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1-11   451

새해, 운동의 새로운 지향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1987년 이후 한국사회는 대통령 직선제를 계기로 오랜 군부독재의 시대를 마감하면서 정치적 민주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나 87년체제 수립이후 20여년이 경과하는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민주주의의 성취에 상응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별다른 진전의 계기를 맞지 못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하의 발전 국가 모델이 만들어낸 모순과 성장담론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민정부이래 역대정부에 의해서 ‘세계화’ 에 부응하여 취해진 후속조치들은 우리사회 전체에 걸쳐서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본시장의 개방과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은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고 근로 빈곤층 및 불평등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000년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임금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해마다 그 심도를 더 해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현상의 밑바닥을 관통하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법칙은 오직 ‘자본의 세계화’일 뿐, 국민일반의 복지증진이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2006년초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서 시한을 설정해두고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그 결과 예견되는 대내외적 환경변화의 불확실성때문에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전방위로 확대해나가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랜 불경기와 투자부진에 편승하여 다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보수언론의 지배담론으로 자리 잡았고, 심지어는 여기서 한걸음 더나아가서, 발전국가 모델의 상속자에 해당하는 재벌의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퇴행적 정책 지향성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우리사회가 치루고 있는 격렬한 사회적 갈등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난 30여년간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에 매몰된 채, 분배 및 복지 등을 통해서 추구되었어야 할 사회적 통합정책의 부재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손쉽게 망각해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압축적인 경제발전과정에서 상실되어버린 공동체적 가치를 대체할 보편적 가치조차 없는 터라, 어느 누구도 우리사회를 지금보다 한 차원높은 미래지향적 통합의 단계로 이끌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목전의 현실이다.

바로 그런 현실의 중심부에 참여정부와 우리사회의 정치가 존재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제도적으로 안착되지 못한 여야정당간의 정치적 경쟁은 참여정부의 리더십과 (기성)정당정치에 대한 신뢰도를 급격히 약화시켰다. 한국 정당간에 일어나는 경쟁은 사회적 갈등의 흡수, 조정 및 해소라는 긍정적 기능보다는 사회적 혼란과 불안만을 증폭시키면서 국가 경영의 부실이라는 부정적 기능으로 점철되어 왔다. 특히 대선을 1년 정도나 앞둔 현재, 정부와 여당간의 분열은 국가부분에 부여된 합법적 권위상실은 물론이고 국가경영시스템의 효율성마저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있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정당한 통치능력이나 위기관리능력마저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의 시민사회로 하여금 ‘외부의 강제나 타율적 규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도덕성과 자율적 규제에 기반하되, 우리사회의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형성과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적 거버넌스 (democratic governance)’의 한축을 담당하게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점차 그 역할이 변화되어가는 국민국가와 불완전한 시장을 보완하는 대안 시스템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사회발전과 국가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시민사회의 역할과 참여가 강조되는 대안 시스템은 시장의 잔인함과 몰인간성, 국가 관료기구의 경직성과 억압성의 폐해를 조절할 수 있는 ‘결사체적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온 복지운동은 새로운 복지 모델을 실현하기위한 중심 가치의 설정과 복지담론의 개발,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이를 실천해나갈 복지운동 주체를 양성해 가야할 것이다.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기위한 과제를 실천해 나가는 길일 것이다.

임종대 /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신대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