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6-03   1060

[동향4]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없는 공공의료 확충은 허상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없는 공공의료 확충은 허상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확충을 위해 부치는 글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오랜 시간 역동으로 존재했던 우리에게 유례없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기도 하다. 그동안 부산지역에서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로 일컬어지는 민간병원의 공공인수 운동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비판이 적자투성이인 공공병원을 왜 더 지으려고 하냐는 지적이었지만 감염병이 유행함에 따라 침례병원이 하루빨리 공공병원으로 전환되어 감염병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로 변한 것을 보며 더욱 실감하게 된다. 공공의료를 체감하는 것이 결국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느끼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요구대로 공공병원을 필요한 만큼 뚝딱(?) 지을 수 있을까? 글의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절차 그리고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전국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공공병원 설립의 어려움을 이 글에서 나누며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적인 정책이 추진되길 촉구한다.

 

먼저,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 중 가장 어려운 난관인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어야 한다. 50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만 예산집행을 할 수 있는데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비용 대비 편익 분석에서 1이상(편익이 크다)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 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해 감염병 진료와 관련한 편익을 반영한다고 하였지만 공공의료가 보장하는 시민 건강권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기에 결정적인 변화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실제 오랜 시간 지방의료원 설립을 위해 노력한 대전의료원의 경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그다음 순위인 서부산의료원 역시도 비슷한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작년 11월 정부가 지역의료 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권역별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발표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없이는 그마저도 진행될리 만무한 상황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느꼈듯이 공공병원은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언제나 손에 닿는 곳에 있어야 하는 필수기관이다. 학교나 도서관을 짓는데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지 않듯 공공의료도 산업적인 시각을 버리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감하게 면제해야 한다.

 

또한, 운영비 지원(매칭)이 고려되어야 한다. 설립하는 건축비용에만 5:5 매칭으로 지원될 뿐 대지, 운영비 등은 지방정부의 부담으로 오롯이 전달된다. 지방재정의 차이가 존재할수록 공공의료 역시 지역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지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는 격차가 더 큰 불평등과 재난을 불러올 위험이 된다. 설립에 대한 평가와 권한은 중앙정부에서 다 쥐고 있으면서 짓고 나면 모든 운영은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공의료를 사회안전망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책임하게 보인다.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한다면 비용걱정 없이 응급외상, 감염병,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서비스와 의료안전망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정부는 권역을 나누고, 필수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겠다고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공공보건의료강화대책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그 발표를 이행하기 위해 그동안 공공의료를 산업으로 평가해왔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어느 지역에 위치하더라도 공공의료 만큼은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하게 공공의료기관으로 확충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지역마다 상황이 상이하지만 코로나19는 쉽게 우리 곁에서 잊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부의 감염병 전담병원 설치 수준의 대안은 지역에서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부산의 경우 하나뿐인 지방의료원은 병실을 다 비우고서야 코로나19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부산의료원의 기능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지면서 상당수의 건강취약계층들이 치료받지 못했고 어렵사리 전국을 돌며 전원가거나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었다. 부산의료원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 지난 시간이었다. 비단 부산만의 어려움이 아니었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병상을 확보하는 등 당면한 과제를 준비하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교훈을 실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첫발은 공공병원 설립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직 이른 시기이지만 훗날 평가하게 될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는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교훈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렇게 기록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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