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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7.01
  • 1236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1)

 

 

최한수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 19시대 재정의 과제는 세 가지이다. 먼저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방역 및 보건 분야 사업에 정부 예산을 충분하고 과감하게 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다음의 과제는 코로나 19 발병에 따른 경제활동의 감소로 피해를 입은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제가 멈추어 설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계와 기업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19와 같은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경제주체의 소득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은 전통적으로 사회안전망, 특히 ‘실업보험’의 역할이다. 따라서 지금 시기 재정의 최우선 과제는 이러한 실업보험 기능을 강화하는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매출 감소로 어려엄을 겪는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구제금융도 실업보험과의 연관성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 기존의 주장들은 이른바 시스템의 안정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구제금융이 고용 안정 (예컨대 해고 자제)의 조건과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이들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소홀히 해 이들 기업을 도산으로까지 몰고갈 경우 대량실업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용안전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다. 실업보험의 수급자격은 지나치게 엄격하며 실업부조는 최근에서야 도입되었다. 보다 더 중요하게는 고용보험의 바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자영업자의 규모가 상당하다. 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기업지원의 필요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정부의 마지막 역할은 현재의 경제충격이 장기간의 경기 부진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는 경기부양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전통적 경기부양 수단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같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더 많은 관심이 주어지고 있따.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금리 조정을 통한 추가적인 투자 수요의 창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감세를 통해 경기주체들에게 투자 및 소비 여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저소득층의 대부분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소득자 이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감세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고소득층의 경우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경기부양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대책은 재정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앞서 언급한 저금리 시대의 환경은 국채이자 부담을 덜어주기에 정부의 재정지출의 운신을 폭을 더 넓혀주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추진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재정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역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범위를 놓고 이른바 선별지원과 전면지원 사이의 논쟁이 있었다. 현실에서도 각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과 자치단체장의 선호에 따라 실제 정책은 엇갈렸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와 45개 기초자치단체가 재난지원금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경기도처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주는 보편수당을 택한 경우는 14개, 서울이나 경남처럼 일정소득 (예컨대 중위소득 100%) 이하의 가구를 대상으로 현금수당을 택한 경우가 17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기 재정당국의 일차적 정책 목표가 실업보험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하자. 이 경우 선별수당이 옳으냐 보편수당이 타당하냐에 대한 판단은 당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에 달려있다. 만약 우리의 상황이 도시가 몇 주 동안이나 봉쇄된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들과 유사했다면 보편지급이 타당하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된 직후 후 4주 동안 미국의 실업수당 신규 신청자수는 2200만 명이었다. 2009년 금융위기의 8배 수준이다. 이에 근거한 예상실업률은 18%인데 이는 2009년의 10%를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대공황시절의 25% 수준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그 기록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편 지급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유럽에 비해 고용안전망의 폭과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이런식의 보편적 현금지급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 정부의 기민한 정책대응과 방역을 담당한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으로 경제활동의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충격의 정도가 고용형태와 산업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근로소득의 경우 3분위 가구(전체 5분위 기준)까지 소득이 감소했다. 소득 4분위와 5분위 가구는 소득이 증가했다. 이러한 패턴은 산업별로 봐도 유사하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 사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항공이나 철도 등이 속한 ‘운수 및 창고업’이나 여행업종은 타격이 매우 큰 반면 온라인 쇼핑이 있는 ‘도소매업’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속함을 전제로 한 선별지원이 옳다. 선별지원이 타당한 이유는 재정건전성 때문이 아니다. 지금 시기가 정부가 재정을 확실하고 과감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선별의 정당성은 같은 비용으로 도움이 절실한 계층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는데 10조가 든다. 같은 예산으로 중위소득이하 가구만 줄 경우 1인당 40만원이 가능하다. 그 선별비용이 5천억이라 하자. 그래도 1인당 38만원이다. 이처럼 일정한 수준의 선별비용이 들더라도 지원금액이 커질 수 있다면 보편수당으로서의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재난지원금(정부)나 재난긴급지원금(서울시) 입장은 정당화된다.

 

혹자는 신속성 측면에서 전면적 지급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속성이란 기준 역시 상대적이다. 서울시는 선별지급이고 경기도는 전면지급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미 돈을 받은 서울시민도 있고, 아직까지 받지 못한 경기도민도 있다. 그 차이는 대상자가 지원의 경계선에 있는가에 있을 것이다. 선별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가구, 많은 경우 더 큰 피해에 노출된 가구라면 얼마든지 빠르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별절차가 간단한 금융자산위주로 선별을 진행했다. 현실 정책은 선별의 장점(지원의 금액)과 보편의 장점(지원의 신속성)을 고려한 어디간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선별지원정책이 타당한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 위기의 지속성과 관련이 있다. 이미 정부는 3차 추경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본 예산 지출은 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전면지급을 선택한 경기도의 경우 이 사업 하나에 1조3,000여억원을 지출함으로써 자신의 재정 여력을 모두 소진해버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는 다르다. 재난긴급지원금외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두 달간 월 70만 원씩 총 140만 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예산 5740억 원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가 재정여력을 비축해놓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실업보험 기능의 보완과 강화에 둔다면 선별적 형태의 지원이 타당하다. 만약 우리의 고용안전망이 지금보다 더 촘촘했다면 유럽의 많은 국가들처럼 실업급여의 수급기간과 액수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즉 긴급재난지원금의 본질적은 완화된 형태의 “실업수당”이다. 따라서 긴급재난지원금은 현금으로 지원되었다는 외형상의 공통점을 제외하고 무조건성 및 보편성을 특징으로 하는 기본소득과 큰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를 재난 ‘기본소득’이라고 잘못 명명하면서부터 소모적인 논란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긴급재난지원금을 보편복지제도로서의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명명할 경우 왜 굳이 30%를 제외해야 하느냐고 묻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의 본질을 일종의 실업수당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마치 급여를 안정적으로 받고 있는 노동자가 나는 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가라고 묻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수단으로서의 재난지원금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부분은 매우 논쟁적인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부양은 최소한 코로나 19의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이 확정된 이후에 하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금 각국의 정부가 공통적으로 처해 있는 어려움은 방역과 경제의 딜레마이다. 방역의 관점에서 경제활동은 최소화할수록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을 경제적 곤궁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정부 정책의 방점은 방역에 찍히는 것이 타당하다. 스페인 독감의 사례에서처럼 방역이 전제되지 않은 경제활동의 재개는 2-3차 유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지금 경기부양을 강조하며정부가 소비를 장려하는 것은 사실 좀 이른 감이 있으며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원금을 통해 내수 진작을 이루려 했다면 여전히 선별지원이 보다 적절한 방법이다.

 

물론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 붙는데 선별지원과 전면지원의 총액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를 위한 재난기본소득과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경기부양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7천만가구에 평균 950달러를 세금환급금 형식으로 돌려주었는데 규모가 1000억달러(2008년 GDP의 0.67%) 수준이었다. 이에 대한 한 연구는 수급가구 대부분이 환급금의 50~75%를 반년 안에 지출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기부양 측면에서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세금환급금은 가계의 소득 수준에 따라 크기가 달랐다는 점에서 일률적 금액의 재난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오히려 선별지급에 더 가깝다.

 

보편적 현금수당은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국내의 연구들은 정상적인 상황하에서 정부의 가계이전지출의 승수를 다른 재정지출에 비해 낮은 0.2~0.3(1년 누적)으로 본다. 즉, 정부가 1조원의 자금을 모든 가계에 나누어줄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2천~3천억원 정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고소득 계층은 자금을 나누어줘도 저소득층과 달리 그 전부를 지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전지출의 재정효과는 선별적일수록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까지 공개된 자료에 비추어보건데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결과는 관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데이터 통계는 자치구별 소득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역별 상권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함을 보여준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시작한 5월 중순부터 2주간 강남구 카드 매출액 추이는 전년 대비 93% 수준에서 차이가 없었다. 반면 강북구는 103%에서 106%로 3%포인트 늘어났다(<그림 3-1> 참조). 이는 서초구나 금천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그림 3-2> 참조). 차후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좀 더 엄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이는 이전 지출의 효과가 선별적일수록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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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긴급재난지원금의 용처를 소상공인으로 한정한 것은 분명 소비 진작에 부정적이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하나의 정책 수단을 통해 ▲ 소득보전 ▲ 경기부양 ▲ 소상공인 보호라는 서로 상충하는 복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욕 때문이다. 차후에 이러한 용처 제한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수진작책으로써의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판별해내기 위해서는 보다 긴 시간 (최소한 1분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로 하여금 전체 지출총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출의 시점을 앞당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의 매출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의 카드지출 데이터가 필요하다. 전년 대비 카드 지출의 변화를 지원금 전후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의 경기효과는 최소한 1년의 기간을 두고 다양한 소비 및 경제지표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카드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다 세세한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었다. 이 혼란의 와정에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코로나로 촉발된 사회경제적 위기는 이제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다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재난지원금이란 대응책은 위기시기에 사용해야할 여러 정책조합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에 재정여력을 다 쏟아버리는 것은 현명한 결정은 아니다. 지금 같은 위기에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은 기본소득 실험자로서의 정부가 아니라 소득 및 고용 안정화 정책의 최종 비용 부담자로서의 책임있는 정부이다.

 

1) 이 글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필자의 한겨레 신문 기고문 및 위클리 정책 기고문에 근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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