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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7
  • 2007.03.01
  • 298
12월 대통령선거를 준비하자

이영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 교수

12월에는 또 다시 대통령 선거이다. 개혁을 표방했던 집권세력이 지리멸렬하고 있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냉소주의가 만만치 않지만,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선거라는 절차 없이 오늘날 서구 복지국가들이 가능했을 리 없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보수적 정당이 집권한 경우에도 복지후퇴를 막아낸 일등공신은 역시 선거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과 같이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제까지의 진전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선거국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소극적 태도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현재의 정치적 국면은 집권세력의 지리멸렬 속에 야당이 독주하는 형국이며, 야당은 야당대로 후보선출을 위한 검증 등의 이슈로 진통을 겪고 있다. 예비후보들을 검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통령의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기 이전에 기본적인 자격이 있는지 혹, 결정적인 흠은 없는지를 대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에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제기해서 맹위를 떨친 낙천낙선운동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후, 법적인 것은 물론 도덕적인 흠결이 있는 정치인들은 선거판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풍토가 확산되어 왔다. ‘돈쓰는 선거’의 기세도 꺾여갔다. 이렇게 기본적인 질서가 확립되는 것이 바로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면은 이러한 진전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유력한 예비후보의 불법적인 행동이 폭로되고 증언되었는데도 공권력의 수사나 언론을 통한 진실규명은 간 데 없고 정치공방만 난무한다. 거대 언론의 의도적 왜곡이 의심되는 한편, 공권력의 무력함이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사회운동을 비롯한 진보세력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심리적 허무주의, 혹은 선거 수년 전부터 우익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보수우익적 헤게모니를 극복하는 일이다. 즉, 정치적 측면에서의 전열정비와 함께, 정책적 차원에서의 진보적 헤게모니의 회복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진보적 헤게모니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청사진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선전할 것인가 하는 점이 최대의 고민이다. 최근 진보와 개혁을 표방한 참여정부(넓게는 국민의 정부 포함)의 실패에 대해 여러가지 논란이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논객들이 공감하는 것은, 정치적 민주화 이후의 사회적 민주화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진보적 사회의 비전과 이를 성취하기 위한 과정에 대한 청사진이 결여되거나 혹, 이를 실행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들의 불리함을 핑계삼을 수 있겠지만, 준비부족이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실질적 민주주의 진전 혹은 보수회귀라는 선택을 둘러싼 싸움이라는 의미에서 우리 역사에 있어 또 하나의 중대한 갈림길이다.

사회적 민주화의 핵심은 진보적 사회정책일 수밖에 없고, 복지정책은 그 알맹이가 될 것이다. 주지하듯이 우리 사회는 경제적 성장이 부침을 거듭하는 동안 대량 빈곤과 양극화의 덫에 빠져버렸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추동하는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의 급증과 허술한 사회안전망이 결합한 결과일 것이다. 빈곤층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산층도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밑빠진 독 같은 주거비와 교육비 그리고 의료비의 부담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질곡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이 곧 진보세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역시 가장 빠른 출산률 저하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신뢰할만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진보적인 학계와 사회세력 내에서 이러한 자성을 바탕으로 대안 모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공성 이슈에 대한 논의를 필두로 사회투자국가, 사회서비스 국가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논의들의 고민은 대체로 유사하다. 즉, 복지국가의 팽창 후유증과 이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반동을 변증법적으로 극복하는 제3의 길을 찾는 서구적 고민을 토대로 우리사회의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대체로 지구적 차원의 경제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복지축소와 시장의존을 확대하기 보다는, 인간에 대한 적극적 투자(사회서비스 투자)를 통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대안적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진보적 사회정책의 실질적 내용은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내용들일 것이다. 다만 변화한 상황에서 어떻게 설득력있고 효과있는 패키지로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빈곤과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 나가는 일

둘째, 빈곤정책에서 파라다임 전환- 빈민들의 최저생활유지가 목표가 아니라, 이들의 자활과 자립을 실질적으로 원조할 수 있는 정책개혁, 절대빈곤이 아닌 상대빈곤개념의 채택.

셋째, 빈곤을 예방하는 사회보험체계의 사각지대 해소와 적정수준의 급여 확보.

넷째, 사회적 서비스의 획기적 확대-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 희귀병 환자,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 이민자, 사병 등)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정부의 책임으로 대폭 확대하는 일- 단순한 생활서비스를 넘어 사회통합을 목표로 함.

다섯째, 서민 생활의 가장 큰 질곡인 주거, 교육, 의료 영역에서의 공공성 확대, 특히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향한 진전을 이루는 일

여섯째, 평생학습사회의 구현- 입시 위주 교육체계를 극복하고 모든 연령과 계층에서 사회적 적응과 삶의 성숙을 지원하는 평생학습체계로 재편하는 일.

일곱째, 이러한 과제를 위해 정부의 세출구조에서 낭비를 줄이고 복지지향적으로 개혁하는 일

그동안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운동은 각 당 후보자와 소속정당의 복지공약을 검증하고, 스스로 개발한 정책대안을 이들이 수용하도록 여러 가지 형태의 선거캠페인을 열심히 해왔고, 그 결과 욕심껏은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필자의 지난 호 기고문 참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선거투쟁”). 이러한 선거캠페인의 방법론적 진전도 기대해야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 진보적 사회정책대안을 보다 설득력있게 부각시키려면 여러 가지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은 담론 차원의 투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대안의 지향을 담아내는 슬로건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다. 세계적 경쟁력과 경제성장 그리고 선진조국으로 이어지는 보수적 담론의 헤게모니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다. 다음으로, 각 분야별로 보다 치밀한 정책 패키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대안의 가시적인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지표화 작업 등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조화를 보여주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에 관한 고민은 해묵은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구체적 수준까지의 연계 구상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물론 조세체계와 예산구조의 조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로, 지역 차원의 대응도 보다 실질화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은 건설주의식 지역공약이 아니라, 후보의 공약이 그 지역의 구체적인 사회문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실질적 차원에서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선거를 정착시키는 것이 전제이다. 정책선거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곧 책임있는 정책정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한 이념과 노선을 제대로 갖추고 이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정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거의 모든 정당들이 ‘모든 계층, 계급의 정당’임을 주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그 결과 선거공약은 급조되고, 서로 베끼다 보니 대부분 비슷하다. 평소에 관심이 덜했던 사회정책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정당이 허약한 대신 미국처럼 개별 의원들의 보좌기능이 빵빵한 것도 아니다. 참고로 미국은 상원의원이 약 30명 안팎의 보좌인력을 거느리고, 하원의원은 약 15명 정도의 보좌진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인턴사원들까지 합치면 수만명의 정책전문가들이 정책공동체의 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조효제, “미국의회 인재채용시스템-수만명 의원보좌진이 ‘정책공동체’”, 한겨레신문 책ㆍ지성 섹션, 2007.3.2.

이러한 공백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정치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시민사회운동 또한 광범한 정책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둘러싼 논의에서 시민사회운동이 진보적 학문공동체들과 개방적인 상호작용을 활성화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선거는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한 판 축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정말 재미있게 진행되었으면 좋겠고, 덤으로 진보적 결실까지 얻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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