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9-01   801

[복지톡] 왜 사람이 죽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할까?

왜 사람이 죽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할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

최명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상황실장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월간복지동향>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산업재해로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 님의 장례가 치러진 2019년 2월,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故 김용균 님의 산재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고,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올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었지만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를 비롯해 재난참사와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또다시 노동시민사회단체, 산재재난참사 피해자들이 산재사망⋅재난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안 제정 활동에 나섰다.

 

<사진1> 최명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상황실장(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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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은 언제부터 제기되었나

2006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을 전문가들이 국내에 알리면서, 한국에도 그러한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출발이었다. 이전에는 산재사망이 ‘재수가 없어서’라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소개되면서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노동자 살인과 같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되었다.

이에 산재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기업이 어디인지를 알리기 위해 ‘2006년 산재사망 캠페인단’을 발족하여 매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했고, 산재예방을 위해 기업이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운동을 이어왔다. 법 제정을 위한 활동은 2012년 구체적인 법안을 만들면서 본격화되었다. 2015년에는 노동시민단체가 연대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이하 ‘제정연대’)를 발족하여 지속적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문제 제기되어 오던 중 2018년 故 김용균 님의 산재사망사고가 계기가 되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는데.

법 제정의 필요성은 계속 주장해왔지만, 그동안에는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목을 받다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사그러지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2014년 세월호참사 때 한 번 더 크게 이슈가 부각 되었다. 산업재해뿐 아니라 시민재해를 포괄하는 내용으로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에 시민들이 크게 공감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크게 확산되었다. 이전부터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과 동시에,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나 기업이 내놓았던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사고예방이 어렵다는 것을 노동시민사회와 언론 등이 느끼고 이것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2> 2020년 5월 27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발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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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발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이후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까지 되었는데도 왜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가 하는 물음이 커졌다. 현장에서 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그에 맞는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었다. 이후 2006년부터 주장해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한 운동을 전사회적으로 펼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러던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나 38명이 죽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산재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산재사고가 발생한 한익스프레스는 2008년에도 냉동창고에서 40명 사망하는 산재사고와 판박이 같이 동일한 유형의 사고다. 그런데 2008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처벌로는 2천만 원 벌금에 그쳐 그동안에도 솜방망이 처벌의 상징적인 사례로 소개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겹쳐 21대 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겠다는 결의가 모였고, 5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발족하게 되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준비한 4월에만 해도 70개 단체가 동의를 했었는데, 한익스프레스가 발생하면서 5월 27일 발족할 때에는 130개 단체가 참여했다. 현재는 234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고, 중앙 외 대전·세종·충남·충북·울산·전남·부산에도 운동본부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대중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경기도도 지역운동본부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악의 산재국가라고도 하는데요. 한국의 산업재해 현황은 어떠한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업군이 어디인지 살펴보니, 건설업에서 주로 발생을 하고 있었다. 건설업에서 매년 500명, 600명씩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과 같은 주요 건설사들이 계속 산업재해 발생 순위 상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조선업의 경우 항상 수주 1위를 기록하는 현대중공업에서 한 달에 한 건씩 중대재해가 발생한다. 노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만들어진 이래 430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지금도 한 달에 0.8명씩 사망한다.

건설업에서 반복적으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체적인 안전관리체계나 조직문화가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업도 제조·가공하는 배는 새로 바뀌지만 현장은 똑같다. 같은 현장에서 사고가 반복된다. 제철소에서의 사고도 끔찍하다. 당진 현대제철에서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2년 동안 20명이 넘게 사망했고 이중 80%가 하청노동자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굳이 어떤 기업이 특정되지 않아도 산재사망사고의 심각성은 똑같은 사고유형이 반복된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여름 하수관 작업, 정화조 작업 중에 발생하는 사망사고도 2인 1조 작업 등으로 간단히 예방할 수 있지만 매년 사망사고가 반복된다. 철도나 지하철사고의 경우도 선로보수 작업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 기관사는 선로 작업장에 하청노동자가 일하는지 모르고, 하청노동자는 열차가 오는 줄 몰라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업, 조선업, 제철산업에서 하수관 작업, 선로보수,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의 단순한 안전조치 위반이 원인이다.

 

현재 중대재해가 발생 시 처벌은 어떻게 하는가?

최근 1심 판결을 중심으로 정리한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로 실형을 사는 경우는 2%에 그친다. 2017년에도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포함하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단하게 재판 없이 기소하는 구약식기소를 하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벌금의 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2016년 평균벌금이 430만 원으로 높지 않다. 노동부 연구용역 1심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벌금은 5~10만 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처벌의 적절함만큼이나 누가 처벌을 받았는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대재해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하청업체, 말단관리자들이 처벌의 대상이 되어왔다. 2018년 인천에 있는 세일전자에서 9명의 노동자가 화재사고로 사망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화재경보기가 꺼져있었고 화재경보기를 끄라고 지시한 정황도 밝혀졌다. 이 사업장은 2016년에도 화재사고가 발생했었는데, 이 화재로 인한 손실액은 2억 원 정도인데 반해 서류를 조작해서 화재보험금으로 10억 원을 수령한 게 밝혀졌다. 안전사고발생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우지 않고, 이후 사고예방에 대한 대책도 강제하지 않았던 것이 2018년 사고로 이어졌던 것이다. 5월 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사망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공기단축을 하면서 종류가 다른 크레인이 제대로 된 안전조치도 되지 않은 채 한 작업장에 투입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고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졌는데도 원청인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기소도 되지 않았다.

해외의 중대재해 관련 입법사례나 배경을 보면, 호주는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뿐 아니라 공무원도 기소를 하고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은 없고 과징금처벌만 있는데, 대신 상한선이 없고 기업의 매출액에 대비한 과징금을 부과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에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모두 기업의 최고책임자 또는 법인이 중대재해에 책임을 지는 것, 최고책임자의 직접적, 구체적인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 책임을 묻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공무원을 처벌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시민재해나 재난참사 피해자분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내용이다. 대구 지하철참사가 발생하게 된 원인 중 지하철 시설의 재료가 화재에 취약했던 부분이 있었다. 대구시에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절연이 되는 재료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가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동차를 운전하는 노동자만 처벌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참사도 직급이 낮은 해경만 처벌을 받았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도 마찬가지이다. 리조트 붕괴로 대학생들이 많이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기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조작과 공무원의 협의 및 부실처리가 사고원인조사에서 밝혀졌다. 부적절하게 인허가를 해준 공무원을 처벌해야 했는데 직책이 낮은 공무원이 견책받고 끝나버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주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내용은 무엇인가

2012년 입법안에는 산재사망에 대해서만 내용이 담겨 있었고, 2017년에는 시민재해를 포함하여 법안을 발의했었다. 2020년에도 사고사례를 분석하고, 피해자와 노동시민사회가 집단적 논의를 통해 보완하고 내용을 마련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주요내용은 ‘힘없는 하급관리자가 아니라 권한 있는 기업의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 기업에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 산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하게 처벌하자는 것, 행정책임자 공무원에게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 산재사고뿐 아니라 시민재해의 경우에도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 마지막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2014년 국제포럼에서 캐나다 노총(CLC)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중대재해 관련 법이 있어도 법률적 절차가 미흡해서 적용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도 실제로 판사들이 산재사고에 완벽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양형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추가하게 되었다. 유무죄 여부는 판사가 결정하되 피해자가 추천한 전문가가 포함된 양형위원회가 형량을 정할 수 있도록 특례규정을 보완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영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국가보다 한국에서 특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 캐나다, 호주는 법 위반율 자체가 높지 않다. 오랫동안 산재사망이 기업의 책임이라는 문화가 앞서 발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영국은 처벌수위가 높고 법 집행률도 높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수위나 법 집행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산재사망을 줄여나가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의 활동계획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청원’으로 직접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려고 한다. 노동자, 시민이 직접 만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우리가 직접 국회에 입법발의하려면, 9월 25일까지 10만 명의 청원동의가 필요하다. 10만 명의 청원동의가 달성되면 10월 중순부터는 국회입법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 시민들이 직접 지역구별 국회의원에게 법안 발의동의를 요구하는 시민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2020년 12월 전에 법안이 심의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해주시고 또 널리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다음의 링크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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