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06-03   4773

[생생복지]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 박샘의 이야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 박샘의 이야기

 

박샘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복지동향의 생생복지 코너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는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실천이 이루어지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소개하고픈 현장의 이야기가 있다면 welfare@pspd.org로 제보해주시길 바랍니다.

–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 달라

 

“대학교 수업에서 노숙인종합지원센터로 기관방문을 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홈리스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다. 이후에도 두 번이나 기관방문을 더 따라갔다.”

 

– 거리홈리스(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누구나 살면서 자연스레 노숙인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다. 대학교 2학년 때 첫 기관방문때 본 영상에서 노숙인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노숙인으로 불리는 사람도 결국 우리랑 똑같은 평범한 존재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왜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들었다.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부조리한 사회에 화가 났다.”

 

–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시설에서 하는 사업을 소개해 달라

“생활시설 이외에 노숙인을 지원할 수 있는 시설의 종류는 굉장히 적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광역 단위를 기반으로 둔다. 노숙인법에 따라 당사자들이 생활시설에 입소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종합지원센터를 반드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일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종합지원센터에서는 노숙인 진료지원, 정신건강서비스 지원, 생활시설 입소 지원, 아웃리치, 위기대응 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 노숙인종합센터 사회복지사의 일과를 소개한다면

“내 업무는 주간(晝間)상담이다. 맨 처음 센터를 방문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일자리, 주거 문제 등에 대한 초기상담을 하고 있고, 이용자의 욕구를 조사해서 기본적인 서비스를 분배·연계하고 필요할 경우 자활쉼터, 생활시설 등에 의뢰하는 역할을 한다.”

 

– 하루에 평균적으로 상담은 몇 건씩 하게 되나

“하루에 20~30명 정도를 만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기록으로 남기는 상담은 5~7명 정도다.”

 

– 이용자들은 센터를 어떻게 찾는가

“당사자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주로는 위기대응 콜 안내가 지하철 역사에 붙어있기 때문에 그 안내문을 통해 연락이 온다. 경찰에서 센터로 연계해주는 경우도 있다.”

 

– 센터 종사자들은 야간당직이나, 주말당직도 서는가

“센터가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것이 원칙이다. 야간업무는 아웃리치, 콜 전화 응대가 주 업무이고, 필요할 경우 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대피소에 일시보호를 안내하기도 한다. 야간에는 서비스 연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시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야간업무는 생활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당직보다는 담당자가 정해지고, 주말업무는 당직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주말에는 다른 기관이나 시설이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상담이나 일시보호 안내 정도만 하고 있다.”

 

– 센터 사회복지사가 겪는 어려움은 주로 무엇인가

“다른 사회복지사에 비해 행정적인 업무는 부담이 덜한데, 역시나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어렵다. 이용자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씩 센터 종사자들에게 힘든 일이 생긴다. 센터에서 폭행이나 욕설을 당하는 일도 생긴다. 사실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 그것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오늘 아침에도 겪은 일이다. 당사자를 힘들게 설득해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생활시설에 연계했는데도 지역사회에 정착하는데 실패해서 다시 센터에 나타났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인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노숙기간이 짧은 사람은 초기에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 금방 지역사회에 재정착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위 ‘만성’ 노숙인은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이미 알코올에 심하게 노출된 사람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부터가 힘든 일이다. 그런 분들이 자포자기하고 술에 취한 상태로 센터를 다시 방문해서 욕을 할 때가 있다. 초기상담을 담당하는 사람은 맨 앞에 앉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일들을 겪어내야 하고. 하지만 그런 상황을 겪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을 알기에 더 속상하다.”

 

– 어떻게 해야 그런 과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센터에서 경험해본 바로는 읍면동 주민센터, 구청,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노숙인의 특성이나 필요한 서비스 지원 등에 대한 이해가 매우 떨어진다. 정말 뜬금없는 지역에서 센터까지 찾아오는 이용자도 더러 있는데, 그 사람이 속한 지역의 주민센터 담당자와 통화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심지어 야간근무 당시에 경찰이 노숙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원조회도 하지 않고 거리에서 잠을 청하거나, 만취해서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작정 센터로 데려오는 걸 보면 너무 답답하다.”

 

– 거리홈리스를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소개해 달라

“기본적으로 노숙인에게는 지역사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LH나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긴급주거지원을 받도록 해서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하는 것을 지원하거나, 병원진료기록 등을 통해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초생활수급권과 의료서비스 이외에도 자활, 취업과 관련한 상담 등의 업무도 하고 있다.”

 

–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적영역의 역할이 어떤 부분에서 확대되어야 할까

“‘공적영역’으로 여겨지는 공간에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포함되지 못하는 것부터 문제다. 지역사회, 복지 정책에서 노숙인은 배제되고 있다. 한편으로 쪽방이나 고시원에 겨우 임시 거처로 자리를 잡아 기초생활수급권이 생긴 당사자는 더 이상 센터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 당사자들이 지역사회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 대해서 정책적으로나, 전달체계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 문재인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정책인 주거복지로드맵에서도 홈리스(노숙인)는 주요 정책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 주소다

“노숙인 지원 사업은 사회취약계층 사업에서도 항상 빠져 있다. 임시주거지원도 주소를 되살리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최대 세 달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LH 등을 통한 매입임대주택 지원도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 지금 수준의 임시주거지원비로 정착할 수 있는 곳도 결국 쪽방, 고시원밖에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 아닐까. 국일고시원 화재참사 당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거리홈리스들을 고시원으로 안내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 것이 잊히지 않는다

“그 활동가들의 죄책감에 정말 깊이 공감한다. 분명 그 분들도 센터와 같은 목적으로 거리노숙인에게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는 주소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시원이나 쪽방을 안내했을 것이다. 그런 임시거처가 거리보다는 나은 공간이라는 고려도 있었을 거다. 임시주거지원비,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이 올라가면 적정한 주거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열리게 될 것이다.”

 

– 홈리스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생활시설은 어떤 수준인가

“소규모 빌라 형식인 시설도 있다. 차라리 그런 시설에서 최대 2년까지 편하게 생활하면서 기초자산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숙인복지법 제정 전에 복지관 한편에 생활보호시설의 형태로 있었던 곳은 쉼터로 바뀌었다. 거의 모든 시설은 단체생활로 운영된다. 생활시설은 까다로운 규율과 통제가 있지만, 잠자리와 식사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전반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때문에, 센터에서 만나는 노숙인 중에서는 시설생활을 희망하는 사람도 꽤 있다. 궁극적으로는 탈시설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노숙인이 접근할 수 있는 주거가 열악한 현실에서는 소규모 시설도 노숙인에게 중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센터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또는 순간이 있다면

“센터는 주로 거리 노숙인을 많이 만나는데, 거리 노숙인은 장기간 노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센터에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는다면, 초기상담을 통해 알코올 팀에 연계한 이후 생활시설로 연계돼서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서울역 근처에서 일을 구한 분이다. 나와 센터의 초기상담에서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매주 센터에 들러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 주로 아버지뻘인 당사자들과 만날 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경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복지사보다 센터나 노숙인 지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노숙인도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종사자들을 아들처럼 대해주기도 한다. 대부분 술을 마시고 센터 근처로 와서는 사회복지사나 종사자들을 붙들고 한참동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모든 사람 한 명, 한 명이 ‘인간책’인 것 같다. 야간업무를 볼 때는 그런 분들과 몇 시간씩 대화하기도 했다.”

 

–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좋은 의미에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 정체성은 사회복지사보다는 활동가 같은 느낌이다. 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복지사로서의 직업의식을 잊는 순간이 더러 생긴다. 일반적인 사회복지사, 복지관의 종사자들보다는 이용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자주 맺게 된다. 업무 중에도 휴게공간에서 계속해서 마주치고, 일상적으로 피부로 부딪히는 순간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bRf3HgaLGoCAy3VVwi_K_rERsOtbNnENs5VOKWQz

박샘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의 캐리커처 <그림 = 참여연대>

 

2018년 5월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공식 방문했다.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노숙인복지법에서 정의하는 홈리스 발생을 예방하고, 감소·종식시키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홈리스가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주거지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하고, ▲현재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등 국제인권법 상 최소 적정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모든 주거의 질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별보고관이 다녀간 지 1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 2018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으로 발표한 주거사다리 지원사업마저도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공적영역의 관계자들은 여전히 홈리스 문제에 소극적이고, 그나마 작은 의지라도 있는 지자체가 있다면 그 선의에 기대서 아주 조금씩 몇몇 당사자들에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뷰 내내 홈리스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부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 박샘 사회복지사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홈리스가 지역사회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책과 전달체계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박샘의 지적은 부처간 칸막이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중앙정부·지방정부 당국의 관계자들이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