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7 2017-12-01   4661

[기획2] 결혼과 이주의 불편한 동거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 결혼과 이주의 불편한 동거

최혜지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문제제기

인간 이주의 역사는 정착의 역사보다 길다.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가 인간의 정주를 쉽지 않게 한다. 결혼에 목적을 둔 이주는 인권적 쟁점을 다층적으로 구성해 낸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성별은 결혼이주여성에게 불리한 권력구조를 구성한다. 선주민과 이주민의 관계는 문화적 다수자와 소수자의 문제로 치환되며 또 한 축의 권력불균형을 초래한다. 출신국과 이민국 사이의 경제사회적 지위의 차이는 개인 사이의 신분질서로 재현되어 나타난다. 결혼이주여성은 다차원적인 권력관계에서 복수의 억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이들 지위는 병렬적으로 더해지기보다 서로 상호작용하며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적 취약성을 배가시킨다.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우리 국민이 되는 절차와 결혼의 내용이라는 두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결혼이주여성의 개념 및 실태

결혼을 주된 사유로 한국으로 이주한 자를 의미하는 법령상 용어는 결혼이민자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의 규정을 원용해 결혼이민자를 대한민국의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법적으로 결혼이민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첫째, 현재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또는 혼인한 적이 있고 둘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셋째, 외국인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또는 혼인한 적이 있음에도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경우 두 번째 조건에 위배되며, 한국에 거주하며 혼인관계를 지속해 국적을 취득한 경우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세 번째 조건에 위배되어 결혼이민자로부터 배제된다. 특히, 결혼이민자는 여성만을 배타적으로 지칭하지 않는다.

결혼이민자라는 법령상 용어가 지닌 이 같은 특성에 기초해, 결혼이주여성이라는 보편적 용어를 통해 이 글의 주요 대상인 여성을 통칭하고자 한다. 결혼이주여성은 대한민국 국민과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또는 혼인한 적이 있는 제3세계 국가 출신 여성으로 거주국에서 한국 이주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개념화를 통해 첫째, 대한민국 국민과의 혼인관계를 통해 국적을 취득한 이주여성과 둘째, 대한민국 배우자와의 동거를 위해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을 준비 중인 재외 외국인을 포함하고, 서구 선진국 출신의 결혼이민여성은 논의의 초점화를 위해 배제하고자 한다.

2016년 재한외국인법상 결혼이민자의 정의에 해당하는 인구의 총규모는 152,374명에 이른다(법무부, 2016). 2011년 144,681명으로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약 4.78% 증가한 수치이다. 결혼이민자의 84.3%는 여성으로 총 128,519명, 남성은 15.7%인 23,856명에 달한다. 중국(56,930명), 베트남(41,803명), 일본(13,110명)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결혼이민자를 송출한 국가이다.

결혼이민자 수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2014년 이후 증가 폭이 크게 감소했다.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국적동포, 외국인 자녀 집단과 비교해 결혼이민자의 증가추이가 가장 낮은 정도를 보인다.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적 쟁점

절차적 측면

결혼이주여성은 배우자와의 동거를 목적으로 한국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인권침해의 상황에 처한다. 외국인이 결혼이민(F-6 비자)에 해당하는 결혼동거목적의 사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초청이 있어야 한다1)(법제처, 2017 내려받음). 2014년 ‘국제결혼 건전화를 위한 결혼이민 비자 심사기준 개선’의 시행으로 사증발급을 신청한 결혼이주여성과 배우자를 초청한 한국인 남성은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이주에 필요한 사증을 받기 위해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결혼이주여성은 국제결혼에 관한 안내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이를 증빙해야 한다. 또한 한국어 능력시험 초급 1급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한국인 남성은 법무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소득요건2)을 충족하고 부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생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이 침해되는 지점은 결혼동거목적의 사증발급 조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혼이주는 결혼을 전제로 한 이주이다. 결혼은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두 성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약으로 당사자 이외의 누구도 계약의 규칙을 부여할 수 없다. 그런데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결혼만은 여성의 한국어 능력, 국제결혼안내 프로그램 이수 등을 강제 받는다. 한국인 남성 배우자의 경제력 또한 입증해야 한다. 물론 혼인 자체가 아닌 동거를 위한 사증발급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동거가 불가능한 결혼은 결혼으로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결혼과 이주가 결합된 결혼이주의 특수성으로 인해 부부의 동거여부가 당사자가 아닌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 다른 결혼에서는 누구에게도 요구되거나 부여되지 않은 조건이 공적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상황이 결혼이주여성의 혼인과정에서만 발생한다.

이와 같은 조건이 부여된 목적의 일부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려는데 있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적 한계로 또 다른 방식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협하는 반작용 또한 작지 않다. 사증발급에 대한 신청이 진행되는 시점은 결혼식을 통해 사회적 의미에서 혼인이 이미 이루어지고, 양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쳐 공식적으로 결혼이 완료된 이후이다. 따라서 사증발급신청에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배우자의 초청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우, 결혼이주여성은 법적으로는 기혼자로 남겨져 회복하기 어려운 인권침해를 받게 된다. 자국에서 이혼이나 혼인 무효 소송을 희망한다 해도 비용의 문제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필리핀 국적자의 경우 이혼 자체가 불가능하며, 몽골은 이혼 절차에 반드시 배우자가 참여해야 하는 조건으로 이들 여성이 구제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2016).

특히 주목할 점은 동일한 국제결혼임에도 이와 같은 법적 제한이 흔히 동남아 국가로 이미지화 되는 제3세계 국가 출신 배우자와의 결혼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결혼에 관한 안내프로그램 이수의 증빙은 국제결혼자 중 상대적으로 이혼율이 높거나 한국국적을 다수 취득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의 ‘특정국가’ 출신 결혼이민자에게 요구된다. 일부국가를 향한 감시적 시선과 이에 기초한 차별적 처우는 다분히 인권침해적이다.

국민의 배우자(F-6)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위를 변경하는 간이귀화 과정도 인권침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2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경우 간이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 자신 또는 배우자가 3천만원 이상의 자산이 있거나, 취업하여 생계를 책임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법제처, 2017 내려받음).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으로 이주 한 후 2년 만에 3천만원 이상의 자산을 축적하거나 취업하기란 쉽지 않다. 선택의 여지없이 결혼이주여성은 배우자의 자산이나 생계능력을 기반으로 귀화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결혼이주여성이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적 취득의 가능성이 배우자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 결혼이주여성과 배우자의 관계가 평등하게 구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배우자는 자신이 지닌 권력을 도구로 결혼이주여성에게 부정의한 관계를 강요할 수 있으며, 결혼이주여성은 국적취득 때문에 부정의한 요구에 저항하기 쉽지 않다. 이와 같이 결혼이주여성의 국적취득이 한국인 배우자로부터 파생된 지위에 기초해 이루어짐에 따라 부부 사이에 권력적 불균형을 야기하고, 이는 결혼이주여성의 종속성을 강화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내용적 측면

결혼중개인을 통해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일부 결혼이주여성의 혼인은 다양한 인권침해적 요소를 포함한다.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을 연결하는 결혼중개 과정에서, 외국인 여성은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선택 당하고,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 한국인 남성에게 귀속되는 존재로 취급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여성의 인격성은 부정되고 상품과 같은 존재로 물화(物化)된다.

한국인 남성은 매매혼에 평균 600만원에서 1,000만원의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다(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2016). 돈을 매개로 외국인 여성을 아내로 맞을 수 있었던 경험은 한국인 남성에게 사랑을 근간으로 한 인간 대 인간의 결합으로 결혼을 받아들이기보다 비용지불과 이에 상응하는 획득물이 존재하는 매매의 과정으로 이해하게 한다. 인신매매적 성격을 갖는 왜곡된 혼인과정은 이후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결혼생활을 지배하며 한국인 남성이 외국인 아내를 인격적 개체로 인정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결혼중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의 상황 또한 외국인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 외국인 여성의 선택권을 갖고 있는 한국인 남성과 그로부터 아내로 선택되어야 하는 외국인 여성은 돈을 기초로 불균형하게 형성된 권력구조 속에 처한다.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이 서로 공평하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실제로 중개를 통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의 다수가 경제적 상태, 직업, 건강상태 등 한국인 남성의 기본 사항에 대한 정보가 불충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갖고 결혼을 선택했다(이무선, 2014).

특히, 일부 결혼이주여성은 결혼생활 중 가족으로서 존중 받지 못하고 생명권마저 위협받는 인권유린의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한다. 결혼이주여성의 46.6%는 배우자로부터 신체, 정신, 경제, 성, 방임 등의 폭력을 경험했다. 이와 더불어 배우자에 의한 통제까지 포함시키면 결혼이주여성의 69.1%는 부부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선주민 부부의 경우 동일한 수치가 각각 44.3%, 57.1%로 상대적으로 낮다(황정미, 2015). 가족들로부터 한국문화에 빠르게 익숙해 질 것을 강요받거나, 고향에 있는 원가족과의 관계 단절을 강제당하는 인권침해 또한 빈번히 이루어진다.

마치며

매매와 결혼은 양립하기 쉽지 않다. 결혼이 독립과 평등을 전제하는 반면 매매는 종속과 지배를 속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매매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혼이 지켜내야 할 전제는 왜곡되고 훼손된다. 매매의 성격이 강한 일부 국제결혼이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1997년「국적법」 개정 이전, 외국인 여성은 한국 남성과의 혼인을 통해 한국 국적을 조건 없이 취득할 수 있었다. 결혼이주여성의 위장결혼, 가출로 인한 한국인 배우자의 피해가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간이귀화제도가 해법으로 등장했다. 간이귀화제도가 요구하는 2년의 유예기간은 결혼이주여성의 국민 배우자로서의 ‘품행’과 ‘순종성’이 시험되는 시간이다. 자국민 보호의 해법이 이주여성의 인권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 누구의 인권도 희생되지 않는 결혼이주는 이주민을, 여성을, 제3세계 국가를 향한 의심과 무시의 시선을 거두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1)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의4제1항

2)  과거 1년간(사증신청일 기준)의 연간소득(세전)이 다음에 해당되는 금액 이상이어야 한다[「결혼동거 목적의 사증 발급에 필요한 소득요건 고시」(법무부 고시 제2016-369호, 2016. 12. 15. 발령, 2017. 1. 1. 시행)].

구분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5인가구

6인가구

소득기준

16,886,694

21,845,490

26,804,280

31,763,070

36,721,866

: 7인 가구 이상 소득기준은 가구원 추가 1명당 4,874,490원씩 증가 된다


<참고문헌 >

법제처. www.moleg.go.kr 

이무선, 2014. “인권차원에서의 결혼이주여성 보호법제의 재정비 방안”, 「법학논총」 제32권,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2016. “결혼이민비자강화제도, 비자거부된 여성들에 대한 대책 마련 되어야 한다.” (http://www.wmigrant.org/wp/)

황정미, 2015.“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에 피해에 대한 재고찰”, 「한국여성학」 제31권 제4호, 한국여성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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