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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6.09
  • 1932
들어가며

최근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체험하는 일상은 어떠한가. 외환 위기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상처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상처 중 가장 큰 상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적 통합성이 약화되고, 각 개인이 사회나 직장에 대한 믿음보다 자구적 해결방법을 찾는데 열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우리 사회가 각 개인이 보다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위 "대박의 꿈"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참담한 모습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국가는 사회적 통합성을 유지·강화시킬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시민사회(단체)는 국가의 정책에 대한 비판자로, 아울러 국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행위자로서의 건강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지난 100일간 다양한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향후 참여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국제정세(특히 대북·대미관계)의 급격한 변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방향모색, 정치권의 재편과 같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참여정부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매우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방향으로 치달아서는 안될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체험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위에 언급한 정치·경제 문제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야말로 현재의 정책을 판단하고, 향후의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토대이자 좌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현재 참여정부는 대외적 현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 이상으로 사회 내부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참여정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을 다루는 위원회와 기획단을 발족하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 시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이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 경험과 욕구를 간단히 기술하고, 이 기획단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과제가 이러한 욕구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것에 거는 소박한 바램을 피력하기로 하겠다.

한국사회의 빈곤과 소외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에 대한 기대를 피력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일상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기로 하자. 이것은 기획단이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며,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결코 우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먼저 21세기의 대중매체 속에서 개인은 소비문화가 만들어내는 온갖 유혹으로부터 노출되어 있다. 대중매체는 끊임없이 사치스러운 저택, 고급스러운 자동차, 명품의류, 품위 있는 일자리, 벼락성공의 신화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꿈꾼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여건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들거나 "대박의 꿈"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 일상생활의 단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빈부격차와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그것이 사회적 통합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많은 경제정책이 자산 형성의 투명성과 조세 부과의 형평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 결과 일부 고소득자의 소득·재산 형성과 그것에 부과되는 조세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확산되고, 이것이 평범한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처럼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노동을 통한 빈곤 탈출이나 사회 참여 또한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단순제조업의 국제경쟁력 상실은 비숙련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는 감소시키고, 획일적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이 계속된다면, 많은 근로자가 노동의욕을 상실한 장기실업자나 2∼3개의 일자리에 매달려 힘겹게 생계를 꾸려 가는 근로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일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셋째, 고령자·장애인·빈곤여성가장은 취업 기회로부터 배제와 차별이 빈곤가구를 더욱 심각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고령자·장애인·빈곤여성가장의 취업·승진에 있어 배제와 차별은 커다란 제도적·도덕적 규제 없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 또한 미미한 상태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이른바 "선진사회"라는 구호와 달리 여전히 수익과 효율성 그리고 경쟁지상주의에 사로 잡혀, 사회적 소외계층을 더 극심한 고통으로 내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넷째,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안정된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이 꿈꾸는 소박한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터무니없이 치솟고 있는 주택가격은 평범한 봉급생활자가 자기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보다 좀더 넉넉한 소비생활이나 대박의 꿈에 젖어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음은 물론이고, 투기를 통한 치밀한 재산 증식의 행렬에 동참할 수도 없는 서글픈 현실을 말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다섯째,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체계 또한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제도는 여전히 많은 사각지대를 남겨두고 있으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공공부조제도의 사각지대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해결책은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어떠한 방법을 채택하는가 하는 점이다. 즉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서 대상 범위와 지원 방식을 결정하는 문제가 관건인 것이다.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의 주요 추진 과제

최근 출범한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Presidential Committee on Social Inclusion)은 참여정부가 설치한 많은 기획단과 위원회 중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드문 조직 중 하나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획단은 빈곤 및 소외 문제와 관련된 많은 정책과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획단은 전반적으로 "비중 있는" 사회적 현안을 추진 과제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① 자영자 소득 파악 및 조세 형평성 제고, ② 부동산 보유 과세 강화와 과표 현실화, ③ 사회보험의 재정 안정화 및 사각지대 해소, ④ 최저주거기준 수립 등 주거복지정책 강화, ⑤ 근로빈곤층을 위한 자활지원 활성화와 EITC 도입추진, ⑥ 고령자·여성 등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⑦ ESOP 활성화와 영세기업 근로자 복지 강화, ⑧ 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⑨ 장애인·여성의 고용 확대를 위한 적극적 차별시정정책 추진, ⑩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 제도의 실효성 제고.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10개의 추진 과제는 하나의 영역을 포괄할 뿐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먼저 앞의 네 과제(①~④)는 빈부격차 및 자산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간의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고, 사회보험의 오랜 숙제인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문제를 해결하며,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다음 다섯 과제(④~⑧)는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보장, 자활지원, 복지서비스 제공을 활성화하는데 주안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크게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자활지원제도와 관련된 제도 개선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자활지원, 현물급여 확대 그리고 복지서비스 제공이 주요 추진 과제로 선정된 것에 비추어 알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ESOP 활성화는 시민단체의 숙원이 추진 과제에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시정정책의 추진은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를 제도화하고, 제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장애인·여성·고령자에 대한 고용 차별이 심한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맺으며

결론적으로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은 앞서 언급했던 사회적 현안 중 상당수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주요한 문제는 이러한 과제가 영원히 과제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적용되고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과제가 정책에 반영되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관문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먼저 참여정부는 스스로 빈곤과 차별문제에 대한 확고한 개선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가 선택이 아니라 조화의 문제라고 한다면, 빈곤문제에 대한 소나기식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명실상부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정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빈곤문제에 대해서는 개별정책의 개선보다, 사회보장정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많은 정책이 외환위기 상황에서 시급하게 마련되었고, 그것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의 측면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아니라, 한 국가의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끝으로 이러한 정책추진과제는 예산과 전달체계라는 두 가지 요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이유 중 하나는 적절한 예산과 효과적인 전달체계가 없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획단이 추진하는 각각의 과제는 적절한 예산과 효과적인 전달체계를 마련하는데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노대명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dmno@kihas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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