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1-01   1411

[동향1] “한국형” 실업부조가 아닌 “실업부조”가 필요하다

“한국형” 실업부조가 아닌 “실업부조”가 필요하다

 

송은희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선임간사

 

2017년 7월에 발표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곳곳에 실업부조와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성별·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의 주요내용으로 “’20년부터 저소득 근로빈곤층을 포함한 한국형 실업부조로 발전”이 제시되어 있고, 100대 국정과제와는 별도로 제시된 4대 복합·혁신과제 중의 하나인 “불평등 완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 과제에도 한국형 실업부조가 언급되어 있다. 실업에 대한 안전망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실업보험과 실업부조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용보험 제도만 존재하고 있고 그나마 전체 취업자의 절반 정도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실업부조를 법률에 근거한 제도로 도입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 목록은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완결적인 고용안전망이 갖춰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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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5일 한국형 실업부조의 얼개를 볼 수 있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는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하였는데 이 합의문에는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개선방안과 함께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요 내용은 △고용서비스와 생계지원을 결합한 실업부조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고, △실업부조를 법제화하며,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도입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의 정액급여를 지급하고, △수급기간은 6개월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사진1-1> 국민취업지원제도 평가와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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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이 합의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지원대상이 차상위계층 이하로 지나치게 협소하였고, 1인 가구 생계급여 수준인 지원금액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6개월이라는 지원기간도 너무 짧았다. 참여연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시한 수준으로 실업부조 제도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하에 이슈리포트를 발표하기도 하고,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지난 1월 말,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그 여파로 비정규직·비수급 빈곤층·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실업부조 도입이 더욱더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난 4월 청와대, 국회 앞에서 소득보장·고용안전망 정책을 촉구하면서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을 크게 넓힐 필요가 있고, △1인가구 생계급여보다 낮은 구직촉진수당의 급여수준을 생계급여 수준 이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으며, △ 부양가구원(18세 미만 아동,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에 따라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해외의 실업부조제도의 방식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1)

 

<사진 1-2> 실업부조 도입, 고용보험 확대 촉구 기자회견(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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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5월 20일, 국회에서는 실업한 상태에 있는 국민에 대한 취업지원서비스와 구직촉진수당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구직자취업촉진법을 통과되었고 2021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구직자취업촉진법에서는 제7조에서 구직촉진수당의 수급요건으로 △가구단위의 월평균 총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60 이내, △재산의 합계액이 6억원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제19조에서 구직촉진수당의 지급액은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용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법에서는 지급대상에 대한 상한선만 결정되어 있었고, 지급액수에 대해서는 법상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상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용노동부는 8월 14일 구직촉진수당의 수급 요건에 대한 구체적 요건 등과 관련한 구직자취업촉진법 시행령안·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하였는데, 입법예고안은 실업과 소득감소에 처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입법예고안의 문제2)는 우선 구직촉진수당 지급 대상을 법률에서 허용하고 있는 수준보다 낮게 설정되었다는 것에 있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 규정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소득요건은 ‘기준 중위소득 50%’, 재산요건 ‘3억 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상황에서 제도를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함에도 지급대상을 법률이 정한 최고기준보다 낮게 설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둘째, 취업경험 요건의 예외기준을 고시로 정하도록 해 선정의 자의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시행령안은 구직촉진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취업경험 요건을 ‘2년간 100일 또는 800시간’으로 확정(시행령안 제3조 제1항 제3호)하는 한편, 구직자취업촉진법과 시행령안에 따라 취업경험이 없는 경우라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할 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구직촉진수당의 수급자격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기준을 두기는 했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재량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한계가 있다. 셋째, 재참여 제한 조항을 두게 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소득중단의 우려가 있다. 시행령안은 취업지원서비스 종료일부터 3년 후에 취업지원 재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시행령안 제11조), 프로그램 종료 후 미취업한 사람에 대한 조치가 없다는 점, 재참여 제한기간 중 소득중단의 우려가 크다. 넷째, 구직촉진수당 지급정지요건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구직자취업촉진법은 구직촉진수당 지급기간 중 수급자가 신고한 소득이 구직촉진수당을 초과한 경우 수당의 지급을 정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소득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지급주기에 발생한 소득이 ‘시간 단위 최저임금에 60시간을 곱한 금액 이하인 경우’(약 51만 원) 등은 소득신고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였다(시행령안 제7조 제2항). 코로나19가 장기화 됨에 따라 실업과 소득감소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활안정과 취업지원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부분실업을 가능한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실업부조 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직촉진수당의 낮은 수급액과 짧은 수급기간 등으로 인해 “한국형 실업부조”는 실업부조로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점에서 실효적인 실업부조가 되려면 구직촉진수당 자격요건의 상한선을 기준 중위소득 60% 이상으로 개정하고, 구직촉진수당을 월 평균임금 20%-25%(약 80만 원)으로 상향조정함으로서 취업촉진뿐 아니라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급여가 제공되어야 하며, 가구특성에 맞는 수당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급기간은 최소 1년으로 정하고 심사 등을 통해 6개월 이상의 연장을 고려해야 하며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들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취업경험 요건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넓은 상황에서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명명한 구직자취업촉진법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 설계된 제도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가 실질적인 실업부조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해야 할 것이다.

 

1) 도심제조노동조합연석회의·민주노총·알바노조·전국여성노동조합·참여연대·청년유니온·한국노총·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실업부조 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의견서”, 2020.04.29. 

2) 이하 내용은 참여연대가 9월 24일 발표한 “구직자취업촉진법 시행령안·시행규칙안(고용노동부 공고 제2020- 332호, 제2020-333호)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서”를 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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