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8-01   1294

[기획4] 코로나19에도 이어진 위법하고 위험한 요양노동실태

코로나19에도 이어진 위법하고 위험한 요양노동실태

 

오승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정책기획부

 

코로나19 재난이 우리 사회를 뒤덮은 후 돌봄 노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감염 위험에 따른 돌봄의 와해는 밀접 대면서비스라는 돌봄 노동의 속성상 피하기 힘든 문제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돌봄 노동은 재택근무로 대체될 수 없으며, 그렇다고 간단히 중단되어서도 안 되는 필수적 사회서비스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노동 분류법에 따르면 이제 돌봄 노동은 ‘코로나 사회’의 가장 문제적 노동이자 시급한 정책 과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와해는 공적 재원을 엄청나게 투여하면서도 민간 사업자들에게 서비스제공을 내맡겨온 지금까지의 돌봄 정책이 얼마나 취약하면서도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참담하게 확인시켜준다.

 

돌봄의 와해는 돌봄 일자리의 피해를 동반한다. 특히 이동과 방문, 접촉을 수반하는 방문요양서비스 영역에서 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서비스 중단 사례가 많았을 것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측이며, 실제로도 그러한 일을 겪었다는 사례가 많이 전해진다. 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이후 방문요양서비스의 중단 경험 비율이 약 20%였으니, 단순계산을 하면 7만 명이 넘는 요양보호사가 이런 경험을 했다. 그러나 당장의 생계 피해로 이어질 이 대규모 일자리 피해 현황이 정부나 건강보험공단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로 파악‧보고된 바는 없다.

 

한편 우리 노동조합 조합원인 요양보호사들에게 코로나19 때문에 좀 어떠냐고 물으면 보통 둘 중 하나의 답이 돌아온다. “이참에 잠깐 쉰다고 생각한다”거나 “별 달라진 건 없는데 일이 약간 더 힘들어지기는 했다”는 식의 두 가지 답이다. 상반된 반응 같지만 곱씹어보면 모두 ‘그저 그러려니 한다’는 이야기다.

 

‘이참에 쉰다’는 반응은 지금까지도 늘 고용이 불안했기에 이번 코로나19 기간을 자연스러운 ‘대기’ 기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식이다. 여기서 고용불안이란 이용자의 의사만으로 언제든 일이 끊길 수 있는 불안정한 근로상태만 아니라, 이용자의 서비스 중단이 곧 무급휴업이나 심지어 근로계약 해지로 간주되는 위법적 시장 관행까지를 의미한다. 요컨대 방문요양사업들에서는 사업주가 근로계약 당사자임에도 그 계약에 따른 사용자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는 이야기다.

 

휴업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으며(23조 1항), 46조에서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휴직’과 ‘휴업’이라는 용어가 유사해 보이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휴업’에는 개개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에 반하여 취업이 거부되거나 또는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포함되므로, 이는 ‘휴직’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며, 여기서 “‘휴직’이라 함은 어떤 근로자를 그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능이거나 또는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근로자의 지위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한 기간 그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을 말한다”(2007두10440 판결).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근로기준법은 매출감소나 경영악화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노동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 사정이자 경영상 필요 때문에 근로제공을 중단시키는 처분, 즉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로 보고, 이 기간 동안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평균임금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주도록 하고 있다. 좀 더 방문요양 이야기에 가깝게 가져오면, 장기요양수급자가 사업주와 서비스이용 계약을 해지해 매출이 감소한다든가 코로나19로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휴가를 지급하는 경우에도 휴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방문요양 사업 영역에서 이 휴업급여 지급 의무가 지켜졌다는 사례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방문요양 노동시장에 이러한 법 위반 관행이 자리 잡은 데는 이용자와 요양보호사 간의 일대일 매칭을 전제로 급여비가 지급되는 요양수가체계 자체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일대일 매칭이라는 제도 설계가 근로관계의 책임과 권한이 마치 이용자에게 있는 것처럼 잘못 보이게 해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 관행을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가 바로잡지 않고 방치한 문제도 심각하다.

 

이처럼 이용자의 의사나 사용자의 지시 등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일이 흔한데도 사업주에게 휴업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요양보호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법 내용을 모르거나 어차피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계를 위해 그 다음 이용자 매칭을 받으려면 사업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압박감의 결과기도 하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터무니없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단이나 종료 통보를 받는 데 익숙한 요양보호사들에게 어쩌면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은 그나마 납득하기 쉬운 정당한 휴업 사유에 속할 것이다. ‘이참에 쉰다’는 반응에는 분명 그런 느낌이 있다. 문제는 중단 사유가 코로나19든 무엇이든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휴업급여는 없다는 것이고,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고 해도 고용이 유지되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서비스 중단은 요양보호사에게는 언제나처럼 생계를 위협하는 불법 무급휴업 통보일 뿐이다.

 

피해를 줄일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고용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면서 정부는 포괄적인 고용유지지원책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살펴보면 방문요양기관은 그 신청 단계부터가 난관이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휴업급여의 90%까지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사업주가 직원 전체에 대한 단축근무와 그에 따른 휴업급여 지급 계획을 제출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계획 수립 자체가 일대일 매칭에 따라 방문요양보호사마다 근무량이 다르게 정해지고 그 근무량이 가장 크게는 이용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방문요양사업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다. 더구나 이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급여 지급을 통해 한동안 유급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지원 조건이다. 휴업 시 휴업급여 지급이라는 사용자의 법적 의무가 애초에 지켜지지 않는 업계에서 굳이 수고로운 신청 절차와 10%의 부담률을 감당하면서까지 그 책임을 다하려는 사업주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에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에게 월 50만원까지 지급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지원 대상에 방문요양보호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었다. 일대일 매칭을 통한 방문요양의 근무형태가 차라리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에 가깝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방문요양보호사는 프리랜서 등과 달리 고용보험에 가입되는 직종이라는 점과 무엇보다도 명백하게 표준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결국 지적될 수밖에 없었다. 검토에 나섰던 고용노동부도 방문요양보호사라는 직종의 ‘복잡한 사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사용자나 이용자가 정당한 이유 등이 없이 노동자에게 당초 계약된 근로제공 중단을 강요한다거나 근로기준법상 휴업급여 지급 의무를 불이행하는 관행을 지금까지 당연시해온 요양노동실태가 사실은 다른 업종들과 비교해 매우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것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였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멈출 수 없는 요양노동을 위한 제대로 된 노동안전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짚어져야 한다. 요양보호사들은 적정한 보호구 사용 기준과 요양노동에 특화된 세부적 업무지침 없이 기존의 노동을 위험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상황 추이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한시적 장기요양 급여비용 산정지침’을 발표하며 ‘종사자가 확진 또는 의심되어 격리된 경우’에 ‘유급병가로 처리’하라는 내용을 일찍이 안내하기는 했으나, 요양보호사가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되어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 외에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한 예외적 유급인정 기준이라든가 안전수칙에 관한 특별지침은 없었다. 방문요양 사회복지사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거부 상황을 입증할 경우 방문상담 업무를 유선상담으로 대체하더라도 유급인정을 하겠다는 지침이 나온 것과 사뭇 비교된다. 둘의 직무속성상 어쩔 수 없는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책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 특정 노동의 안전과 권리를 방치하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게다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가장 비중 있고도 필수적인 노동이 아닌가?

 

코로나19의 감염 위험과 안전대책의 부재로 인한 불안 속에서도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어간 경우가 중단된 경우보다 더 많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더 힘들어졌다’는 반응도 무겁게 살펴져야 한다. 이용자의 높아진 불안감은 요양노동의 더 큰 감정 소모로 연결된다. 노동조합 집담회에서 한 방문요양보호사 조합원은 “어르신이 많이 불안해하셔서 제가 가면 ‘위험한데 왜 왔냐’부터 시작해서 ‘저기 소독해라’, ‘어제 뭐 했는지 말해봐라’ 하시는데 감정노동에다가 번거로운 일이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의 우울감이 증가했다는 최근 한 조사결과가 중요한 것만큼, 그 우울감과 스트레스의 감당이 고스란히 요양보호사의 몫이 되었을 것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시설요양보호사 조합원들과 방문요양보호사 조합원들은 코로나19로 외부인 방문이나 야외 활동이 멈춰져서 제한된 실내 활동만으로 요양서비스를 충당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고충이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특히 시설요양보호사는 가족 면회와 외부강사의 역할까지 대행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잠시도 이용자에게서 떨어질 수 없어 업무과중을 겪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상황은 요양보호사들이 이용자와의 관계에서 감당해온 감정노동을 증폭시켰다.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생계불안이든, 서비스 지속 과정에서 커진 감정노동이든 코로나19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들은 이전부터 감내해오던 문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담담하게 호소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그 담담한 태도에 말문이 막히는 복잡한 심경을 느낀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새롭게 드러났고 동시에 기존의 구조적 문제가 재확인되었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요양제도에 대해서도 그러한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코로나19 재난 속에서도 아무런 현황 파악도 대책도 없는 자신들의 노동실태에도 여전히 담담한 요양보호사들의 반응들이야말로 구조적 문제의 가장 아픈 증상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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