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12-01   1534

[칼럼] 사회복지사의 복지의식



사회복지사의 복지의식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인해 올해부터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보수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필자도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보수교육에 강의를 나가게 됐다. 이렇게 강의를 나가면 몇가지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들이 있다.


첫째는 국민연금에 대한 질문으로, 하나는 국민연금과 은행이나 보험회사에서 하는 개인연금 중에서 미래에 받을 가능성에 대해 어느 것을 더 신뢰하는가 라는 질문이고 또 하나는 보험료 대비 급여 총액을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은 당당하게(?) 개인연금을 더 신뢰하고 개인연금이 더 이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은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건강보험에 대한 질문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5%정도인데 이 보장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과 개인별로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해서 해결하는 방법중에 어떤 방법을 선호하는가에 대해 물어본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한 다음이라 그런지 약간은 주저하지만 여전히 민간의료보험을 선호하는 대답이 대다수이며, 또 대부분이 새로이 출시된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마지막 질문은 얻어 먹는 것과 나누어 먹는 것의 뉴앙스에 대한 질문이다. 좀 거친 표현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얻어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사회복지교과서에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구분하지 말고 받는 사람에 대해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들이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들이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같은 질문을 학생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먼저 학부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역시 학부생들은 아직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체감도는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대답하는 성향은 사회복지사의 대답과 비슷했다. 다시 동일한 질문을 사회복지대학원생들에게도 물었다. (나의 대학원 강의의 수강생은 현장 사회복지사, 시민단체의 활동가, 그리고 사회복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전공출신이면서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 이렇게 3부류가 있다) 역시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활동가 출신들이 사회복지사와는 다른 성향의 답을 하였고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진 대학원생은 사회복지사보다도 더 국가책임에 대해 거부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우리 사회의 경험이 정부에 대한 신뢰도 낮고 국가복지에 대한 경험 정도도 낮았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가능하지만 사회복지교육에서 무엇을 강의해야 하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대답들이다.


유홍준은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표현을 잘 번안하면 ‘복지는 생각한 만큼 만들어 진다’고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레이코프의 「자유 전쟁(Whose Freedom)」에는 이런 구절들이 있다.

“자유를 잃는 것도 두려운 일이지만 ‘자유’ 개념을 잃는 것은 훨씬 더 두려운 일이다.”
“자유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자유는 빼앗기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념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말 역시 이렇게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복지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복지는 빼앗기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복지는 무엇이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복지와는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그리고 사회복지를 공부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복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복지의 개념을 이미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지난 1년동안 복지담론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 그 결실을 맺기 위해 마무리를 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떤 언어(단어)를 사용하여 복지에 대한 프레임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어떻게 퍼뜨리고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다니면서 새롭게 얻은 고민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