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4-10   872

[복지동향칼럼 1] 대통령 탄핵소추와 서민의 복지

서민의 주름살은 더욱 늘어만 간다.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기 그지없는 판국에 정치판은 난데없이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충격을 우리 국민들에게 가함으로써 수많은 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투기 성향의 재개발사업, 실직의 아픔과 신용불량의 덫에 의한 생계형 범죄의 증가, 가족해체 현상 등이 가뜩이나 서민들의 가슴을 짓누르는 판에 2004년 3월 12일 대한민국 국회 내 반민주 세력이 행한 대통령 탄핵 소추 결정은 더욱 가슴을 찢게 한다.

대통령이 취임 후 줏대 없이 행한 모호한 대내외 정책 결정하며,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 친인척・측근 비리,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채 숫자놀음으로 호도되고 있는 대선자금 비리,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경솔한 언동 등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정 중단을 초래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은 한국 헌정사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유래 없는 반민주적인 반의회적 정변이다.

국가 최고통수권자의 권한을 정지시킬 정도라면 모름지기 자신이 탄핵받는 측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해야 하며, 더 나은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방탄 국회를 만들어 범법자를 옹호하고,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16대 국회가 과연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깡그리 무시할 정도의 도덕성을 가진 세력인가? 의회 다수 세력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결정했다는 순수 법리적 행위를 국민 대다수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부패하고 부도덕한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는 데 대해 주권자인 대다수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내 탄핵 찬성세력은 탄핵 사유로 대통령 측근비리, 경제파탄, 선거법 위반 등 3가지를 거론하였다. 일단 야당의 탄핵소추에 대한 최종 사안은 헌법재판소에 넘어간 상태이므로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 처분을 차분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나는 한 가지 사안은 경제파탄을 대통령의 책임으로 야당이 간주했다는 사실이다. “우리경제가 세계적인 경기호황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림으로써 국민에게 IMF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국가에 의한 기본권보장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위배하고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의 성실한 수행’ 의무를 방기한 것입니다.”라고 탄핵소추안에 복지권 내용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대한 부양의무자 규정에 대한 개정이나 저소득층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최소한의 급여 수준을 보장하자는 데 대해 ‘깨진 독에 물 붓기’라며 극구 반대한 야당이 ‘행복추구권’과 ‘국가에 의한 기본권보장의 의무’ 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개정이나 국민건강보험 관련 조항, 노동 3법의 개정 등과 관련하여 그들이 한번도 서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헤아려 봤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16대 국회에서 복지 관련 법률의 제・개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대 야당이 늘 서민의 복지와는 딴판인 결정을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았던가?

이번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언급했듯이, 노무현 집권 1년을 ‘국정실패, 잃어버린 1년’으로 규정하였다면, 16대 국회는 ‘입법실패, 잃어버린 4년’으로 규정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4년 내내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이 ‘지탄받는 의원 여러분’이 된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한 반민주 의원들이 스스로 지탄 대상의 당사자임을 자초한 4년 의원활동 마무리 종합판을 이번 탄핵소추는 국민들에게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회 내 반민주 세력이 수적인 힘만을 믿고 민의를 배반하는 현실 앞에서 국민들은 자신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광장으로 나서고 있다. 진정한 민주적 가치의 소중함에 눈을 떠온 젊은 세대의 좌절감과 분노는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세월 군사독재 아래서도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들은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제대로 된 의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국민의 투쟁으로 되찾은 의회의 권위를 의회 스스로 저버리고 민의를 짓밟은 현실에 직면하여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참담함은 다시금 시작하는 2004년 4월 15일에 선거혁명으로 깨뜨려야 한다. 그리하여 서민들의 눈물과 고통을 입법을 통해 씻어 주어야 한다. 서민의 복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의원을 뽑는 일은 이런 점에서 우리 서민들의 몫이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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