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11-15   1509

한국 성적소수자의 이중적 인권침해를 견제해야

2001년 4월 30일 김대중 정부의 100대 공약 사업 중 하나이며, UN이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원회설립에 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안은 김대중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3년 동안 인권단체와 법무부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로 인권단체는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국가인권기구론을, 법무부는 민간특수법인론 및 국가기구위헌론을 통해 위상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 중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위원회가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과 HIV/AIDS 감염인(병력-病歷)의 차별에 대한 진정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고 있느냐 있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위의 주장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은 시기상조론으로 일축하였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안 제30조는 이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여 조사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동성애자의 억압과 인권침해를 보장하는 인권감시자

이 땅에서 동성애자는 인권문제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는 집단이다. 국가권력과 사회 주류는 동성애 및 동성애자에 대해 도덕적 또는 종교적 측면으로만 접근해 왔다. 즉 인권적 측면을 도외시하며 정상인과 변태라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안은 현실적으로 자행되는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과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기구나 보장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 역사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동성애자 문제가 거론되고 또 보장받을 수 있는 희망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성애자들은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 때문에 선뜻 자신의 피해를 방어하지 못한다. 폭력·해고문제가 발생하면 경찰과 직장 관련자가 편견을 갖고 문제를 축소하거나 본질을 왜곡하기 일수다. 따라서 국가인권위가 이런 문제를 공정하게 조사해 적절히 처리하는 인권 감시자가 돼야 마땅하다.

하리수 신드롬과 트랜스잰더에 대한 왜곡

현재 한국의 성적소수자(sexual minority –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를 LGBT라고 표기한다)의 인권문제는 동성애자 홍석천의 방송복귀와 성전환자(transgender) 하리수 신드롬으로 인해 가시적인 성장을 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이는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동성애자인 홍석천의 경우 방송에서 해고 된지 1년이 지났지만 가해자인 KBS와 MBC는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홍석천의 경우는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를 보임으로 인하여 불의에 맞서 싸웠지만 대다수의 동성애자들은 자신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커밍아웃으로 인한 가족구성원에서의 배제, 직장에서의 해고, 학교에서의 왕따, 군대 내에서 2차적 폭력에 노출 등 피해자에게 이중적 고통과 피해를 양산할 우려가 높다. 성전환자 문제는 하리수의 등장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있다. 하리수 스스로가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스미디어의 천박함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성전환자로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호적정정신청기각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성전환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 우선 첫째로 한국의 성전환자는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제도는 뒷자리 첫 숫자가 2는 여성으로 1은 남성으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취업을 위한 필기시험에는 합격할 수 있다하더라도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며, 대부분의 성전환자는 시험에 응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러한 까닭에 대부분의 성전환자(male to female)는 유흥업이나 매매춘에 종사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성전환자는 이중적 인권침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성전환자가 일하는 유흥업소의 경우 사실상 매매춘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장에 의한 착취가 행해지고 있다. 또한 이들의 매매춘은 기존의 매매춘업의 형태인 포주와 점포를 두는 것이 아닌 길거리에서 단독으로 이루어진다. 95년의 성전환자 강간사건은 이들에 대한 이중적 인권침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판결은 사법부의 자유, 평등, 정의의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성적소수자(sexual minority)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정당화한 행위들은 공교육이 이를 묵인하거나 차별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부에서 발행하는 고등학교 윤리, 교련, 성과행복(서울시 교육청 발행)등의 교과목은 동성애를 비하하거나 왜곡하여 기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라나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자신의 성정체성(sexual identity)에 대한 비관으로 자살과 사회부적응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교과목은 이들에 대한 폭력행위와 차별을 교육시킴으로 인해 수많은 가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문제까지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수자 중에 소수자인 HIV/AIDS 감염인, 남녀양성소유자(androgyne)에 대한 인권문제에도 위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행자부 주연 법무부 연출의 국가인권위원회 뒤틀기

위의 모든 문제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정, 자문위원 선출에 있어, 여성을 제외한 우리나라 소수자들에 대한 별다른 배려장치가 없는 것이 아쉽다. 위원회의 직원채용에서 현장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직원채용 등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시행령과 관련해 일부 부처와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이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여 11월25일로 예정된 인권위 출범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법, 어떻게 시행하고 직원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에서 협의부서인 행정자치부는 토론자로서 그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필자의 문제제기(행자부의 토론불참에 대한)에 행자부 인사관리국의 한 간부는 "인권단체 활동가의 직원채용은 불가하다."는 대답을 할 뿐 행자부의 토론불참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행정자치부와 법제처 등은 민간인 출신 특별채용에 반대하고, 직원채용 규모도 100여명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100명의 직원으로 과연 국가인권위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 한술 더 뜨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의 장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얼마나 뒤가 구리면 말도 되지 않는 항변을 할까? 우리 인권단체들은 에바다농아학교 사건과 양지마을사건을 접하면서 사회복지의 간판을 내세워 장애인들과 부랑인들을 착취하는 반인권적인 행태를 목격하였다. 인권단체들이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있다고 하면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를 시행령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행정자치부는 법무부의 시나리오에 놀아나지 말고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인권대통령이라는 위상에 어울리는, 세계 어느나라 보다 뒤지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태훈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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