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5-27   5564

[특집]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 후기 ①

김현민│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자원활동가

우리 모두에게는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있다. 그것은 ‘무엇을 무엇으로 사고하게 하는 힘’이다. 강의와 논의들 속에서 수많은 힘겨루기가 이뤄졌다. 무엇, 그 자체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무엇으로 보도록 이끈, 즉 익숙한 프레임에 대한 이의제기. 이는 기존 방식과 새로운 관점의 힘겨루기를 동반한다. 이렇듯 강의들은 “새롭게 보기”에 대한 도전이었고, 그래서 두 달은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강의가 끝난 지금은 “행동하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5월(1~4강)과 6월(5~8강) 두 달에 걸쳐 진행된 도전의 기록을 전하고자 한다. 이 글은 강의 내용의 일부만을 담은 것이지만 우리의 시간과 공간 속에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복지국가를 꿈꾼 가슴 뛰는 이야기도 함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첫 번째 강의]
복지국가는 좌파정책인가?
신광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서 복지는 제5공화국이 ‘복지국가를 추구한다’라고 표명함으로써 사용하기 시작했다. 구체적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채 수사적ㆍ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복지에 충분한 내용이 담길 틈도 없었고 그래서 한국 사회는 복지국가에 대해 명확한 그림이 없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의되는 복지국가는 “각종 정책을 통해 시민의 사회적ㆍ경제적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인간다운 생활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을 국가정책의 주된 정책으로 내세운 국가”이다. 신광영 교수는 국가가 ‘사회적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의 범위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복지국가는 국가가 복지를 규정하는 수준과 의지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신광영 교수는 복지정책이 형성되는 요인과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이 과정 가운데 시민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실업, 빈곤, 불평등과 같은 현상을 사회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만드는 시민과 학자, 운동 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국가 권력자원, 정책 모델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변화가 복지정책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복지정책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시민들의 관심과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무엇을 다르게 보아야 할까? 외국의 다양한 사례들로 그 밑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복지국가 도입에 대한 독일, 영국, 스웨덴의 사례
신광영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제도와 복지국가는 매우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 시기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복지국가들이 존재하느냐”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독일, 영국과 다른 복지제도를 만든 스웨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그것의 배경을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보수적인 군주와 관료들이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교수는 “비스마르크가 좌파인가?”라고 물으며, 복지정책이 좌파 정책이라는 오해에 대해서 생각해볼 것을 이야기했다.
그에 비해 영국의 복지국가 형태는 폭이 큰 변화의 형태를 보인다. 복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제도들이 출현한다. 라운트리(Rowntree,1889)는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이 되는 것은 개인의 잘못으로 빈곤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의 빈곤화 추세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으며, 이른 시기에 진보적인 관점을 가지고 국가가 복지정책을 도입하는 데 기여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이후에 영국의 사회복지는 이론적 배경에 베버리지 보고서와 케인즈의 새로운 경제 이론, T. H. 마셜의 시민권과 사회계급론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오며 바탕을 이루게 된다.
스웨덴은 복지정책이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된 것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가지를 의미 있게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9세기 말, 스웨덴 정치인 아돌프히든은 영국의 제도를 답습한 구빈법 대신 사회정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역시 반대했다. 작은 국가를 내세우는 입장에선 국가가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증세에 대한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전국사회복지사업협회(CSA)였다. 이 단체는 대중강연과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고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스웨덴은 지금 비록 가난하지만 사회개혁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호소했다. 협회가 내세운 것은 사회적 자유주의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대공황 이후로 사민당이 집권한 것이다. 사민당이 성공한 것은 두 가지 정책 트랙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복지정책이 그것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란 국가가 노동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는 사후적 방식으로서 소극적 노동시장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이다. 스웨덴에서는 국가가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진행했다. 또 일자리가 이동하더라도 동일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임금 정책을 벌이고 정책의 카운터파트너로 노동조합을 인정했다.
스웨덴 정치인들은 ‘개인이 행복하게 살 권리’와 ‘공동의 책임’이라는 명제를 진지한 삶의 내용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위해 국민과 공동으로 작업해온 것이다.

신 교수는 강의를 맺으며 몇 가지 요점을 중요하게 짚었다. 국가의 기본 역할이 영토와 시민을 지키는 국방이라면, 오늘날 실업, 빈곤, 질병, 고령화 등의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복지가 바로 국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는 정치진영에 따라 다르게 재단될 수 없고, 복지가 좌파만의 논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권리 그리고 모두가 누려야 할 행복, 이런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는 이제 다시 새롭게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 내용이 곧 한국의 복지국가에 담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복지 프레임은 어떤 모습인가? 여덟 번의 강의 속에서 계속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화두가 던져진 강의였다.

[두 번째 강의]
한국은 복지국가인가?

김연명 |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또 누가 어느 시점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숫자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연명 교수는 한국의 2011년 사회복지비 구성 도표를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복지국가의 실체(?)를 명쾌하게 드러냈다. 다양한 수치들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이 강의 내내 이어졌다.

복지예산, 역대 최고?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연말, 보건복지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정부의 복지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참조한 정부재정 기준은 한국의 사회복지비 구성이다. 이를 살펴보면, 2011년 정부재정 중 정부 총지출대비 복지재정 비율은 28%가량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오롯이 한국의 복지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까? 기초생활보장의 지출 구성비를 살펴보자. 2011년 예산액이 7조 2천억 원가량이다. 이 중 4조 원 정도는 절대빈곤층인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돌아간다.
이 돈이 과연 많은 것일까? 일단 그 규모는 복지비 전체 규모로 볼 때 비율은 높다. 그러나 통계분석을 보면 대략 400만 정도가 절대빈곤층이다. 대상자 160만 명을 제외한 240만 명은 소위 복지 사각지대다. 이와 같이 한국이 가지는 특수한 특징들은 의료비용과 기타 사회정책 지출이 많고 노인에 대한 지출은 적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가난한 사람을 많이 돕는 형태인가? 그렇지 않다.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일 뿐이다. 한국은 담보형태를 제외한 주택부문에서는 전혀 지출이 없다.
이렇게 복지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연금지출, 임대주택, 건강보험료 등이다.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GDP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7.5% 정도다.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냐에 따른 차이인 것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근거가 있긴 하지만 수준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여전히 받아들이기 불편한 부분들이 있다.

무엇을 복지국가라고 하는가
복지국가에는 몇 가지 지표가 있다. 우선 ‘국민복지기본선(national minimum)을 보장하는가’ 이다. 이 지표는 그 사회가 이룩한 문명 수준에서 최저의 삶을 공공부문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 지표에 근거한다면 한국은 어떤가? 유럽과 같은 형태의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세팅은 돼 있다는 것이 김연명 교수의 주장이다. 두 번째 지표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제도가 구비되어 있는가’ 이다. 노령, 질병, 산재, 실업, 출산, 빈곤 등에 대한 위험 대비책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한국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웬만한 사회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 질에 차이가 있다. 사각지대가 많고 급여수준이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금수당 및 사회서비스 제도가 약하다. 선진국 중 아동수당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세 번째 지표는 ‘복지비 지출이 어느 정도 되는가’ 이다.

한국이 복지국가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학자들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국은 초기 복지국가의 진입단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최근 한국과 같이 국가 복지의 팽창속도가 급격히 진행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출발해 복지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들 유형화된 틀을 통해 특징을 잡아낼 수 있게 되며 이것은 10년 뒤 한국이 어떤 유형의 복지국가 될 것인가에 대한 밑바탕을 그릴 수 있게 한다. 에스핑‐안데르센은 복지체제(welfare regime)란 국가, 시장, 그리고 가계(가족) 사이에서 복지생산이 배분되는 방식으로 정의하고 복지체제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개념이다. 탈상품화란 복지를 통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실업수당, 연금 등을 사회적 위험에 노출됐을 때 시장에서 노동력을 거래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탈상품화 정도가 높을수록 노동자들이 시장에 대응할 힘이 생긴다. 탈상품화가 높으냐 낮으냐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하므로 그 사회의 계급관계를 판별하는 중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 다음 계층화(stratification)이다. 계층화는 복지제도가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조합주의가 대표적이다. 직종별 사회보험방식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복지제도에서도 유지된다. 노동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도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복지제도라고 하면 빈곤을 줄이고 계층을 통합하는 것이지만 어떤 복지제도는 계층을 나누는 효과를 나타낸다. 공공부조를 받는 층과 일반제도의 수혜를 받는 계층 간의 구별이 보이는 이중주의(dualism)도 계층화에 포함된다.

이후 탈가족주의(defamilialization)가 복지체제 분류의 마지막 기준에 포함된다. 탈가족주의란 가족의 보호 영역을 국가와 시장이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를 통한 탈가족주의는 보육서비스를 공공보육시설에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을 통한 가족주의는 보육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는 경우다. 북유럽 국가들은 공공보육이 중심이며, 중부/남유럽 국가들은 보육을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여성 취업률이 대단히 낮다. 영미 국가들은 민간보육시설이 중심이다.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 교수는 한국은 여러 복지체제의 특징이 결합된 혼합형 특징을 가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일어나는 4대 보험 통합 논의 등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이념에 가까운 반면 복지 사각지대 등의 계층화도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남미형 복지체제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는 비정규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 중 5%에 이른다면, 이들은 퇴직금을 받는 비율도 정규직의 20%에 불과하고, 10명 중 6명은 실업수당도 받지 못하여, 절반은 직장국민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등시민과 이등시민으로 나눠져 노동시장 핵심계층은 복지혜택으로, 나머지 집단은 복지에서 배제되는 ‘분리된 복지국가(divided welfare state)’로 갈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은 복지국가 초기 단계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미 지금 한국사회는 복지논쟁이 진행 중이고 누가, 어떤 세력이 집권하던지 복지정책을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미형으로 갈 수도 있다.

[세 번째 강의]
복지국가는 비효율을 초래하는가?

신광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그 제목에 딱 들어맞는 주제였다. 복지국가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지점인 ‘비효율’의 문제, 신광영 교수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지표를 통해 어디까지가 오해였고 또 무엇이 진실인지 쉽고 정확하게 전해주었다.

통 큰 국가? 정말 통이 큰가?
신 교수는 큰 정부에 대한 몇 가지 기준점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그대로 적극적인 복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여러 지표에서 보듯 한국은 보통 기대되는 선진국으로서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상대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GDP대비 삶의 안전을 보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공적 지출의 경우 멕시코와 한국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낮다. 보통 경제활동가들의 가장 위협적 요소가 실업이다. 실업을 겪게 되면 소득을 상실하는데, 근대국가는 그것을 완화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실업보험의 수준이다. 실업 전 월급과 실업수당 비율을 보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72%가량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28%, 한국은 31%이다. 물론 실업을 겪는 사람들에 한해 이런 위협이 존재하지만 실업이란 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공적인 방식의 보호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한국 내에서 여러 가지 큰 정부 논란을 보면 사실 정치적인 차원에선 오랜 기간 권위주의적 통치의 전통이 있었고,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공공부문 지출 규모는 작지만 개입의 방식 정도는 상당히 심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정부의 공적인 기능은 시민을 보호하고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다양한 서비스 분야이지만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다. 개인들의 삶은 시장에 상당히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시장의 특징은 경쟁과 불확실성이다. 삶이 굉장히 피곤해지고 스트레스도 많다. 안정된 삶보다는 불안한 삶의 연속이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효율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삶을 피곤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 우리는 이것을 효율 문제 속에서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효율이라 말하는가
효율성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사회가 효율적 또는 비효율적인지 이야기할 때이다. 이때 가족 차원, 기업 차원, 사회 차원이 일치하지 않는다. 개별 기업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선택해 임금을 낮췄지만 노동자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월급을 줄이면 소비자로서 구매력도 함께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는 무엇이 효율적인 것인가? 사교육비가 높은 나라인 한국 경우 여성의 취업률은 남성보다 낮다. 고용차별이 심하고, 채용되더라도 출산 등으로 오래 직장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엄청난 낭비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나 주로 공공기관이 담당해야 할 것은 개별 기업의 이해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이익을 적극 고려하는 정책이어야 하며, 이것이 국민의 세금을 걷어서 기능하는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논리를 가지고 정치를 한다거나 기업의 논리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복지효과의 세 가지를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 살펴보자
단기효과는 복지서비스 일자리의 증가다. 아주 간단한 산술계산이지만,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증가는 단기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기효과는 수혜자들의 경제활동참여 증가다. 이런 부분에서 복지가 발전하면 바로 그 혜택은 여성에게 돌아간다. 여성경제활동의 증가는 복지가 사회적 제약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들에게 희망을 실현시킬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임을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복지가 발전한 국가는 남녀 모두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각종 복지 서비스다. 장기적 효과는 보육, 탁아, 교육 부문의 복지가 보장돼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인구문제는 곧 경제문제로 직결된다. 많은 나라들이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복지문제는 시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일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의 보장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복지가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안 된다, 필요악이다, 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복지는 실질적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성장에 직접 기여하는 근대사회의 중요한 발명품이라는 것이 지난 20여 년간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복지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성장에 저해요소인가?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많이 이야기한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복지혜택을 받는 개인은 근로동기가 약화돼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복지가 근로의욕을 약화시킨다면 일하는 사람은 줄고, 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복지국가가 발전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결과가 60~70년대 나타났다. 막연한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2004년 경제 사학자 피터 린더트가 지난 200년간의 자료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이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이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복지가 결국 경제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긴장감 속에 살고 있다. 우리의 불안과 긴장은 한국 사회에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복지국가에 담길 내용이 무엇인지 더 구체화되고 있단 생각이 드는 3주차 강의였다.

[네 번째 강의]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가?

양재진 |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복지국가 쇠퇴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는 우선 네오맑시스트들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계급 간 모순을 감추기 위해 정당화를 추구하는데, 복지가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지목했다. 그런데 복지는 기본적으로 투자가 아닌 소비이므로 자본주의 체제 모순이 깊어 감에 따라 정당화 비용도 늘어 생산 쪽에 투자해야 할 자원이 자꾸 소비적인 복지로 바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 감소되면 정당화 비용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가하므로 결국 악순환을 거쳐 복지국가 역시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재로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는 현실에선 부합하지 않는다. 복지국가의 대표 격인 덴마크와 스웨덴 등은 가장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는데, 이것을 보면 복지지출이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오맑시스트의 주장과 다르게 복지 잘하는 나라가 재정적으로도 안정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공공선택론자들의 큰 정부 실패론이다.
이들은 관료들의 자기이익극대화, 정부과부화(government overload), 관료제의 병폐라는 세 가지 논리로 우파 지식인과 경제학자 그리고 공공선택론자들은 복지국가 성장을 비판한다. 그들의 해법은 간단하다. 작은 정부를 만들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복지를 막고 민영화 혹은 위탁을 늘리는 것이다. 작은 정부는 관료주의의 병폐도 없을 뿐 아니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민사회가 잘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실패가 엄연히 존재했고, 시민사회 역시 결국 사익의 총집합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율적 역량을 과신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사익의 충돌장인 시민사회가 언제나 지고의 선일 수만은 없다. 작은 정부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면 무조건 큰 정부를 지향할 것인가? 이것도 아닐 것이다. 해답으로 말하기 쉬운 이야기일지 몰라도 능력 있고 신뢰받는 제대로 된 큰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실증적으로도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

세 번째 이야기는 세계화와 복지국가 위기론이다.
세계화로 인한 자본 이동 때문에 국가와 노동에 비해 협상력이 월등히 높아짐에 따라 국가가 친자본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조세하향 경쟁 등으로 복지국가의 재정적 기초가 무너지고 빈부격차가 커지며, 민영화와 노동시장유연화 조치 등으로 조직노동의 기반이 약화되고 좌파정당이 쇠약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복지국가의 축소와 영미형으로의 수렴을 예견케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한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 법인세와 소득세의 한계소득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조세추출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세계화론자 주장처럼 세율이 낮아졌지만 조세추출능력은 그렇게 약화되지 않았다. 특히 북유럽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조세추출능력은 증가하고 있다. 재정문제가 숙명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틀렸단 것이다.

그 다음으로 신자유주의자/세계화론자들은 재정과 함께 노동 약화를 지목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좌파정당의 약화, 그리고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 약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조합주의적 사회적 타협의 제도화, 여성/노인 등 신규 복지국가 지지자들의 증가,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는 중산층의 지지 상승, 시장주의에 따라 발생하는 취약계층의 증가로 복지의 잠재적 지지자는 늘어갈 수 있다.

복지국가의 바탕은 무엇이어야 할까?
로드스타인이라는 스웨덴 복지국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복지국가가 커지게 된 이유는 단순히 노동자의 힘, 사민당의 힘이 세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정부가 신뢰받을 정도로 일을 잘하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성공 요인은 믿을 수 있고, 일 잘하고, 책임 있는 정부다. 그런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크기를 가지고 복지국가의 성패를 예단할 수 없다. 정부의 질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정부개혁으로 정책결정의 민주화, 행정의 효율화,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높여나가 국민 신뢰를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질이 높은 나라일수록 복지수준이 높게 형성돼 있다. 믿을 수 있는 정부를 가지는 것도 복지국가 건설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이 가야할 방향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은 어떤 복지를 지향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물론 쇠퇴하지 않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선정결과를 보면 종합지수에서 미국이 항상 수위다. 그 다음이 스웨덴, 덴마크 이다. 복지국가이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그 다음이 독일, 일본, 이탈리아 순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나라는 경쟁력을 지켜가면서도 복지국가인 나라일 것이다. 낙후된 산업에서 성장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이것을 복지가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복지의 제도적 경쟁력을 우리도 찾을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의 행위 주체는 노동자, 자본가, 정치가다. 한국은 노동자들이 복지국가, 공공복지를 지향하면서 투쟁하는 구조는 아닌 상황이다. 유럽 사민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는 기업별 노조 분절도 심하다. 기업별 노조가 공공복지를 위해 희생할 이유가 없다. 사민주의 국가 노조는 국가를 상대로 전체 계급을 위한 복지를 요구하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대기업에서 노조가 얻을 것이 많다. 이 두 조건이 만나서 공공복지를 요구하는 힘이 약하다. 또 소선구제라는 제약이 복지를 요구하지 못하게 한다.
만일 정치인들이 복지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소선거구제이다. 재선을 위해선 신공항 사업처럼 지역사업에 목메야 한다. 복지는 립서비스일 뿐 열성을 가지고 매달리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 희망이다. 전국을 상대로 지지와 동원을 이끌어야 하는데, 복지는 중요한 주제이다. 한국이 방향을 잘 잡아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간 수준 이상의 복지국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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