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3-01   462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69호

편집인의 글 : 부동산 공화국에서 주거가 절실한 국민의 자리는 어디인가?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전반적 신뢰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도 유독 공공성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서, 집은 교환가치,

그 현상형태인 가격으로 견주어지곤 한다. 하지만 집은 나와 가족이 살아야 하는 공간으로서의 사용가치가 그 핵심이다.

 

일부의 사람들이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아 자산증식의 치열한 경쟁을 펴는 동안, 또 한편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의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지금, 거리를 두고 격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사람들에게 사적 공간에 혼자 머무르라는 방역지침은 어떻게 들릴까? 거주시설에서의 탈시설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설에 거주하고 있거나 거주시설에 입소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어디서 살아야 하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들에게 병원이나 시설에 장기간 입원입소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라고 하는데, 지역사회에 적절한 거주지는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당장의 퇴거 위기에 몰린 사람들은 어디서 살아야 하나? 이들에게 (모든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며) 주택가격에 대한 논란과 변칙이 난무하는 금융의 문제에 대한 정책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너무 한가한 논의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부동산 계습사회’에서 주거권의 배제로 직접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김선미 주거복지센터장의 글에서 공공이 그 성과를 과장하여 선전해대는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지원이 실제 현장에서 가지는 문턱이나 비합리성을 볼 수 있다. 민소영 교수의 글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과 주거지원의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았다. 몇 년 내 초고령사회에 직면할 우리나라에서 시급한 과제인 지역사회통합돌봄에서 주거지원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다루고 있다. 송아영 교수의 글에서는 탈시설과 주거권의 문제를 짚어 보았다. 우리나라 복지에서 중요한 과제인 탈시설의 문제는 시설이 아닌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를 전제조건으로 필요로 한다. 주거우선(housing first)과 지원주택(supported housing)은 우리나라에서 주거권 배제에 저항하는 중요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이동현 활동가는 서울역의 홈리스들이 코로나에 집단으로 감염된 사태를 살펴보았다. 더 이상 공급편의나 시설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라 개별적 주거권 보장의 틀 위에서 방역과 노숙대응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구 수보다 주택의 수가 더 많다. 100%가 넘는 주택확보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 배분이 어떻게 되어 있기에 주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이렇게 많은가? 당장 살아야할 공간을 상실한 사람들의 위험에 대응조차 못하는 것일까? 이번 복지동향이 주목한 주거권 배제의 실태는 결코 극단적인 일부의 사례만이 아니다. 더구나 본인이 책임져야 할 책임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주택의 가격만이 아니라 주거권의 문제에, 그 침해와 배제의 극복에 대해 더 집중해야 한다. 주거권이 시민권의 하나라면, 그 권리가 가장 심하게 침해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한 나라의 수준이 부유층이 아니라 빈곤한 사람들의 삶에서 드러난다 하듯이, 우리나라 주거(정책)의 수준은 주거권이 배제된 국민들의 주거양상에서 판단 될 것이다.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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