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준비해야 될 노숙자 월동

지난 2월호에서 "계속되어야 할 노숙자 월동준비"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 바 있는 필자가 말장난하는 것처럼 비슷한 제목을 뽑은 데는 이유가 있다. 노숙자가 새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까지 '희망의 집', '자유의 집'에 입소했던 4,500여명의 대부분이 아직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새로 서울역에 나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4월 7일 현재 서울시내 주요 지역에 약 350명이 노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종전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문제가 덧칠되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가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지 2년째 접어들지만, 아직 거리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또 나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조치도 진전이 없다. 서울시는 현재 희망의 집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에 대해, 9월에 자활노력을 평가해서 자활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전세금을 융자하고, 자활의지가 없을 경우 퇴소시키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자활노력의 평가기준은 공공근로로 받은 수입의 반 이상을 저축하는가이다. 그리고 퇴소된 사람들의 경우 다시 자유의 집에 입소하여 일정기간 임시로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결국 거리생활에서 자유의 집, 희망의 집, 자활의 집으로 이어지는 '자활달성'의 노숙자 정책인 셈이다(〈그림〉).

그러나 이 경우 '자활노력이 입증되지 않아' 거리생활로 밀려날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르더라도, 서울시는 주요 지역에 대한 노숙금지를 고수하는 모순이 있다. '일률적으로 자활'할 것만 예상한 정책이 빗나갈 경우에 대해 생각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 정책이 획일적이라고 비판받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예방대책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표류하고 있으며, 노숙직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쪽방 생활자 대책은 아직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새로 닥칠 겨울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겨울처럼 수백 명을 일시에 시설에 입소시키느라 우왕좌왕하지나 않을까?

지금까지 논의된 바로, 노숙자 대책의 핵심은 이렇다. 현재 노숙자로 거리생활을 하거나 시설에 입소해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단기간에 자활이 불가능하다. 이는 경제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미 오랜 가난과 불안정 생활로 가족적, 사회적 지지망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숫자만큼은 사회가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그 보호는 지금처럼 일률적인 숙식제공과 공공근로 알선이 아니라, 심리상담, 직업교육, 사회성 강화훈련, 알코올 프로그램 등이 집중적으로 제공되는 수준이어야 한다. 자활 이전에 재활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외 노숙자의 유형별로 대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 등은 지난 2월호에 이미 밝힌 바와 같다.

김수현 / 한국도시연구소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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