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10-10   2453

한국 노인자살의 현황과 과제

청소년의 자살이 종종 단일요인(가령, 학업성취에 대한 압박, 실연, 부모 혹은 선생님과의 불화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반하여, 노인자살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우선 퇴직은 노인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직업역할의 상실은 경제적 상실은 물론이고 자기존중감, 권력과 명예,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위협하게 된다. 노인이 견뎌야 할 또 다른 상실은 노화와 건강약화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능력장애와 만성질환을 들 수 있다. 노인들은 각종 장애로 인하여 사회관계와 사회참여가 서서히 줄어들게 되어 점차 고립감에 젖어들게 된다. 배우자의 상실 또한 노인기에 견디기 어려운 생애적 사건이다. 이와 더불어 노후의 경제적 불안정과 가족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도 노인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적지 않은 노인들은 앞서 제기한 노후에 발생하는 상실요인들에 우울증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리하여 점점 무력감과 절망감에 빠져들고 급기야는 문제해결의 대안으로서 노인자살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연령별 자살율의 최근 자료(표1)를 검토해 보면 1) 노인층에서의 자살율은 타 연령층에 비하여 높고, 2) 후기 노인층으로 갈수록 자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3)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율이 높으나 노인층으로 갈수록 그 차이는 보다 현격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표 1 > 연령별 자살율 (1998년 기준)

자료: 1998년도 사망원인 통계연보, 통계청, 1999년.

1999년도 사망원인 통계연보의 미발간으로 이를 최근 자료로 활용함.

그리고 1985년 이후 최근까지의 변화추이를 보더라도 한국 노인인구의 자살이 점차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표2)를 보면, 1) 전체 자살자수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2)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보다 전체 자살건중 노인자살이 점하는 비율이 2배정도 높게 나타났으며, 아울러 3) 노인층 자살율이 전체 자살율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사망원인 통계연보 1985; 1990; 1995; 1998 참조). 특히, 경제 사회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8년에는 노인 자살율이 급증하여 60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노인자살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인식하여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 표 2 > 한국 노인자살의 변화추이

a) 60세이상 인구수/전체인구수* 100

b) 60세이상 노인자살자수/전체 자살자수*100

c) 전체인구(5세 이상) 100,000명당 자살자수 = 전체자살자수/전체인구수 * 100,000

d) 노인인구 100,000명당 노인 자살자수 = 노인자살자수 / 노인 전체인구 * 100,000

자료: 사망원인 통계연보 (1985; 1990; 1995; 1998:최근자료 참고), 통계청.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사랑의 전화와 노인의 전화 등의 전화상담센터가 다양한 연령층(특히 청소년층)을 포괄하는 자살방지관련 기관으로서의 서비스를 일정 부분 제공하고 있으나 노인인구를 중점적으로 목표로 하는 자살예방기관은 없다. 그러므로 노인자살에 대한 예방조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더더욱 자살위험성이 높은 노인들을 파악하고 평가하며 또 효과적이고도 혁신적인 대응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서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인자살방지 전용센터의 운영, Gatekeeper 프로그램(고립된 노인들을 전화상담 또는 방문을 통하여 그들의 생활을 원조하는 전통적인 Outreach 프로그램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처해진 환경이 열악한 노인들과 자주 접하는 기관이나 조직에 속한 고용인, 가령 병원인력, 약사, 아파트관리인, 우편배달부, 경찰 등의 교육과 훈련을 통한 자살가능성이 높은 노인들을 발견하여 의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교육프로그램의 개발(노인성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무지와 그릇된 정보가 노인자살 예방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노인과 그들의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 일반대중, 특히 노인들과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람들 정신보건전문가, 보건의료종사자, 노인복지관종사자, 성직자,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노인성 우울증과 자살행위의 위험요인을 인식하고 그에 반응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등을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인들의 경제적 안정의 도모, 건강보호체계의 강화, 가족지원체계의 수립,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기회의 확충 등을 통하여 노인의 생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주력하여야 한다. 이는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정책 입안자가 효과적인 노인자살의 개입과 예방 프로그램을 원활히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현행 공식적 자살통계자료(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와 경찰청의 경찰통계연보)로는 노인자살자의 특성과 조건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므로 필요한 정보를 자살통계에 추가하여 노인자살을 보다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자살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소득수준, 직업과 고용여부(퇴직여부와 퇴직시점), 거주상황(동거가족여부 등), 만성질환 또는 장애의 정도, 자살시도 경험, 종교, 가족관계 등의 자료가 자살행위의 이해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추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향후 한국노인의 자살양상을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사회적 조건을 중심으로 면밀히 분석하여 자살예방대책의 기초자료로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김형수 /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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