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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1
  • 2001.05.10
  • 3635
한국에서 노숙자 문제가 사회의 이슈로 등장한 지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현장에서 노숙자들의 재활과 자활을 위해 애써온 실무자들의 노력으로 많은 수의 노숙자들이 자신의 삶의 현장을 찾아갔고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고 그 분들의 삶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숙자 지원사업은 민관의 협조로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활, 자립을 위한 노력들은 이제 그 씨앗을 뿌리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쉼터의 소형화 추진

표면적으로는 1997년 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로 인해 노숙자가 늘어났고 사회문제가 되었지만, 이전부터 그들은 성장환경과 사회적 지지의 부족으로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정규 노동시장으로의 편입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람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해 왔던 일은 주로 사회보장이 전혀 되지 않는 일용노동이 중심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든지 노동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일해 왔고, 이에 따라 거주환경이 열악하여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바로 노숙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사람들이었다.

1998년 초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거처를 잃은 그들은 함께 어울릴 수 있고 접근이 용이한 주요지역의 역사로 몰려들었고, 민간은 그들의 끼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전부터 이 일을 해 왔던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급식소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들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급식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의 협의기구가 만들어졌고, 이는 한국의 노숙자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1998년에 시작된 이런 모임은 후에 전국적으로 이 일을 위해 일하는 기관들의 조직인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로 발전되었다. 민간은 정부의 협조로 급식뿐 아니라 이들이 우선 기거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기로 하였고, 1998년에 전국적으로 150여 개소의 쉼터가 만들어졌다. 가히 혁명적인 속도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쉼터의 소형화를 추진한 것은 한국의 사회복지 역사에 획을 그을 수 있는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수용보다는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립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체제로의 발전을 도모한 것이었다.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사람들

현재 전국적으로 170여 개소의 쉼터들이 노숙자들의 자활과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파악된 숫자라는 것을 밝혀둔다. 이 쉼터들의 일정정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자발적인 운영을 하는 곳도 있다. 1998년 7,000명 이상(파악된 숫자임)으로 늘어났던 노숙자들은 2001년 3월 현재 6,000여명으로 줄었으나 최근 지방 경기의 하락으로 인해 지방의 노숙자들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노숙자 수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쉼터 등의 노숙자 지원 시스템에 의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2000년 하반기의 통계로 신규 노숙자의 숫자가 30-4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 그 증거이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줄지 않는 노숙자의 숫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민간과 정부의 획기적인 협조로 만들어진 노숙자 지원 체계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쉼터가 아닌 거리의 노숙자들

그러나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은 거리 노숙자의 문제이다. 동절기에도 쉼터를 선택하지 않는 노숙자의 수는 전국적으로 600-700명 선이며 하절기에는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원인은 쉼터에도 있고 개인의 선택에도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가장 약자인 거처 없는 그들보다도 거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은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을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행히 곳곳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 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고무적이다.

노숙자 지원의 과제

노숙자 문제는 한국사회복지의 사각지대의 문제이다. 적정한 사회복지 예산이 투여되지 않는 우리의 수준에서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노숙자의 문제는 그 테두리에서도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이다. 또한 이들을 위한 적정한 사회안전망이 없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노숙자는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문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숙자 문제는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문제이다. 특히 공동체 문화가 상실되어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는 21세기 사회복지의 최대의 화두가 될 것이다.

노숙자 지원의 과제를 정리하면 건강(의료) 문제, 거리 노숙자를 위한 이용시설의 확충, 저렴한 주택의 공급, 자활을 위한 지원의 확대, 서비스의 개선을 제반 여건의 강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편견의 극복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의료문제이다. 노숙자는 일정한 거처가 없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적정한 의료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책정된 예산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 노숙자에게 전면적인 의료보호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거리 노숙자를 위한 이용시설의 확충은 그들의 선택을 탓하기 이전의 문제이다. 그들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이다. 그들을 위한 진료소의 확충,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주 야간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셋째, 저렴한 주택의 공급은 예방의 차원과 동시에 자립을 위해 애쓰는 노숙자들을 위한 확실한 지원책일 것이다.

넷째, 사회로부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활에 이르기 위한 과정은 지난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처를 싸매 주고, 당당하게 직업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다섯째, 이들에게 적정한 서비TM를 제공하는 자원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ek라서 현장 실무자들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보장은 필수적이다.

여섯째,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대명사의 총칭이 부랑인, 노숙자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도와야 할 사람들이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신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들에 굴복하여 떨어진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이 사회의 도덕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할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노숙자, 부랑인... 이들은 우리 사회의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가해자일 수 있으며, 또한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은 언제든지 이들과 같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외면하고 멸시할 때 사회복지는 존재할 수 없으며, 최후에 기댈 수 있는 언덕마저 우리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의 길이다.

정은일 /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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