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9-02-25   1289

[칼럼] ‘사회적 약자’ 살릴 시스템을

설마 했던 국민의 마음이 의심으로 바뀌더니 이제 확신으로 바뀌어 가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보다 기득권층의 이익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점 말이다.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던 정권 초기 많은 국민은 새 정부가 ‘우리의 정부’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1년 사이 ‘그들의 정부’로 변해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과 건설업계, 그리고 부동산 부자 등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을 위해서는 놀라울 만큼의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했지만 서민과 소외계층 대책은 거의 실종되거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덜고 희망주는 정책 안보여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에게는 10조 원을 상회하는 ‘화끈한’ 감세혜택이 주어졌다. 하지만 서민과 약자에게는 지난 1년 동안 무엇이 주어졌는가? 수십조 원이 투여될 강 정비사업이나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폭적 규제완화 조치에 비견되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조치가 있었던가? 그나마 발표된 대책마저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이 강요에 못 이겨 공부하는 척하는 모양과 흡사하다. 이전 정부에서 다 펼쳐 놓았던 여러 정책을 약간 분칠하여 내놓은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구질구질한 느낌마저 든다. 약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이 보이지 않으니 우리의 정부가 아닌 그들의 정부로 각인되어 가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부동산, 토목사업을 활성화하면 경기가 살아나 서민과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이 이 정부의 믿음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10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활성화의 혜택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집중되었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는 혜택을 보지 못했거나 오히려 피해자로 전락하였다. 비정규직의 증가나 고용 없는 성장,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가 강화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각종 양극화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전 세계가 지식기반경제에 국가의 명운을 거는 와중에 건설토목사업에 필요 이상의 자원을 배분하는 정책도 시대착오적이다.


서민과 약자를 보듬고 가야 한다는 생각은 단순한 박애주의를 넘어서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 주택, 복지, 노동정책의 확대는 안정적 내수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인적자본 향상의 기회를 줌으로써 지식기반경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선진국의 취약계층 대책은 전통적인 현금지원 정책에서 인적자본지원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방향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능동적 복지’를 내세운 지 1년이 지났지만 이 정책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변변한 문헌조차 없다.


교육복지 등 인적자본 지원해야


지금 한국의 취약계층에는 빈곤이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이 정부 정책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이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의 통합과 인적자본 향상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는 이미 다 나와 있다. 정권 홍보용으로 잡다한 정책을 만드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희망스타트, 직업훈련프로그램과 같이 저소득층의 사회통합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핵심정책을 선별하여 감세정책만큼이나 강력한 파격적 지원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처럼 사회적 약자를 방치한다면 한국사회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역사가 멈춰버린 남미형 사회로 진전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그토록 비난했던 포퓰리즘은 정신 나간 일부 정치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극심한 빈부격차라는 남미의 사회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의 빈부격차와 사회적 취약계층 삶의 불안정성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진정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긴 취약계층 대책을 하루속히 내놓아야 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원장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이 글은 2월 25일자 동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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