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9-08   1631

학생복지를 위한 학교조직 개편

학생복지 실현을 위하여

학교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과 관계없이 균등한 교육기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오늘날 학교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공간으로서 학습지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겪게 되는 발달상의 심리적인 현상 – 갈등과 불안 등 – 을 해결해 주며 나아가 이들이 자신들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 장으로서의 복지적 기능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학생복지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제반 권리를 보장하여, 학교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담담해야 함을 말한다.

하지만 학교현장의 현실은 학생복지의 사각지대나 다름이 없다. 학생들은 교육주체의 일원으로 교육활동에 참여하기보다는 여전히 일방적인 지도의 대상이다. 학생자치기구는 여전히 형식적인 기구에 머물러 있으며 다양한 학생자치활동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부적응 학생들은 증가하고 있으며 학교는 이러한 아이들의 문제 – 따돌림, 학교폭력, 청소년 성 매매, 학습부진, 결손가정, 중도탈락, 심리적 장애 등 – 에 대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 동안 추진되어 온 정부주도하의 교육개혁이 안고있는 수많은 문제점들과 학교현장교육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교육개혁의 실천적 토대인 학교의 조직구조에 대한 무관심이다.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근간조직이 바로 학교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조직이 본질적인 교육활동을 수행하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현행 학교조직구조는 교육활동에 대한 본질적인 기능중심으로 편제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게 되었으며 학교현장의 다양한 시도는 학교 전체적인 차원보다는 개별적이거나 부분적인 차원의 노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에서 학교가 담당해야 할 본질적인 기능은 교육활동(교수-학습활동)과 복지기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조직은 교육활동과 학생 복지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교육자원화 할 수 있는 열린 학교(open system)가 되어야 한다. 학교조직이 교육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가질 때 학교는 구성원들의 내적 동력이 살아나고, 조직간 유기적 결합도가 높아지면서 본질적인 교육활동이 활성화되고 아이들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조직 혁신의 구체적인 사례

현행 학교조직구조는 교육활동 내실화와 학생복지실현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혁신하여야 한다.

가. 부서들의 통폐합을 통한 학교의 본질적인 기능 집중·활성화

나. 학년부의 위상과 역할강화

다. 학급의 중요성과 담임의 역할 강화

라. 교과교육의 내실화

마. 학생복지부의 신설

바. 지역네트워크의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교육자원화

사. 행정부서의 실무적 간소화 및 지원부서화

이는 기존의 방만한 부서 체계를 교육활동 기획/지원부서, 교육활동 실천부서, 학생복지 실천부서 등 3개의 큰 범주로 나누어 조직하여, 학교교육에서 교육활동의 실천적 영역인 교과활동과 담임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심적 영역에 배치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역동성을 살려낸다. 여기서는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학생복지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교육활동 실천부서인 학년부의 강화와 학생복지 실천부서인 학생복지부의 신설에 대하여 살펴보자.

1. 학년부를 교육실천의 중심축으로

학교는 학급이라는 기본단위로 편성되어 있다. 교육활동은 학급에서 아이들과의 밀접한 접촉과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학급은 대부분의 교육활동과 일상적인 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들의 학습공간이자 생활공간이다. 학급은 학교에서 가정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학급활동은 학생자치활동의 토대가 된다. 학급은 더 이상 기능상의 편의적인 단위가 아니라 교육활동의 생명공간이다. 학급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과 학급담임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교육활동의 기초단위가 제대로 작동해야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그만큼 학급과 학급담임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하며 학교의 조직구조도 학급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은 동학년끼리의 문화적·정서적 동질성과 심리적 연대성을 가진다. 교육과정의 운영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지도나 생활지도, 각종 행사가 실제로 학년단위로 이루어지며, 아이들의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단위로서도 동학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학년부가 교육활동의 핵심적인 실천부서로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들이다.

학년부가 학년중심의 교육활동을 주도하는 중심부서로서의 위상과 실천적 역할을 가질 때 학급이 살아나고 교과활동이 활성화되며 학교교육은 꽃을 피워나갈 것이다.

○ 구성 : 동학년 학급담임교사들과 동학년 교과담당교사들로 구성한다.

○ 역할 : 교육과정 운영, 학생생활지도, 학생생활문화 연구, 인성·진로지도, 상담활동, 학급운영 연구, 학년활동(자치활동, 봉사활동, 행사활동, 적응활동, 계발활동 등)

○ 담임의 역할 : 교과지도, 생활지도, 상담활동, 인성·진로지도, 학급행사, 학급자치활동 지원

○ 담임활동 지원 : 잡무경감, 담임활동 지원 연수(학급운영 연수, 상담연수 등), 학급운영비 지원

2. 학생복지부의 신설

(1)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학생복지의 당위성 및 학생복지부의 필요성

“복지”란 용어는 주로 가난한 이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공평한 분배의 정의를 이루는 것이라는 정의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요즘 경제적인 안정기에 들어간 많은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원조를 넘어 개개인의 “행복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의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 삶의 질적인 면의 향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질의 문제에 있어서 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학생복지’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 삶의 질의 향상”을 지향한다. 학교생활의 질적 향상에는 무엇보다도 개인적·환경적인 차이에 의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대다수 보편적인 학생들이 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자에서 언급하는 복지기능은 ‘안전’ 기능으로서 학교 내에 심리·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학생을 위한 학교 안전망을 구축하는 활동으로 규정될 수 있으며, 후자는 학생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교육경험의 확대, 복지기능을 갖춘 시설의 확충 등 학교생활의 ‘행복’ 혹은 즐거움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언급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사회의 학교는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로서 예전의 학교의 기능보다 확대된 역할 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사회가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변화하게 되면서 종래에 가족과 이웃에 의하여 이루어지던 사회화 과정이 점차 학교교육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학교는 학습지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겪는 발달상의 갈등과 불안을 해결해 주며 나아가 이들이 자신들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 장으로의 변화를 요청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는 사회가 요구하는 이러한 요청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학생이 표출하는 문제는 입시위주의 교과과정이나 대량 생산적 교육환경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개인의 특성 및 능력·열악한 가정환경·지역사회의 유해환경 등과 관련을 맺고 있다. 학생 개인의 개인적·환경적 상황이 타학생에 비해 열악하여 다양한 문제를 나타내는 학생에 대해 지금까지의 학교는 위와 같은 복합적인 상황을 진단하고 개입할 수 있는 학교 내 적절한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교에는 학생의 상황을 개인뿐 아니라 환경도 고려하는 생태체계적인 관점에서 진단·개입할 수 있는 전문집단의 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집단은 학생의 심리내적인 문제에 대한 치료적 접근, 학생의 생활사에 대한 전문적 사정, 가정방문 등 가정의 역동성 활용, 교사 등 학교체계와의 협력적 관계 수립 및 조정,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의 학교 자원화 등 학생-가정-학교-지역사회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개입한다. 특히 위와 같은 학생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통합된 시각을 가지고 전문적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담임교사, 보건교사, 특수교사, 상담교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등-의 협력적 해결이 요구된다. 바로 이러한 체계가 학생이 보다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산하고 향유하고 싶은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지원체계의 미비, 무관심, 시설부족 등으로 이를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문화 욕구를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는 지역문화활동과의 연계를 통하여 폭넓은 학생문화활동(동아리활동, 축제활동, 각종 문화이벤트 등)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문화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학교 내 지원체계 수립과 지역네트웍을 통한 협력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협력체계야말로 학생문화활동이 지역문화활동의 건강한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할 것이다.

학생들은 교육주체의 일원이면서도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개진하거나 관철시킬 수 있는 통로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학생자치활동의 경험은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통로이다. 학생회의 자치능력 신장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체계의 확립, 그리고 학생인권 보호와 신장에 대한 학교조직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학교 내에 복지적 시각에서 학생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이 조직은 학교 내에서 학생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새로운 체계로서 그 위상을 가지며 학교가 그 본연의 기능-교육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로서 존재할 수 있다.

(2) 학생복지부의 기능 및 역할

학생복지부는 교육복지사업의 계획과 실행, 평가를 총괄하며 학교본연의 목적인 교육활동 외의 학생복지 향상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개인적·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게되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치료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또한 위와 같은 요인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자치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지역자원과 연계하여 건강한 학생문화를 활성화시킨다. 이 부서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 학생회담당교사, 보건교사·특수교사·사서교사·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되며, 각각 고유의 업무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상호 연계하여 협력관계를 이끌어 낸다. 주로 학생 개인·가정·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며, 학생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안전망으로서 학교체계를 구축하고 건강한 학생문화를 생산하며 이를 향유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학생복지부의 구성원 및 그 협조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그림빠짐) 각 구성원은 각각의 고유업무를 담당하면서도, 협력적 해결이 요청될 때에는 서로 연계하여 활동한다.

학교조직 개편으로 학생복지 실현을

학교교육의 위기현상은 특히, 우리사회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면서 현재의 학교교육 체제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게 된 것이며 따라서 변화에 맞게 새로운 학교운영 형태와 교육방식 등 보다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함의하고 있다.

현행과 같은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으로는 학교현장교육의 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교육과정이 중심이 되는 학교, 교육실천활동이 살아나는 학교, 학생자치가 활짝 꽃피는 학교, 교육주체들의 자발적인 학교운영 참여가 보장되는 학교, 학생들에게 복지적 서비스가 제공되는 학교,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학교로 학교교육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학교조직구조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에서 발생하는 아이들의 다양한 부적응문제를 이제는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거나 학교내에서 담당할 수 없는 사안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대안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거나 떠넘긴다면 학교는 이제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 문제를 예방하고 치유하며 그들이 학교생활을 통하여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가는데 충분한 도움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존중하며 그들의 심리·정서적 발달을 도와줄 수 있는 복지적 서비스 제공은 절실한 시대적 요구이다.

조오영 / 배재고등학교 교사, ohy5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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