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운동의 전개과정과 현황

들어가는 글

우리나라 사회운동 역사를 보면, 1987년 노동자대투쟁 후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운동이 활성화되었다. 경실련 등 시민운동의 활성화, 학술단체협의회 등 학술운동의 대두와 함께 노동자계급의 대규모 요구와 투쟁은 사회복지에도 변화를 가져왔으며, 초보적이지만 2단계 의료보험통합논의, 공동육아운동, 사회복지예산확보운동, 장애인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운동이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운동이 활성화되었다.

사회복지운동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노동운동진영보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경우가 대다수에 속한다. 수년 전부터 노동운동진영에서도 사회복지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지만 주·객관적 역량의 미흡으로 여전히 주변적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비해 1990년대 들어 시민사회단체는 사회복지 이슈제기 및 제도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하여, 서울 관악구의 관악주민연대, 경기지역의 경기복지시민연대, 대구지역의 우리사회복지회, 그리고 경기 성남, 안산과 충남 천안 지역의 지역단체 등 지역별 사회복지운동단체들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복지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운동단체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운동은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회복지운동 현황

지역 사회복지운동 현황분석에서는 사회복지 운동을 지역정치와의 관계 속에서 지역정치 공간을 활용한 경우와 사회복지 운동주체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풀어간 경우를 대표적으로 다루고,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복지 운동경향을 소개한다.

O 지역정치와의 관계 (지역정치 공간의 활용)

사회복지와 관련해서 지역이 중심이 된 참여조직 중 지역정치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서울시 관악구의 '관악주민연대'의 활동이 있다.

관악주민연대모임의 결성배경을 살펴보면,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지역의 현안이던 빈민지역 재개발사업이 세입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 진행중인 데 반해, 지역주민들은 아무런 대처를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관악구 빈민지역에서 활동중이던 빈민지역운동가들이 당면한 철거투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지방자치시대 지역주민들의 정치력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당시 동별로 조직되어 있던 도시빈민 조직들을 구별로 재편하여 만든 조직이 관악주민연대이다.

관악주민연대는 첫번째 사업으로 관악구의회에 '재개발사업시 세입자보호를 위한 주민청원'을 제출하였다. 구의회에서 청원이 의결되었다는 사실은 단순히 주민들의 집단청원을 구의회에서 받아들였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관악주민연대가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청원의결 이후 관악주민연대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관악구 구청장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집단적 욕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관악주민연대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조직이다.

O 사회복지운동주체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복지욕구를 주도적으로 반영시키는 주체는 궁극적으로 사회복지운동단체들의 몫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지역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활동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운동영역에서 일어난 주민참여를 통한 사회복지운동은 대구지역 사례를 들 수 있다. 우리사회복지회의 주도적 역할에 힘입어 1994년 지하철 편의시설 설치문제를 둘러싸고 노인도 장애인도 탈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자는 시민단체협의회의 구성과 활동, 1995년 4대 지방선거 참여를 위한 대구지역 사회복지연대회의 구성과 활동 등이 이어졌다. 1997년도 들어 대구지역에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가 폭로되었으며, 이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사회복지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복지연대)를 발족하게 되었다.

앞의 두 운동단체가 지역현안을 사회문제화하였다면, 복지연대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문제를 다룸으로써, 지역의 기존 복지계에 일대 파장을 몰고 왔다. 복지연대의 활동에 대응하여 대구지역 기존 사회복지관련단체, 대구광역시 사회복지협의회, 대구사회복지사협회 등의 조직적 활동과 새로운 단체로 대구사회복지종사자연합을 만들었다. 대구사회복지종사자연합은 일부 시설의 비리가 전체 사회복지계의 비리로 간주되는 것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복지연대의 주장이 그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 해결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복지 실무계와 지역시민단체연대조직이 하나가 되지 못한 것이다.

O 지역 사회복지운동 사례

-사회복지교육의 강화

지역의 사회복지실무자를 비롯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학교 운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장애우대학을 시작으로 1995년의 참여연대의 사회복지학교까지 지금까지는 서울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지방에서는 1994년 9월 대구에서 우리사회복지회 주최로 사회복지학교(사회복지실무자, 시민단체 실무자 등이 참여)가 개최되었다. 이어서 수원(1996), 전주(1997), 안산(1997), 천안(1998) 등에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사회복지학교가 개최되었다. 사회복지학교에서는 지방화시대의 사회복지과제, 사회복지예산, 사회복지법 및 조례, 장애인, 노인 등 분야별 현황 및 과제, 사회복지운동론 등이 다루어진다.

이러한 형태의 사회교육은 수강생들에게는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전반에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복지학교와 같은 사회복지 교육활동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주민운동 지도자그룹은 수강생들로 하여금 교육수료 이후에도 지역사회 사회복지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지역사회 사회복지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복지 이벤트 사업

사회복지 이벤트 사업의 대표적인 실례는 수원의 노인복지주간 사업을 들 수 있다. 1996년 1회 사업이 실시되었으며, 1997년, 1998년 연속 노인복지주간 사업이 실시되었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복지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내 대한노인회 등 노인복지 관련 단체, 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변호사회 등 전문가단체, 경실련, YMCA 등 시민단체, 사회복지사 등 복지관련단체, 지역내 사회복지학과 학생회 등으로 공동사업단을 구성하며,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무료진료사업, 무료법률상담, 무료 이·미용, 목욕사업, 노인축제행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사업을 경험한 결과 참여단체들은 1999년 들어 수원 노인보건복지협의회를 구성하여 활동을 더욱 공식화하고 체계화하였다.

지역사회내 다양한 지역운동단체들간의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지방의제 21 (Local Agenda 21) 사업이 있다. 지방의제 21은 지구환경의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그룹들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여 구체적인 환경보전 활동을 벌이는 범지국적 시민운동이다. 지방의제 21의 핵심개념은 "지속가능한 개발", 동반자관계(partnership), 과정(process)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안산, 순천, 청주, 수원 등에서 추진중이거나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지방의제 21 사업이 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과제로 다루기 때문에 지역내 사회복지과제와 연관성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벤트 사업 역시 지역사회내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사회내 다양한 단체들로 하여금 지역사회내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다양한 사회복지조직의 활성화

지역내 사회복지조직으로는 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사조직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조직은 지금까지는 주로 광역단체 위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부천, 수원 등 규모가 큰 기초자치단체들의 경우 사회복지협의회(안산) 혹은 사회복지사조직(부천, 수원)이 결성되어 있다.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이와 같은 실무자단체와의 유대가 필수적이다. 지역의 사회복지 실무자단체는 조직 내부구성원들의 내적 유대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주요한 과제이지만 지역사회내 다양한 사회복지 과제와 이슈를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지역사회내 연구자를 비롯한 사회복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문제를 정기적으로 다루는 지역사회조직(포럼, 연구모임 등)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전광역시의 경우 대전사회복지 포럼이 결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조직에서 지역사회내 사회복지 이슈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운동단체, 실무자단체와 연대해서 사회복지과제를 다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복지단체간의 연대활동

연대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 연대회의 활동을 들 수 있다. 참연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1998년 3월 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위한 활동이 시작되고, 1999년 들어 시민노동사회단체의 공동대응으로 발전하면서 3월 들어 연대회의의 형태로 구성되었다. 연대회의에는 51개 시민노동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경기도의 경기복지시민연대,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많은 지역사회복지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맺는 글

이상에서 1990년대 지역사회복지운동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사회복지운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복지의 이념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복지의 이념은 이타주의, 평등, 형평의 개념으로 정리되며, 선진복지국가들은 사회복지이념을 국민생활 최저(national minimum)로부터 국민생활 최적(optimal) 수준까지 다양하게 구체화하고 있다. 사회복지 이념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사회복지운동의 목표는 국민생활최저선 확보, 최근 논의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 지역사회복지운동은 지역주민들의 최저생계보장과 인권보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운동의 주체 및 선도조직의 중요성, 노동운동단체, 시민운동단체와의 연대활동의 필요성, 지역정치에의 참여 및 지역단체와의 연대활동의 강화 그리고 사회복지운동 실천의 전략적 고려 등 네가지 과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의 과제에서 일차적으로 지적된 것은 우선 지역사회 복지운동의 주체 및 선도조직이 굳건하게 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 실천가들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사회복지 실천가들의 활동은 노동운동단체,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활동을 통해 그리고 지역정치에의 참여와 지역조직과의 연대활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회복지운동의 실천에 필요한 전략적 관점에서 주관적·객관적 상황과 전략·전술적 고려가 필요하다. 즉 사회복지의 정치쟁점화, 지역조직의 활성화, 주민들의 권리의식의 활성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시행 등이 필요하다.

이상의 논의가 가지는 실천적 함의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의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실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사회복지운동의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사회복지 실천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하여, 서울 관악구의 관악주민연대, 경기지역의 경기복지시민연대, 대구지역의 우리복지시민연합, 그리고 경기 성남, 안산과 충남 천안 지역의 지역단체들의 사회복지활동은 사회복지운동의 현 주소와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인재 / 한신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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