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동수당 정책 후퇴시킨 여야 합의 규탄한다

아동수당 정책 후퇴시킨 여야 합의 규탄한다

아동의 권리는 여야 협상의 소재가 아니며

납세자와 수혜자의 분리로 사회통합과 제도발전을 저해

보편적 복지 원칙 포기하지 말아야

2018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었던 12월 2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아동수당 정책을 대폭 후퇴시키는 합의를 이루어낸 것으로 보도되었다. 공무원 증원 등 쟁점 사안에 대한 협상과 연계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아동을 배제하자는 야당 측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보호자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0세에서 5세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계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아동수당 지급 시행 시기 역시, 당초 2018년 7월이던 정부 및 여당 안에 대해 야당은 10월부터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아동수당 정책 후퇴 합의를 규탄하며, 보편적 아동수당 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하는 바이다.

아동수당은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현금급여 지원 정책으로, 모든 아동의 생존권과 건강한 발달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인 정책이다. 반면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적인 아동수당 지급이 이뤄질 경우, 국가와 사회가 아동의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납세자와 수혜자의 분리로 인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납세자의 정치적 지지 약화로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은 연령기준에 대한 차이는 있어도 소득기준에 있어서는 보편적 지급을 주장한 바 있다.

야당 등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을 반대하는 측은 주로 재정부담 우려와 함께 소위 ‘금수저’ 자녀에 대한 지원을 두고 선별적 지급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외국의 사례와 같이 보편적 지급 후 수당을 과세소득으로 간주하여 소득 상위계층이 받은 수당 일부를 조세로 환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소득재분배 장치를 고민해야할 일이지, 모든 아동의 권리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포기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OECD 35개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터키를 제외한 31개국이며, 이 중 20개국이 소득기준에 따른 배제 없이 전 계층에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저출산 극복국가로 언급되는 프랑스가 GDP의 약 3.7%를 아동가족 지출로 사용하고 있고 이 중 1.6%를 현금성 급여로 지출하고 있는 데 반해, 아동가족 부문에서 OECD 최하위 수준인 GDP의 약 1.4%만을 지출하고, 이마저도 보육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모두의 보편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사회적 대안으로 논의되는 상황에서 보편적 아동권을 보장하는 사회수당인 아동수당이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모든 아동의 권리 보장과 여성 지위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 예산안 협상을 위한 교환 대가로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동수당의 제도 도입과정부터 보편적 지급 원칙이 훼손된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양보’를 했다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수당지급 개시 시기와 관련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 미뤄야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우리나라 아동과 그 가족의 복지는 안중에 없고 오직 선거결과만이 유일한 관심거리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소한의 책임성도 없는 파렴치한 행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일 아동수당을 놓고 벌어진 여야 간 일련의 협상과 합의에 대한 개탄을 감출 수 없다.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지금 왜 그 자리에 서있는지를 잊지말아야 할 것이며, 국민과의 약속을 져버리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야당은 눈앞의 선거결과에 온 정신을 빼앗겨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을 정략적 협상의 무기로 혼동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편적 아동수당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부와 여당을, 그리고 정략적 사고에 매몰되어 보편적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야당의 반역사적 시도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이미 시한을 넘긴 예산 논의에서 다시금 국가와 사회가 모든 아동의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선언으로서 보편적 아동수당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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