과라 하겠다. 소득보장에 대해서는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이 노동정책과의 연계 및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내실화를 통한 대응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기초연금제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기초연금제를 핵심적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연금제도 개혁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

인구 고령화와 관련하여 노인의 의료보장은 핵심 사안이다. 각 정당의 공약들은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 서비스 강화, 조세 감면과 같은 시장/민간 역할 강화를 위한 유인책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증상에 대한 대응처방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즉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응이 기존 정책이나 제도의 확충으로 충분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도적 혁신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현재의 인구 노령화 추세는 기존의 정책 기조와 제도로 감당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2. 출산율 저하

출산율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와 한 세대 이후에 절대인구의 감소로 귀결된다. 출산율의 저하가 가져올 사회구조의 변화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나 출산장려 정책을 전면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실제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출산율 저하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들은 출산율 증가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안이 없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각 정당간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

<표 5> 정당별 출산율 저하 대비 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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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은 주로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감소시키는 내용과 의료 서비스 지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 정당은 교육비 감소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강조함으로써 기본구조를 바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공약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하기 곤란하다. 또한 출산율 저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없이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혼인가구의 경우에 출산율 저하가 크지 않은 반면에 非혼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출산율 저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Ⅲ. 빈곤문제와 공적부조

빈곤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강조하고 있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확대와 급여수준 인상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6대 원내정당들의 경우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공적부조에 대하여 제시하고 있는 공약에 대한 진실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회복지 예산의 확대에 동의하고, 빈곤문제와 공적부조에 대한 지출을 최우선순위로 하고 있으나, 법률개정 과정에서 급여자 확대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최근 법개정으로 최저생계비 계측기간이 변하였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부분급여, 소득공제, 자활사업의 활성화 등 기존 제도의 내실화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동의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는 기초생활보장과 자활지원을 분리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열린우리당을 제외하고는 빈곤문제에 대한 대책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국한되어 있으며, 이는 빈곤의 원인에 대한 사전적 예방보다는 빈곤한 계층에 대한 사후적 급여지급에 관심이 한정되어 있다.

<표 6> 정당별 빈곤문제와 공적 부조 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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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국민연금 제도 개혁

국민연금 제도개혁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은 한마디로 새로운 것이 없으며,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는 수준이다. 이는 16대 국회 마지막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논의하였음을 반영한 결과이다. 연금제도 개혁안은 기존의 원내정당들은 차별성이 크지 않은 반면에, 민주노동당은 차별성이 분명하다. 우선 4개 원내정당들이 공통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사각지대 해소에 대해서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보험료와 급여 조정을 통한 재정 안정화 대책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재정 안정화 대책이 인기 없는 공약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피해가려는 것이며,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또한 16대 선거 공약에서 제시되었던 자영자 소득파악, 보험료 징수의 국세청 이관 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연금기금의 운용에 있어서 공공적 활용의 권장과 주식ㆍ부동산 투자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공공적 활용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없어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나, 상당한 논쟁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표 7> 정당별 국민연금 제도개혁과 기초연금제 도입에 관한 입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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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기초연금제의 도입이다.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 민주노동당은 기초연금제의 도입에 찬성하고 있으며, 새천년민주당은 소극적인 동의, 열린우리당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초연금제 도입의 찬성의 경우에는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은 보험료와 조세의 병행을, 민주노동당은 전액 조세로 충당하는 무기여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원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기초연금제의 도입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유민주연합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험료 방식의 기초연금은 자영자 소득파악과 사각지대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조세방식의 무기여 기초연금은 사각지대 해소에는 효과적인 방안이나 재원조달의 현실성은 쉽지 않은 것이다.

Ⅴ. 의료보장

의료보장의 핵심 제도인 건강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는 달리 서비스 공급자가 존재하고,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정보 비대칭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비 증가에 따른 재정 안정성, 보장성 강화 이외에 가입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대리인의 존재가 중요한 정책쟁점이 된다.

건강보험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제시되었던 정책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진부함이 있다. 이는 건강보험의 통합으로 가장 큰 쟁점이 해소되었고, 제도의 기본 틀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보장성 강화, 재정 안정화 대책, 그리고 급여지불방식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연합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에 다른 정당들은 급여범위의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급여확대와 더불어 중기적으로 무상의료를 통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정 안정화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이 다소 소극적인 반면에 새천년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은 공단의 보험자 역할의 강화를 통한 지출통제를, 민주당은 보험료 누진제와 급여지불방식의 근본적인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표 8> 건강보험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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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확충에 대해서는 적극성에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자유민주연합은 특정분야로 한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이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국가기관의 확대를 제시하고 있으며, 새천년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공공의료의 비중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각 정당의 공약은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 반면에, 민간의료보험과 의료시장 개방과 관련해서 각 정당의 입장은 분명하게 나뉜다. 민주노동당은 모두 반대하고 있으며,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전제조건과 신중함을 강조하고 있어서 소극적인 반대 입장을, 한나라당은 보충적 민간보험의 도입과 제한적인 의료시장 개방에 찬성하고, 자유민주연합은 모두 찬성하고 있다.

Ⅴ. 사회복지서비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은 판에 박은 듯이 동일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대규모 시설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소규모 시설(그룹 홈)을 강조, 기존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화, 시설운영의 민주성 제고, 미신고/조건부 시설을 인가시설로의 전환을 유도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표 9> 정당별 사회복지 시설 관련 개선과 사회복지 서비스 정책의 기조에 관한 입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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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서비스의 정책 기조는 각 정당별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가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복지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 확대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 선성장 후분배의 논리와 연맥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의 입장은 찬반의 여부를 떠나서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고 하겠으나,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다소 혼란스럽다. 나머지 3개 정당의 정책기조는 차별성이 없다고 하겠다.

사회복지정책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 빈곤문제와 소득보장을 위한 사회보험에서 향후에는 사회복지서비스가 핵심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 정당에 제시하고 있는 공약들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의 내용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이다. 필요한 사람이 국가에게 서비스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 국가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의 제도와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사안이기 때문이다.

Ⅵ. 결론

17대 총선의 각 정당별 공약 평가로 통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는 각 정당의 사회복지분야의 공약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치열한 문제인식과 원인분석 없이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그럴듯한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대한 비전, 방향성, 그리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정책대안이 결여되었다. 이는 선거의 지형이 정치적 쟁점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선거공약에 있어서도 사회복지분야가 주변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당간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식별하기 어려웠으나, 정당간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先성장 後분배’, 사회복지에 있어서 시장 및 민간부문의 역할 확대, 전통적인 가족의 강조, 경쟁과 효율성 등을 중심에 두고 있다. 자유민주연합은 정책기조에 있어서 한나라당과 동일하지만, 국가역할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에 대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인지, 정당 자체의 입장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사회복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없다고 하겠다.

셋째는 복지정책 부문간에도 관심의 차이가 보인다는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적은 반면에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여성복지에 대한 공약을 여러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복지의 경우에도 출산율 저하와 취업을 위한 출산과 보육에 집중되어 있을 뿐, 사회적 차별 철폐, 가정 폭력 등의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분야별 관심의 차이는 사회보험 분야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는 다양한 관심을 보이는 반면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넷째는 각 정당의 공약이 빈약하지만 16대 총선 공약에 비해서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각 정당이 사회복지분야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그 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사회복지관련 조직/기구들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 하겠다. 따라서 복지관련 이슈의 지속적인 제기와 조직적인 사회복지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민주노동당의 본격적 등장으로 사회복지분야의 공약에 있어서 4:1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기존 원내정당들과는 달리 사회복지를 가장 핵심적인 공약으로 하고 있으며, 기존의 제도와 정책의 틀을 뛰어넘는 과감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기여 기초연금제, 국방비 감축과 조세개혁을 통한 사회복지예산의 획기적인 확대, 그리고 보편적 서비스 제공 등은 보수정당들의 공약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다소 현실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내 진보정당의 출현은 사회복지분야에 새로운 긴장관계를 창출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시도들이 사회복지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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