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12-21   1652

한국의 약가제도 문제점과 개혁방안

지난 5월 11일,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가 개최한 “한국의 약가제도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에 대한 긴급토론회”의 발제문을 싣습니다. 토론회는 최근(2006. 5. 3) 보건복지가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약가제도의 개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참고. – 편집자 주

정부가 발표한 포지티브리스트로의 개선방안은 지금까지의 한국의 약가제도가 심각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 한다는 점, 또한 그 개선방안이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왔던 보험자에 의한 약가계약제 및 약품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기초로 한 포지티브리스트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이 진정으로 약가를 절감하려는 방향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에 지적하는 문제점들이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기존약제에 대한 포지티브리스트의 실질적 적용, 약가 협상의 주체인 보험자의 협상력을 훼손시키는 방안의 철회, 기존의 불합리한 독점의약품에 대한 약가산정방식의 전면개편, 비등재의약품에 대한 강제조정 제도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5월 3일 발표된 복지부의 포지티브리스트제도는 이름만 포지티브리스트인 협소하고 극히 부분적인 제도개혁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

1. 기존약제에 대해 약가계약제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정부의 보험약가 개선방안 중 가장 큰 한계는 기존의약품에 대해 선별등재시스템을 사실상 적용을 포기한 것이다. 5.3 개선방안은 “기 등재의약품은 포지티브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보되, 순차적으로 등재목록 정비”라고 밝히고 이 중 ‘특허만료의약품에 대해서는 보험약가 조정’과 ‘대체가능 약제간 비용효과분석을 통한 등재목록 정비’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이는 기존약제의 약효인정은 물론 약가(와 약가결정제도)를 현재대로 승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 방식은 현재 최초약품과 제네릭약품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 품목에 대해 약가절감을 할 수 있는 포지티브리스트의 적용을 포기하는 것이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약제비 지출액 중 72.3%가 제네릭약품과 최초약품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 성분의 의약품에 의한 지출이다. 이 약품의 성분들은 이미 제네릭 약품이 나와 있고 이 약제 중 상당수가 생동성 검사를 이미 마친 상태이다. 다시 말해 특허기간이 만료되고 동일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약들이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네릭 의약품이 이미 출시된 이후에도 최초 의약품은 높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이것이 약제절감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 3월 13일 약가조정신청을 한 내용에 의하면 현재 혈압강하제로 등재된 3. 1 현재 혈압강하제 총 55개성분 690개 품목을 동일성분의 평균약가 이상인 항목을 평균약가로 인하할 경우 약가조정대상은 53개성분 411개 품목이었고 그 인하폭은 12.5% 였다. 소화기관제재의 경우 18.7배 이상 차이가 나는 동일성분의 약이 존재하고 혈압강하제의 경우 10.1배, 항생제의 경우 7.9배의 차이가 나는 약들이 존재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제네릭약품이 존재하는 성분에 대해 포지티브리스트를 적용하게 될 경우 약가절감효과는 매우 크다.

5.3 개선방안은 기존의 약제, 특히 제네릭이 존재하는 약품에 대해서도 포지티브리스트 적용을 포기함으로서 사실상 약제비 절감을 대부분 포기한 방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서도 지적하였듯이 현재 약제비의 72.3%에 대한 약가절감의 가장 유력한 방안을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제약이 등재하는 시점에서 신약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5.3 약가개선방안)하는 것만이 아니라 복제약이 존재하는 기존 약제의 경우에도 복제약의 가격을 근거로 최초약품의 약가를 조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표1>처방약의 제네릭 존재여부에 따른 청구액 구성 – 생략

둘째 약품 경제성 평가, 수량-약가연동제 시행계획이 불분명하다. 포지티브리스트를 실시하는 즉시 성분별 약품경제성 평가를 모두 시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치더라도 성분별 등재를 포함한 약품경제성 평가와 약가수량연동제는 전체 약제에 대해 최대한 단기간 내에 시행되어야 하고 명확한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복지부의 계획이 불분명하다.

2. 보험자(건강보험공단)의 협상력을 저해하는 제도 설계는 폐기되어야 한다.

약가계약제에 기초한 포지티브리스트제도의 핵심은, 약품의 등재와 약가계약에 있어 독점구매자인 보험자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계약을 유리한 방향으로 맺는 것에 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경우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의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제도의 핵심사항이다. 제도설계에서 건강보험공단의 협상력을 저해하는 외부기능은 포지티브리스트의 핵심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5.3 개선방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치예정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경제성평가 등 종합적인 검토결과와 공단의 자체분석자료를 토대로” 공단이 약가와 약품등재여부를 협상하는 것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종합검토 결과에 의한 예정가를 토대로 공단이 협상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첫째 공단의 외부에서 포지티브리스트에 있어서의 약가협상의 핵심적 근거인 경제성평가를 포함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단이 기술적인 협상만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앞서 지적하였듯이 “보험자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협상에 기반하는 약가계약제”의 본질을 침해하는 설계이다. 포지티브리스트가 그 이름에 걸맞는 것이려면 최소한 경제성 평가를 비롯한 종합검토는 기본적으로 공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까지 약가를 결정해오던 심사평가원의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구성이 가입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약회사와 공급자를 대변하는 구성이었다는 점이다.

[표-2]에서 보이듯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구성이 제약회사와 공급자의 노골적인 담합체 성격에서 조금 변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 구성은 가입자를 대표하는 단위와는 거리가 멀다. 가입자를 대표하는 건강보험공단 외부에 경제성 평가를 하는 단위를 구성하면 심지어 계약의 대상자인 제약회사를 포함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현재까지의 제도운영을 보면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의 협상력을 저해하는 외부기능의 설계는 폐기되어야 한다. 경제성평가 등의 전문적인 검토는 건강보험공단의 전문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종합검토와 최종결정은 건강보험공단의 가입자대표들로 구성된 가입자위원회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가입자위원회의 설치와 이 위원회의 결정권한 부여는 민주적인 방안이기도 하거니와 앞서 지적했듯이 약가협상에 있어 가입자를 대표한 보험자의 협상력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며 따라서 포지티브리스트의 본령을 살리는 방안이기도 하다.

<표2>심사평가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 구성 – 생략

이 점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로운 약가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심사평가원과 공단의 기존의 기능구분이 달라짐으로서 발생하는 조직간의 세싸움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심사평가원에 경제성평가기능을 포함한 종합평가기능을 남겨두는 것은 기존조직의 기득권인정에서 비롯된 미봉책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포지티브리스트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적절한 구조개편이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의 조직 세불리기로 인한 갈등에는 관심이 없으며 누구의 편을 들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현재처럼 이러한 조직기득권 옹호와 세불리기 싸움이 새로운 포지티브리스트 제도에 조응하는 적절한 구조설계에 방해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3. 포지티브리스트 비적용약제에 대한 조정기능은 강제규정이어야 한다.

포지티브리스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포지티브리스트에서 필수적이거나 많이 사용되는 의약품이 제외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포지티브리스트제도 하에서는 제약회사가 독점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약가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약가협상을 거부하고 등재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약가제도에 있어서도 산디문이나 글리벡의 경우 고시가나 상한가를 거부한 경우가 한국에서도 발생했던 경우가 이미 존재했다.

정부는 5.3 개선방안에서 “제약회사가 등재신청을 하지 않는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심의 결정 및 업체의 의견을 들어 등재”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포지티브리스트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강제규정이 없다. 약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의약품의 특성상 독점의약품의 경우 이 의약품이 없거나 건강보험 비적용의약품이 됨으로서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당장 치료에 장애를 받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정 약품을 등재하지 않는 경우 국민건강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강제적으로 보험등재적용대상으로 선별하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둘째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소재나 권한이 모호하고 더욱이 업체와의 협의는 이 경우 부적절한 과정이다. 업체와의 협의과정을 이미 거쳐 업체가 비등재의약품으로 남는 것을 선택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다시업체와의 협의를 거친다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부적절하다. 따라서 강제등재의 경우 그 권한은 복지부장관으로 특정하거나 그에 준하는 기구의 신속한 강제권한으로 규정되어야 하며 또한 그 시기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주지 않을 수 있도록 급여대상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될 필요가 있다.

셋째 필수적인 의약품이라는 규정은 “국민건강을 이해 필요하다고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약제”의 포괄적인 규정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4. 신약등재시의 약가결정기준이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포지티브리스트로의 변환은 신약등재시 기존약가제도의 신약등재시 약가산정기준의 변화를 동반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동반되지 않으면 포지티브리스트의 도입이 의미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부의 5.3 개선방안은 신약의 약가등재과정이 불분명하고 또한 사전설명에서 지정하는 내용을 개혁방안으로 인정한다 해도 그 개혁범위가 협소하다.

첫째 신약도 아닌 약품들에 사실상의 특허권을 부여하여 의료비 낭비를 부추기는 신약규정이 바뀌어야 하며 관련 조항들이 정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약가제도의 규정상 신약의 규정은 “신규물질”(New Molecular Entity or New Chemical Entity, NME or NCE)가 아니라 새로 등재된 약품의 개념이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여 식약청 고시를 통해 이미 특허기간이 만료된 의약품도 사실상의 특허의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약들이 한국에서는 100여품목이 넘으며 이 때문에 불필요한 약제비의 낭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신약의 정의는 “약사법 제 2조 12항의 규정에 의한 의약품으로서 국내에서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재 의약품으로서 별표 1, 별표 3중 1 또는 별표 4중 1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다만 대한약전 도는 식약청장이 정한 공정서 및 의약품집 수재품목 및 식약청장이 따로 기준 및 시행방법을 고시한 의약품은 제외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규정으로 말미암아 이미 특허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이 국내에 신약으로 둔갑하여 재심사를 받게 되고 이 기간동안 4-6년간 사실상의 특허의 지위를 누리게 되어 있다.

따라서 신약의 규정은 명확히 신규물질로 한정하고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으나 외국에서는 이미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은 자료제출 의약품으로 별도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특히 특허만료의약품에 대한 자료독점권을 부여함으로서 사실상의 특허권을 부여하고 있는 식약청 고시 ‘안전성 유효성 심사규정 5조 10항’ 등의 규정 등은 폐기되어야 한다.

둘째 이른바 ‘혁신적’ 신약약가 산정방식은 폐기되어야 한다. 현재 이른바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되면 일반적인 한국의 약가 산정방식이 아니라 외국의 약값이 그대로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규정을 들어 미국이나 EU 등은 모든 외국의 신약을 외국약값을 한국의 약가로 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지티브리스트의 적용은 이러한 혁신적 신약이라는 규정 자체를 폐기하는 것을 의미하여야 한다. 현재 혁신적 신약의 규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전에 등재된 약보다 두렷이 개선된 약”이라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 자체가 매우 애매하다는 것을 떠나 포지티브리스트는 모든 약을 경제성평가를 거쳐 선별등재하는 것으로 혁신적 신약 규정 자체가 폐기되어야 한다. 이 규정은 1999년 당시 한덕수 통상협력본부장이 미국과의 불평등협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서 국민의 듯에서 비롯된 제도가 아니다.

일부 개선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선진 7개국의 약가를 보다 많은 국가로 넓힌다든지 또는 혁신적 신약의 범위를 보다 엄격하게 규정한다든지 하는 것은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일부 진전된 안이다. 그러나 이 안들도 여전히 외국약가에 근거하여 국내약가가 자동적으로 정해지는 의약품 약가결정권의 포기라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신약의 범위를 엄격히 규정하고 그 신약은 국내소득 수준에 따라 정하는 일원적 약가체계를 수립해야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5. 사용량 규제를 포함한 의료공급자 규제는 자율과 강제적 제도의 결합이어야만 한다.

정부는 5월 3일 발표를 통해 “2004년 전년대비 약제비 증가율 분석결과 사용량 증가가 76%, 신규진입이 24%, 고가약 사용비중이 10%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통제가 의약품비용의 절감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제할 것은 약제의 사용량 통제는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약품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사용량 통제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전제로 하고 보아도 정부의 의료공급자에 대한 통제는 거의 자율적인 유도일 뿐이지 제도적인 강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첫째 약품사용량 규제가 자율을 통한 규제와 제도적 강제의 결합으로 시행되어야만 한다. 약제비 절감방안은 약가억제방안으로만 존재해서는 반쪽짜리 방안일 뿐이다. 즉 약제비는 약가*약품사용량인데 사용량 통제 없이 약가만을 통제하면 두 구멍 중에 한쪽 구명을 터놓은 밑 빠진 독에 불 붓기가 될 뿐이다.

가장 명확한 사용량 통제, 그리고 부작용이 가장 덜한 통제는 겉으로 보아서는 약제비절감과는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는 곳에 있다. 즉 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의 폐지이다. 복지부가 시행하려다 의료공급자의 반발 외에는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포기한 질병군별 포괄수가제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실시한 예를 보면 의료비절감의 가장 큰 부분은 불필요한 약제비의 절감으로 그 효과가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질병군별 포괄수가제, 즉 같은 중증도의 동일질환의 입원환자를 치료했을 경우 병원에 지급하는 비용을 동일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불필요한 주사제일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치료에 꼭 필요한 검사나 치료제를 투입하지 않는 치료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상 ‘교과서적진료’를 시행하면 불필요한 주사제의 절감이 그 효과가 될 것이다. 외래환자의 경우 주치의제도의 도입이 약제비 절감의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강력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점도 명확하다.

사용량 규제의 차선책은 당연히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의 사용량 규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심사평가의 강화를 통한 재정적 불이익의 도입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의료공급자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도입될 수도 있고 도입되지 않을 수도 있는 고려사항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하에서는 약제비 사용량의 증가가 곧 이익의 증대를 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정적 불이익을 통한 강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용량 규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주사제의 사용과 같은 경우 소비자에 대한 교육을 의료공급자 단체와 같이 시행하고 이와 더불어 재정적 디스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을 한다면 일정한 효과가 있겠지만 소비자 교육이나 사용자에 대한 자율규제 유도는 현행 행위별수가제 아래서는 효과를 보기 힘든 방법이다.

둘째 의료공급자에 대한 고가약 사용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의 경우 약가총액상한제를 실시하고 이 상한을 넘을 경우 의사의 진료비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다. 독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첫 해 약가총액상한을 매우 보수적으로 책정하여 진료비 삭감가능성은 거의 전무하였으나 의사들의 처방행태가 제네릭 처방으로 대거 변경되어 약가절감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독일의 국민건강의 위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물론 전혀 없었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파업이후 정부는 의사파업 증후군, 즉 의료공급자들의 정책저항 때문에 의료공급자에 대한 규제정책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역으로 의사들도 똑같은 의사파업 증후군을 정부의 역의 의미에서 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의 모든 나라의 어떠한 의료개혁 정책도 정도만 다르지 의료공급자의 정책저항을 겪지 않는 정책은 없었다. 정부의 약가절감정책은 의료공급자 규제정책을 동반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국민, 즉 의료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의 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시행도 필수적이다. 제약회사, 의료공급자, 의료사용자들에 대한 3박자의 정책이 조화를 이룰 때에만 약가절감정책은 효과적일 수 있다.

6. 정부의 계획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정부의 포지티브리스트의 집행계획이 불투명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모든 문제점을 물론이고 정부는 5.3. 발표문에는 심지어 정책의 시행시기마저 9월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문안까지 있다. 또한 그 시행을 제약회사와 의료공급자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문구를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약가-수량 연동제의 실시나 약가평가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안도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현 정부가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고쳐 보다 명확한 약가절감방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놓는 것에 달려있다고 본다. 무늬만이 아닌 진정한 포지티브리스트 의약품제도의 실행이 이루어지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7. 한미 FTA와 약제비 절감 정책

5.3 발표한 약가절감정책과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어찌보면 두 가지 다른 사안을 같은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의약품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다. 미국정부가 맺은 모든 FTA에서 의약품은 미국정부가 양보하지 않는 핵심 사안이었다.

2005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2006년 미 USTR 보고서, 다른 나라의 FTA 내용등을 종합해 보면 미국정부는 여러 가지 약제비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한국의 제도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내용은 다른 분들의 토론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어지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생각되는 사안만 간단히 거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위반제소 제도”이다. 이는 미국의 제약회사가 FTA 협정 위반사항이 아님에도 약가결정이라든지 그 외 의약품에 대한 정부의 결정사항을 제소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리고 이 제소는 정부에 의해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심판하고 결정한다. 현재 호주정부에 대해 릴리사가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이 이에 근거한 것이다. 미-호주 FTA에서 호주의 약가제도는 포지티브리스트제도를 지키는 등 나름대로 어느 정도는 방어를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러한 호주에서 조차 비위반제소 제도는 호주정부의 정책이 1개 제약회사의 제소에 의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NAFTA를 체결한 캐나다 등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문제이다.

둘째 식약청-특허청 연계이다. 이 제도는 특허가 등재되어 있는 약품 성분에 대해서는 약품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실시되는 미국의 경우를 볼 때 특허분쟁에서 특허의약품을 가진 회사가 제네릭 회사와의 분쟁에서 70% 이상 패소한다는 것이다. 즉 특허제도는 특허가 인정되었다고 해서 그 특허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식약청 특허청 연계는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자료를 근거로 외국의 이른바 오리지널 의약품의 의약품독점권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어 의약품 비용을 대폭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식약청-특허청 연계는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effect) 효과를 뒷받침 하는데 약효의 확장을 특허로 인정받으면 특허기간이 연장되는 효과를 낳아 또 다시 의약품 비용의 상승을 낳는다.

셋째 의약품 특허기간의 사실상의 연장을 위한 많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심사기간의 의약품특허기간에서의 제외 등과 같은 의약품특허기간의 연장을 위한 조치들이 몇 가지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면 특허기간이 10년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또한 의약품 비용의 대폭 상승을 낳는다.

넷째 FTA가 체결되면 강제실시와 병행수입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진다는 점이다. 현재도 한국은 국영제약공장이 없어 강제실시나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가 매우 힘들다. 그러나 FTA에서는 강제실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조류독감이 창궐하는데 정부가 치료약이나 백신을 재빨리 생산할 수 없거나 북한주민을 위해 공급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하 된다는 것이다. 굳이 말한다면 ‘국가안보’에 문제가 되는 보건위생상의 위기가 닥쳐도 자구책을 마련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중요한 FTA와 관련한 의약품 의제들이 더 있지만 생략한다. 간단히 결론을 말하자면 한미 FTA는 불필요한 약제비용을 억제하려는 모든 노력을 헛되이 할 수 있는 협정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의 불필요한 의료비와 약제비용의 낭비를 막고 이를 통해 보다 강화된 의료보장과 의료혜택을 얻기위해 한미 FTA저지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보다 올바른 약가절감정책, 보다 올바른 포지티브리스트 제도의 도입을 위해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한미 FTA에 반대하는 투쟁을 앞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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