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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기타
  • 2019.04.23
  • 382

국가가 방기한 돌봄의 책임, 사회적 참사로 이어져

지역사회의 통합돌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야

 

4/17(수)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분들께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와 부상자 그리고 가족들에게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안타까운 참사에 대한 해법으로 논해지고 있는, 용의자에게 정신과 병력이 있었다는 이유로 시설과 병원으로 격리해야 한다는 식의 일부 언론과 여론의 반응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원인을 정신질환으로만 몰아 갈 것이 아니라  ▲만성정신질환자의 치료, 돌봄, 응급체계의 부족, ▲정신장애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 ▲정신장애를 가질 경우, 실업, 가난과 고독 속에 살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부실한 사회안전망에도 책임이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4/19(금) 보건복지부는 위 사건과 관련해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대책은 4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정법안은 퇴원환자의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고, 외래치료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신건강복지 전달체계 하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발표한 외래치료명령제 강화는 실질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 일인당 수 백명의 등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며, 외래치료명령을 지원하려해도 환자의 명령불이행시 강제할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개정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를 대폭 확충하고, 중증・만성 정신질환자에 대한 재가 방문관리가 가능한 정도의 인력과 권한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동안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의 위기상황 발생시 신속하게  경찰・소방・정신건강전문요원이 공동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정신질환자가 집 이외에 언제라도 스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쉼터 마련, 지역사회 돌봄체계 내에 정신질환자 가구 사례관리에 필요한  인력 투입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정부는 2016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통합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초기 집중치료, 중증.만성 정신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과 사회복귀시설(현 정신재활시설) 확충 및 내실화 등이 주요 정책목표와 과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2018년 7월 중증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 방안이 발표되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이번 대책을 포함해 그 내용은 대동소이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결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를 내세우면서도 돌봄체계의 가장 사각지대를 관리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야기된 참사였다. 
 
정부는 또한 이번 대책에서 국립정신병원 등을 중심으로 경찰에서 정기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을 하고, '정신과적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경찰당국에서 발표한 신뢰성도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은 '정신건강체크리스트'를 기억한다.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위한 교육과 매뉴얼은 필요하지만 자칫 부정적 여론에 호도되어 과거와 같이  반인권적이고 무차별적인 내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단순히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치부해서도 안되지만, 동시에 구멍뚫린 정신건강복지체계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중증・만성 정신질환자가 충분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온전히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종합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증, 만성 정신장애인들과 가족들의 응급 도움 요청 서비스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 지침, 법령 등을 전면 수정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돌봄 서비스 관련 인력, 재정,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확충해야 한다. 특별히 중앙,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관련 공공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대폭 확충해야 한다. 또한 중증, 만성정신장애인들과 가족들에 대한 과도한 선정적 보도를 중단하고, 부적절한 부정적 낙인을 방지하는 일련의 보도 기준이 상시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치료 명령제의 전 과정이 환자나 가족, 주변인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들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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