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11-10   343

[복지동향] 193호] 편집인의 글

편집인의 글

이숙진 l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11월입니다. 2014년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이즈음 온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아마도 여의도 국회일 것입니다. 각종 법안의 의결 뿐 아니라 정책실행을 결정짓는 예산이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참사 이후 ‘나에게 국가란 무엇일까’를 묻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일자리는 불안하고, 주거비는 갈수록 올라가며, 노후는 무대책인 ‘나’에게 보호막과 안전망을 제공해줄 최후의 보루인 ‘국가’는 있는 걸까요. 연일 터지는 각종 대형 사건사고에다 도무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생활의 고단함을 가진 우리들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 있습니다. 복지동향 편집위는 2015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평가를 기획하면서 세월호 이후 무언가 달라질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집필진께 예산(안)평가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을 비롯해서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한 복지예산의 파열금은 그저 단순한 균열이 아니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책임져야할 복지예산을 지방정부로 전가하는 정부지출예산 편성 기조에서 이미 예고된 바였고,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복지 약속의 폐기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초보장, 보건의료,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복지의 영역별로 나누어 평가해본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전망한 한국의 복지체제는 총괄평가를 통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되었습니다. 첫째, 선별적 소득보장체제가 보다 공고화된 것입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별급여 전환은 예산 증가없이 대상자 숫자 확대만을 가져오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기록될 소지가 많아보이며, 보편적 기초연금 포기는 중간계층 국민들의 노후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메시지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 자녀돌봄과 부모돌봄으로 대표되는 보육과 요양 등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포기한 것입니다. 예를들어,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가 서울만 10만여 명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150개 확충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며, 회계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보육교사의 처우마저 열악한 어린이집에 보육재정 투입을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90% 이상이 민간인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정책적 전환 역시 찾아보기 힘들며 어떻게든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여 부모돌봄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지 역시 전무합니다. 셋째, 복지를 가족에 떠맡기려는 보수적 가족주의화 경향이 뚜렷해진 것입니다. 단적인 예가 보육을 사회서비스로 인식하기 보다는 가족의 역할로 간주하고, 어린이집에 보내지않는 경우 지급되는 양육수당이 1조가 넘게 편성되고 있는 점입니다. 이렇게 2015년의 복지예산이 집행된다면 국민인 ‘나’의 복지는 조금도 나아질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가족중에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생기면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집니다. OECD 국가 중 공공 의료기관의 비중이 꼴찌인 ‘대한민국’이 이것도 부족해서 의료기관의 영리자법인 추진과 수익사업의 전면적 허용까지 강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벼랑 끝에 선 ‘나’를 절벽으로 밀치는 국가가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이렇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나’, 착취와 배제 그리고 인간적 모욕을 감당하며 일을 강요받는 ‘나’ 그리고 상품으로 전락되어 좋은 노동을 꿈꿀 수 없는 ‘나’를 이 사회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세모녀 자살 사건, 일을 하던 어머니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었던 것입니다.

 

세모녀 3법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더불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제정 이래 최대규모의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부양의무자기준은 여전히 존치되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2015년 보건복지 예산안 평가를 통해 민심을 반영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랐지만 결국은 ‘세모녀를 구하지 못하는 세모녀법’이라는 논평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11월 대한민국 국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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