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5-10   695

편집인의 글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우리나라에 인구 60만 명이 넘는 도시가 몇 개나 있을까? 왜 하필이면 60만 명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60만 대군 운운하는 ‘관습’에 젖어 필자 나름대로 기준을 잡아보았다. 2009년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면 모두 9개 도시가 있다. 이 도시들은 수원, 성남, 부천, 안양, 안산, 고양, 용인, 청주, 전주이다. 9개 중 7개가 수도권에 있다. 1992년에는 인구 60만 명이 넘는 도시가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고 4개였는데, 수원, 성남, 부천, 울산이었다. 4개 중 3개가 수도권에 있었다.

  2009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도에 거주하는 인구는 2,438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인구 4,977만 명의 49.0%에 달한다. 1992년에는 이 세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1,961만 명으로 당시 전체 인구 4,450만 명의 44.1%였다. 1992년부터 2009년 사이에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인구는 527만 명이 증가했는데, 서울‧인천‧경기의 인구는 같은 기간 477만 명이 증가했다. 증가한 인구의 대부분을 서울‧인천‧경기의 세 지역이 흡수한 것이다.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1992년 865만 명에서 2009년에는 1,006만 명으로 늘어났다. 울산이 광역시로 포함되어 광역시에 거주하는 인구 수는 늘어났지만 전체 인구 대비 비중은 19.2%에서 20.2%에서 소폭 늘어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에 거주하는 인구와 인구비중은 늘어난 것인데 이와 대조적으로 도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줄었다. 경기도를 제외한 8개 도에 거주하는 인구는 1992년 1,636만 명에서 2009년 1,533만 명으로 줄었고 인구비중도 36.8%에서 30.8%로 줄었다. 서울에 25개 구가 있고 이들 구의 평균 인구는 40만 명 가량인데 우리나라 도 중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인구는 각기 약 150만 명 정도로 서울의 4개 구를 합친 규모보다 작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는 각기 약 19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는데 이는 서울의 5개 구를 합친 규모에 채 못 미친다. 경기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7개 도의 평균 인구는 약 211만 명으로 서울의 5개 구를 합친 규모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서울의 구 중에는 인구 60만 명이 넘는 구가 2개나 있고 인구가 제일 적은 중구도 12만 9천명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군 중 서울의 중구보다 인구가 많은 군은 두 손도 아니고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인구규모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지역의 인구가 준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5년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로 15년이 지나가고 있고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지방균형발전을 그 궁극적 목표로 한 것일 텐데 이런 지방자치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발전한 것은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이었던 것이다. 하기야 수도권에 속한 지역들도 개념상 지방이니까 모든 지방이 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지방이 다른 지방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강화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구의 증감만 놓고 보면 지방자치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지방간 균형발전’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지방의 독점 강화’만 더 강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번의 지방선거로 균형발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한 번의 지방선거는 앞으로 4년을 좌우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균형발전에 복지공약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또 커질 것이다. 최근의 무상급식 논쟁이 이를 보여준다. 일부 사람들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좌파’라고 비난하지만 이것처럼 허무맹랑한 것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좌파로 재단하는 태도는 모든 사람과 학생을 그리고 모든 지역을 한 줄로 줄 세우려는 태도와 관련된다. 자기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일렬로 세운 줄에서 모두 뒤로 처지게 하고 다양성을 억압하고 토론을 봉쇄하고 나아가 좌파로 몰아붙인다.
 
  최근에 ‘지잡대’라는 말이 떠돌고 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떠돌던 말로 SKY라는 말이 있다. 지잡대와 대비되는 말인데, 이 말이 그것이 가리키는 대학들의 첫머리 영어알파벳을 따 만든 말이라는 건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가리키는 대학들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 SKY라는 순서로 나열하는 경우도 있지만 SYK라는 순서로 나열하는 경우도 많고 아마 후자가 더 많이 통용되는 것 같다. 이 순서에 따라 첫머리 글자를 따서 약자를 만들면 ‘SYK’가 된다. 이 약자는 웬지 ‘psycho’와 비슷한 것 같다. 특정 지방의 독점을 국가경쟁력과 등치시키고 다른 지방을 죽이고 사람들을 한 가지의 기준으로 일렬로 줄 세우고 토론을 억압하고 지잡대라는 말이 떠도는 현실을 조장하는 이 모든 행위들은 사이코(SYK)의 행위가 아닌가? 사이코가 아니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이루어질 계기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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