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1-15   2072

[동서남북] 노년 유니온을 아십니까?

노년 유니온을 아십니까?

 

고현종ㅣ노년유니온 사무처장

 

 

불안한 노후

“껌값 연금 가지고는 생활이 안돼”
기초노령연금액이 너무 작다며  강00할머니가 하소연 한다.

 

덧붙이는 말 “ 노인일자리 해서 한달 20만원 벌어도, 약값으로20만원 나가, 남는게 없어”

 

“무슨 약 값이 그렇게 많이 들어요?” 굉장히 큰 약값 부담에 걱정스러워 물었다.
“ 나이들면 골다공증, 관절염에 고혈압에 안 아픈곳이 없어 ” 말하면서 자신의 처지가 더욱 가엾은지 한숨을 길게 내쉰다.
“ 그렇게 아프시면 일하시는데 괜찮으세요!”
“ 쉬어야 하지만 그러면 돈은 누가 준대?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

 

강00할머니는 올해 76세이다. 아들 셋을 두었다. 큰 아들은 직업병에 걸렸으나 산재처리가 되질 않아 병원비 부담으로 가족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둘째 아들은 미혼에 실업자. 제일 잘 나가던 막내아들도 사업이 기울어 3년전부터 할머니에게 주던 용돈을 끊었다. 오롯이 기초노령연금 7만3천원과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서 얻는 20만원이 소득이 전부다. 약값 20만원을 제외하면 한달을 7만3천원으로 살아야 하는 할머니로서는 삶이 지옥일 뿐이다.

 

노인빈곤, 노인자살 세계1등

노인자살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주로 경제적 어려움과 신병 비관이 주된 원인이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1년 범죄통계’를 보면 2010년 60대 이상 자살 변사자 수가 4945명으로 전체 자살자의 33.4%를 차지했다. 자살자 3명 중 1명이 60대 이상 노인인 셈이다. 최저생계비 이하 생활을 하는 어르신 수만 50만 명에 이른다.

OECD국가중 노인자살률, 빈곤률이 세계 1등이다. 모두들 심각하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다. 실제로 노인빈곤율, 자살률을 줄이려는 노력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묻고싶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어르신들이 죽음의 공포로 내몰리는 동안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또 묻고 싶다. 노인단체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정부에 제안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얼마전 뉴스가 생각이 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60대부부가 인천시 숭의동 집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이 남긴 통장에는 3000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기초노령연금 15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르신들이 참고 견디기엔 한계가 왔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 했다.새로운 노인조직과 운동이 필요했다.

 

노년유니온 탄생

고민의 시작점은 노인조직의 성격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였다. 노인들의 실상과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정부와의 파트너쉽이 법적으로 강제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존 노인단체와 다른 모습이 요구되었다. 이런 욕구를 만족 시킬수 있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은 법적으로 사용자와 1년에 한번씩 임금협상을 해야한다. 이 방식을 채택하여 교섭권을 획득하면 노인문제를 비롯한 복지문제를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
다만, 성격을 노동조합으로 가져갈 때 약점이 있다.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꼬리표 말이다. 대기업 , 정규직 중심의 이익집단이라는 꼬리표. 극복하는 방법으로 명칭을 노년유니온으로 정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바로 유니온 운동이다.

 

더불어 청년과 노년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흔히 청년의 일자리가 부족한데 노인의 일자리 확대가 웬말이냐 한다. 노인과 청년의 갈등을 은연중에 유포시키고 있다. 이래가지곤 고령사회를 이겨낼 수 없다. 어르신들이 청년의 고통에 대해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청년이 잡을 때 갈등은 해소된다. 노년유니온이 청년유니온과 유독 돈독한 연대관계를 과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세대통합은 이렇게 이루어지는게 아닐까한다.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노동조합의 교섭권 획득을 통한 노인복지 확대, 청년층과의 세대통합을 통하여 가고자 하는 길은 무엇인가? 현재까지 내부에서 합의된 것은 보편적복지국가 실현이다.이를 위해서 노인정책을 노후소득보장, 의료보장, 일자리보장으로 나누고 복지국가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개선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다.

노후소득보장과 관련해서는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연금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이면 재산유무에 관계없이 지급될 수 있도록. 거기에 급여액을 30만원 까지 올리는 활동. 의료보장은 건강보험 보장율을 90%까지 확대하는 것을 통해 의료불안을 해소하는 활동.일자리는 노인일자리사업 기간을 현행 7개월에서 연중 12개월로 상시 운용하고 급여액도 20만원에서 30만원까지 인상하는 활동. 또한 효과도 없고 어르신들을 시장이라는 정글로 몰아넣은 시장진입형 사업의 폐기를 요구하는 활동. 그리고 남아있는 과제는, 노년유니온이 자칫 간과하기 쉬운 노동성 강화가 될 것이다.

 

 

트위터에 한 노동운동 지도자가 노년유니온을 축하하면서 “노동운동에 충실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노년유니온 조합원은 직장이없다. 직장이 없으니 자칫 노동이 없는 복지를 강조하는 하나의 이익단체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리라.
노동있는 복지를 어찌 보완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질 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나이는 70이고요 학교에서 야간경비를 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 집에도 못하고 4,5일씩 일해도 초과,연장근로수당도 못 받아요. 하루에 근무도 16시간 하는데 그 중 휴계시간이 7시간입니다. 노인노조 허가 났습니까? 가입하고 싶어요.”

 

노동이 강화되는 순간이었다.

 

갈길이 정해져도 쉽진않다. 곳곳에 어려움이 숨어 있다. 당장에 법적지위획득만 해도 그렇다. 노동부에서 노년유니온의 설립허가를 반려했다. 당분간 전국단위노조의 법적인 지위를 갖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당분간 지역노동조합 설립으로 난관을 넘어서는 것이다. 서울시에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낼 것이다. 청년유니온도 지역노조로 인정 받았듯이, 노년유니온도 지역노동조합으로 지위는 획득할 것이라고 낙관적 기대를 한다.

 

‘노년의 비극은 노인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젊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새로운 노인문화와 운동을 만들겠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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