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4-01   3152

[동향3]최근 고용보험의 현황과 개선방향


최근 고용보험의 현황과 개선방향

전병유(한신대학교 교양과정 교수)


1. 고용보험의 현황과 문제점


 고용보험은 고용안전망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이다. 고용안전망이란 사회안전망 중에서 고용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처할 수 있는 위험이 개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고 또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할 때 이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고용보험은 기본적으로 실직으로 인한 소득상실의 위험을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요보험은 단순히 실직시 소득상실의 위험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직을 예방하고 실직자를 다시 노동시장으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도 실업보험 대신 고용보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보험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에 도입되었다. 외환위기 당시 그나마 고용보험이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실업대란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나마 가질 수 있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제도적으로는 전사업장에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였고 일용직 고용보험 제도까지 만들었다. 참여정부 기간 중에는 실업급여의 수급률을 높이기 위해서 나름대로 정부가 노력을 하기도 하였으며, 고용안정사업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2009년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고용보험은 고용 위험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서 또 다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의  큰 문제 이른바 고용보험에 가입해있지 않는 사각지대 계층의 문제, 그리고 고용보험이 실직시 소득보장의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문제,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이 고용보험과 효과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으며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을 펼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에 직면해서 가장 커다란 현안으로 등장하는 문제는 사각지대의 문제이다.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고, 경제위기의 부담이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음에도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 문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실업급여신청자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실업자 수는 정체 상태이다. 이는 비정규직, 임시일용직, 영세기업취약근로자의 실직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대부분 실업급여를 신청하기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고용보험으로 실직의 위험에 대응하지 못하는 계층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즉,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1차사회안전망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3차사회안전망 사이에 2차사회안전망이 부재함에 따라서 실직의 위험이 곧바로 빈곤의 위험과 사회통합의 위험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보험의 경우 현재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임금근로자가 가입대상이지만 피보험자수는 가입대상 근로자수와 200만 명 이상의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계층은 대부분 중소영세기업에 근로하는 저소득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취약청년층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가입대상이 되지 못하는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한 실업자나 자발적 이직자 등도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충 추정해봐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의 규모는 고용보험적용대상이나 가입하지 않고 있는 약 200만명, 적용제외대상인  15시간 미만근로자 100만, 특수형태근로자 60만, 가사근로자 5만,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인이 없는 영세자영업자 400여만, 여기에 취업경험이 없는 신규실업자 4만여명, 취업경험은 있으나 구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46만명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약 800만명이 넘는 계층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취업자는 약 930만명 정도이다. 물론 약 2,000만명 정도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의 보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전체 취업자 2,300만명의 약 35%, 임금근로자 1,600만명의 약 25%가 실직이나 폐업으로 인하여 소득을 상실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실직 시 사회로부터 적극적인 고용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1차와 3차 안전망 사이에서 2차의 안전망으로서 기능하는 정책은 사회적일자리나 공공근로사업, 실직자 직업훈련과 같은 임시적이고 한시적인 정책 수단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보험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실업부조 제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 정책적 수혜를 크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직자 중에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30% 정도에 불과하고 실업급여의 수준도 직전 임금의 40%(소득대체율)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여년간 소득상한액이 4만원으로 묶여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직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사유가 가장 크고, 실직사유가 자발적 이직이기 때문에 받지 못하는 사유가 두 번째이고, 현재 ‘1년  6개월 이상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피보험기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그 다음 이유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고용보험의 틀 안에 들어와 있는 고용안정사업이나, 직업훈련 그리고 고용서비스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실직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고 실직자를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으로 재통합하는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책의 성격 상 정부가 재정을 부담해서 수행해야 할 정책을 기업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가지고 운영하는 문제와도 결합되어 있고, 고용과 관련된 인프라에 대한 정부투자가 기본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2. 고용보험의 개선 방안


 10여년만에 또 한 번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겪게 마련이며 주기적으로 경제위기가 찾아오게 되어 있다. 특히 개방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변동의 가능성은 대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질의 사회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한국 자본주의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에서는 무엇보다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이 잡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이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계층의 규모가 너무 크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에는 정부의 사회정책적 능력과 인프라가 너무나도 취약하다. 우리가 빠른 경제성장의 유산으로 도시농업부문으로 볼 수 있는 광범한 비공식 부문, 자영업 부문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고,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전되면서 비정규직 부문의 비중도 과도하게 높아졌다. 그 결과 영세자영업과 비정규직, 그리고 중소영세기업의 취약근로자 등 정책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계층의 비중이 엄청난 규모로 팽창하게 되었다. 이들이 이번 경제위기에서 가장 집중적인 타격을 받는 계층이다. 이들을 정책의 외곽에 방치하고 갈 경우 고용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로 전화할 수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의 고도화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규모가 방대하고 정책의 전달기능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실업부조를 도입하더라도 매우 고용친화적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현재 주요 선진국의 고용정책과 사회정책의 흐름이 고용친화적이어서 이를 복사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적인 조건과 정책 능력을 고려할 때 고용친화적으로 정책을 설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하여 조건부의 한시적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여 고용보험적용제외계층에 고용안전망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는 경제위기가 단기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공공근로나 긴급생계비 지원과 같은 비제도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단기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면 이러한 방법도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는 매우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도화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실업부조를 2년 정도 한시적으로 운영해서 어떤 형태로든 실직과 폐업으로 소득이 상실된 사람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이들을 고용보험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즉 조건부라는 것은 구직활동의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실업수당 수혜 이후에도 공용보험이라는 틀 안에 남겠다는 것을 강제하자는 의미이다. 예산의 문제는 소득이나 자산 기준을 적절히 적용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고용보험 적용대상이나 가입되어 있지 않은 계층에 대해서는 임금의 약 17%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를 감면하는 방안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미가입자의 고용보험 가입 촉진을 위한 한시적으로 고용보험가입 중소영세기업 사업주와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료를 면제하자는 것이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고용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실업급여 수급 요건이나 수혜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업급여 기간 을 현행 3-8개월에서 6-12개월로 연장하고 피보험기간 요건인 현행 ‘1년 내 6개월 이상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1년내 3개월 이상 가입’ 기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 이직자의 경우에도 대기기간 설정과 구직의무 부여 등 을 조건으로 하는 급여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실직 시 소득보장 기능의 강화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고용친화적으로 설계되고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정책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달체계의 문제를 뒤지는 것이 아니라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임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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