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9-01   659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63호

편집인의 글

국민은 한국판 뉴딜을 내 것이라고 느낄까?

 

남기철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살아가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위기상황에 직접 직면하는 위험이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나타나는 편익이 일부의 사람들에게 치우치지 않도록 공정함이나 정의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보는 때이다. 사회는 어떠해야 하고 국가란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한다.

 

지난 7월에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안이 떠들썩하게 발표된 바 있다. 상반기부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던 내용이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를 주요 범주로 하고 2025년까지 190만개의 일자리 창출, 16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작지 않은 규모이다. 어떤 부분에 얼마의 돈이 투자된다는 등의 후속기사들이 경제면에 연이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여론은 한국판 뉴딜에 대해 큰 기대나 만족감을 표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시민사회단체들에서도 싸늘한 반응이다. 

 

굳이 뉴딜이라는 외래어를 우리나라의 중요한 대규모의 정책에 붙여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뉴딜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부들이 연이어 사용한 용어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국형 뉴딜, 이명박 정부는 휴먼뉴딜과 그린뉴딜, 박근혜 정부는 스마트 뉴딜을 발표했던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뉴딜이라는 용어는 아무래도 20세기 초반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용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당시 미국의 경제사회적 어려움에 직면하여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유방임적 경제질서, 공공의 불간섭, 노동과 여러 사회집단의 소외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과감히 극복하겠다는 정치적 정책적 결단을 제시하고 진행하였다. 그 단기적 성과의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세계사적 전환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뉴딜이라는 명칭이 지금도 여러 정책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된다.

 

아마도 미국의 뉴딜 정책이 가지는 파급력과 의미를 감안하여 이번 정부에서도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뉴딜 종합계획이라는 용어를 쓸 것이라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 이를 위한 정치적 합의와 동력화의 의지, 기업과 시장, 국가, 노동, 감추어진 시민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있어야 한다. 90년 전 미국에서의 뉴딜도 단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의미했던 것이 아니다. 정치동맹으로서 노동과 소외된 민중들을 전면에 부각시켰고 새로운 공공의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은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뉴딜에 비해 얼마나 진전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 디지털 뉴딜에서 개인정보인권은 보이지 않고 관련 산업육성을 위한 규제개혁만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린 뉴딜에서 저탄소 성장은 자세히 보니 너무 소극적이다. 많은 규모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취약해지고 어려움에 직면할 노동과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숨겨져 있다. 안전망을 조금 손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변화를 조망하는 패러다임 혁신이 필요한데 안전망 강화는 그야말로 반창고 대책으로 보인다. 뉴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하기에는 수치의 규모에 비해 질적인 혁신성이 너무 빈약하다.

 

때문에 종합계획 발표 직후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판 뉴딜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이지 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사회전반적 구조개혁방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 다루어보았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내용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안전망 강화는 복지와 보건 분야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한국판 뉴딜에서 노동은 어떻게 다루어진 것인지를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상반기 중의 방역과정에서 안팎으로 칭찬을 받은 정부이지만, 한국판 뉴딜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한국판 뉴딜의 내용으로 나에게 나타날 변화와 기대를 가지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얼마나 될까? 관련되는 사업을 시도하려는 사람이나 기업인들은 체감을 느낄 것도 같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한국판 뉴딜이 새로운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것이라 기대하지 못할 것 같다. 90년 전 미국에서의 이야기처럼 뉴딜이라면 잊혀지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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