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5-10   421

이전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

완연한 봄의 향기가 바람을 거슬러 혜림동산내 구석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생명력이 넘치는 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변화의 물결들… 그토록 갈망했던 생활재활교사 2교대 확정은 "클라이언트 중심"의 혜림원으로 발돋음하기 위한 출발신호였다. 이제 막 첫단추를 끼운 지금, 크고 작은 변화들 속에서 아직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최선책이 '이것이다'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작은 변화 속에서 자리매김의 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길 기대해 본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신입직원 연수를 마치고, 꿈과 열정을 지닌 열다섯명의 선생님들은 삶의 일터인 기숙실로 들어가 우리 친구들과 첫인연을 맺었다. 한가족이 되기 위해 적응하는 길목에 섰던 우리 선생님들과 친구들. 어느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차츰차츰 스며들고 있었다.

2교대 실시에 따른 첫 번째 고민은 어떠한 근무형태가 친구들에게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덜어주고, 잘 적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것이었다. 격일, 2·3일, 주야간, 기숙실별 운영 등등 가능한 근무형태와 그에 따른 장단점을 바탕으로 혜림원 실정에 맞는 근무형태를 결정하기에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에 '클라이언트 중심'의 잣대를 바탕으로 생활재활교사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4월 한달 기숙실별로 시범운영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한달 남짓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려했던 문제와는 달리 상호간에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종종 생활재활교사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입장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절충안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전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생활재활교사의 열린 마인드를 바탕으로 개인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여 생활 속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다. 따뜻한 봄날, 가족 나들이 차원에서 테마파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특별요리도 만들어 봄으로써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밝게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또한 생활재활교사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지님으로써 의욕적으로 일하며, 클라이언트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열악한 근무여건 속에서도 애정과 사랑으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삶의 현장 속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숨은 노고의 주인공들이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의 꿈틀거림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아울러 그 동안 업무의 과중으로 인해 소홀히 여겨졌던 교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부담이 아닌 자신의 역할로 인식되어야 하며,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도덕적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클라이언트 중심의 생활시설로 발돋음 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 이러한 변화의 꿈틀거림은 분명 바람직한 것이고, 근무형태의 외형적 변화뿐만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에 대한 질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내실화가 우선시 되어야 하며 '그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바로 우리들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지닌 모든 이에게 지지와 격려를 통해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할 때이다. 생활재활교사 2교대 확정은 분명 '생활시설 개혁'의 산물이며, 클라이언트와 생활재활교사, 기관의 입장이 삼박자가 맞아야 2교대의 근본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힘입어 새로운 다짐과 포부로 한걸음 내딛는 혜림원의 모습을 기대하며 '클라이언트 중심'이라는 우리의 잣대가 결코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변화는 또 다른 변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아직 우리의 변화가 미약할지라도 땀과 열정의 결실을 믿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순리 속에서 내년 이맘쯤 2교대 정착이라는 소망을 품어본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하여…

이수희 / 부천혜림원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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