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9-10   3088

1종 수급자는 줄이고, 2종 지원은 늘인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으로 의료급여 크게 축소될 우려

64세까지를 근로능력자로

지난 8월 16일 보건복지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행령과 의료급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행령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수급자 중 근로능력이 있다고 보는 연령을 60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늘인다는 것이다. 개정 이유로 노인복지법 등의 규정이 모두 65세로 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 사실상 타법령과의 균형보다는 의료급여 예산의 감축과 줄어드는 자활인구를 다소 늘여보자는 취지의 개정으로 여겨진다. 의료급여법시행령과 시행규칙개정령안은 의료급여에 소요되는 예산을 대폭 줄이자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요 내용은 부양의무자가 있는 수급자는 근로능력이 없더라도 2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기초법시행령개정에 따라 64세까지를 2종으로 구분한다. 또한 질병과 부상으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할 경우 1종으로 보던 것을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였고, 수급자의 종별구분을 위하여 필요할 경우 사전검진을 받게 한다. 상반기에 의료이용일수(급여일수)가 90일을 넘으면 사전에 통보(이전에는 연간 90일이 넘으면 통보)하여 혹시 더 의료이용을 할 경우에는 본인이 전액 진료비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어린 통보를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수급자가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한다. 연장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의사소견서를 제출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7일 이내에 재입원 할 경우에는 기존 입원일수와 합산한다.

이에 반해 2종 수급자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금이 3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의료급여기금에서 보조해 준다는 유일한 긍정적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의료급여법시행령및시행규칙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조회기간은 9월 5일까지이다.

의료급여예산 2003년 2조 넘어설 듯

2002년 예산 중 기초생활보장제도 전체 예산 3조 4천억원 중 의료급여 예산이 1조6,900억원으로 생계급여 예산 1조2,600억원을 넘어섰고, 2003년에는 의료급여 예산이 2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료급여 예산소요의 급증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1종 수급자의 축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가 입원치료를 대폭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의료급여에서 탈락되거나 1종 수급자가 2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의료에 대한 저소득층의 필요는 매우 높다. 특히 재가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은 재가복지서비스와 요양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의료기관의 이용 이외에는 특별한 도움을 받을 길이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수급자들의 현실적, 필요적, 절대적 요구인 의료급여에 대해 예산소요를 우선 줄이고 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더군다나 의료급여의 예산지출에 있어서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어찌보면 우선적으로 통제되어야 할 공급측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내용은 이번 개정령안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은 1종 축소와 수급자의 의료이용제한을 통한 손쉬운 예산절감방안을 정부가 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예산 없이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후에 사회복지 예산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순증적 예산증액에만 집착하고 필요한 예산의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대상자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제도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의료급여제도와 예산이 그러한 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의료급여법시행령과 시행규칙개정령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보자.

부양능력 유무, 생활실태에 따라 2종 수급자로 전환

부양능력이 있는 가구의 경우는 이미 수급자가 될 수 없으므로, 부양능력 유무에 따라 종별구분을 한다는 규정은 타당하지 못하다. 부양능력 미약자의 경우 실제 부양비로 얻는 소득이 적은 경우가 많아, 2종으로 전환 할 경우 문제발생의 소지가 매우 높다. 또한 부양능력 유무 뿐 아니라 ‘생활실태’ 등을 고려한다는 것은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아 법규로서의 규정성이 부족하다.

2종 수급자의 연령상한 상향조정, 질병과 부상으로 치료 필요한 자의 인정범위 축소

일반인과 달리 저소득층 노인들이 잦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60세 이상 노인들을 2종으로 구분하는 것은 노인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 또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자는 통상 중한 환자에 속하므로 이를 3개월로 인정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행령제8조(조건부수급자)에서도 질병·부상 등으로 2월 이상의 치료를 받고 회복한 자에 한해서는 적응기간으로 보아 조건부과를 유예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행령에서 근로능력자를 구분한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급자의 선정 및 급여에 대해 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규정과 다른 틀로 의료급여의 수급자를 선정, 종별구분하는 것은 제도운영에 혼선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의료급여 특례의 규정 변경

만성·희귀질환 등으로 의료급여법에 의한 의료급여가 필요하다고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자로 의료급여특례 규정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의료급여 특례대상자는 만성·희귀질환자으로 인해 특례대상자가 되는 자 이외에 소득에서 6개월 이상 지출되는 의료비를 공제하면 수급자 선정요건이 되는 자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재산금액기준 특례 수급자 중 만성·희귀질환 등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가 포함되어 있다. 의료급여는 수급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만성·희귀질환 이외에 실제 생활이 어려운 경우 급여를 적극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러한 개정이 의료특례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종별구분의 적정성 확인절차

수급자의 종별구분 등 급여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정기조사를 하는 것은, 이미 수급자에 대한 정기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를 별도로 시행할 필요성이 없다. 또한 수급자가 질환의 내용 등에 대해 의사소견서, 진단서 등 자료제출을 통하여 이미 사전 조사 및 선정 절차를 마친 상황이므로 이에 대해 추가적인 검진을 행한다는 것은 비용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수급자에게 불리한 지위인 2종 수급자로 구분하는 것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보장기관에 있음을 인정하여 이러한 조항의 취지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22조(신청에 의한 조사)에 이미 검진과 조사, 조사거부 및 방해, 기피에 대한 급여신청 각하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되어 있어 의료급여법에 중복규정을 할 필요가 없다.

2종수급자 입원진료 급여비용의 50% 부담 (본인부담금 30만원 초과부분)

최저생계비를 보장받는 수급자로서 1종 수급자에 비해 불리한 지위에 있는 2종수급자들의 본인부담금 중 일부를 의료급여기금에서 부담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금액은 본인부담금 지출로 인해 2종수급자의 생계에 부담이 없도록 적정한 금액이 책정될 필요가 있기에, 급여비용을 부담해 주는 금액상한(30만원)을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입원진료만을 의료급여기금에서 부담할 경우 불필요한 입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입원진료 이외에 외래진료의 경우에도 적당한 금액 이상의 급여비용을 2종 수급자가 부담할 경우 의료급여기금에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추가적으로 수급자들의 비급여비용에 대한 의료급여기금의 일부 부담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의료급여 환자들에 대한 요양기관의 과잉진료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급여와 비급여 모두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요양기관의 과잉진료는 수급자들의 과잉부담 뿐 아니라 정기적 의료비를 소득에서 공제해 줌으로 인해 생계급여 예산의 낭비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비급여 본인부담분에 대하여 의료급여기금에서 일부 부담토록 하고, 비급여부분까지를 심사와 평가 대상으로 삼아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를 근절할 수 있어야 한다.

입원일수의 60일 상한 (정신 및 행동장애 등의 경우 180일)

의료급여기금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수급자들의 입원일수의 상한을 두고, 통제한다는 것은 수급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불합리한 조항이므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의료급여 예산의 급증을 막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료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거나 총액계약제를 도입하여 과잉진료와 공급을 막아야 한다. 환자에게 중복, 장기 투약행위를 심사하고, 입원 적정성을 평가하고 과다 의료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치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지방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빈 병상을 의료급여 환자로 채우는 일을 방치해 두고 환자들의 치료를 제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제대로된 요양시설을 만들고 재가복지서비스를 늘이는 것은 새로운 예산소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산지출의 효용성을 높이고, 의료급여 예산을 절감하는 방법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의료급여법 제정당시 국회에서는 종별구분을 유지하는 대신 2종 수급자의 본인부담비율을 진료비의 20%에서 10%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부대결의를 한 바 있다.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혹여 이를 잊지 않았나 싶다.

가난해서 더 많이 아프고, 많이 아파 가난해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혜진 /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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