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7-02   1213

[복지동향 칼럼] 사회복지시설 위탁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복지시설 위탁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방아골복지관 사태를 돌아보며-



 


신용규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사무총장



메아리 없는 이러한 외침이 무슨 소용이랴! 사회복지시설의 위탁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없이 많은 매체들이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해왔지만 아직도 명쾌한 답이 없다. 그럼에도 또 다시 말한다. 건강하고 안정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과 사회복지서비스의 향상을 위하여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국가권력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의 휘둘림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복지계의 노력과 연대, 그리고 시대착오적 국가권력의 자성을 촉구한다. 본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 위탁제도에 관한 전반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최근 사회복지계에서 충격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올곧은 의지로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서울 도봉구 소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중심으로 논의한다.


  방아골복지관 사태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 4월 2일, 서울시 도봉구청은 10년여간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복지사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온 방아골복지관의 재위탁 심사에서 운영법인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유지재단이‘공신력 상실’이라는 이유로 위탁선정심사위원회 심사에서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재위탁 심의를 거부하였다. 내용인 즉, 법인 이사 중 1인이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하여 건설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 받은 사항이 ‘공신력 상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도봉구청은 사회복지사업법 제 34조, 동법 시행규칙 제 22조의 2, 제23조, 도봉구 사회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 위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사회복지시설 위탁체 선정 공통기준 운영계획’을 임의 확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위탁체 공동 심의기준의 하나로 최소충족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최근 5년 내에 사회복지사업법 및 관련법령 위반으로 법인 이사장 또는 법인 이사가 처벌(금고 또는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법인으로 시설 위탁 시 공신력 확보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최소충족기준 미달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최소충족기준’이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독소조항이 위탁주체의 임의성에 의존하여 악용,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충족기준이라는 것은 사회복지사업법 및 동 시행령 등 그 어디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는 독소조항으로서 위탁의 전권을 행사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적용. 활용할 소지가 다분한 매우 위험한 장치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최소충족기준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 이번 경우가 도봉구가 제시하고 있는 최소충족기준에 미달되는가? 의 논란이다. 금번 사태 발생직후 “사회복지사업법 및 관련법령 ․ 도봉구 사회복지시설 위탁체 선정 공통기준 운영계획 ․ 도봉구 사회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 위탁에 관한 조례”에 의거한 도봉구청의 행정 처분이 적법한지에 대해 6인의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해당 이사의 형사처벌(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은 “사회복지사업법 및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되지 않으며, 도봉구청의 행정처분은 법률의 확대해석 및 적용과 소명기회의 배제, 해당항목 감점이 아닌 심사자체에 대한 배제와 그에 따른 적법절차 위반 등 위법한 행정행위로서 재위탁 심사 위원회에서 심사대상 제외 결정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핵심은 ‘특가법위반’이 ‘사회복지사업법 및 관련위반 법령 위반’에 해당 여부인데, 법률전문가의 견해는 사회복지와 관련한 법령위반과 일반법령 위반은 명확히 구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도봉구의 이러한 처사에 대한 민간의 대응, 방어기제, 혹은 구제방안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민간법인의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법적대응 밖에 없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이미 합리성을 상실한 관청과의 소통이란 불가능하다. 소위 상급부처인 서울시나 중앙정부(보건복지가족부)차원의 통제권도 못미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 지방권력을 그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이 현실에서 힘없는 사회복지시설이 살아남는 길은 ‘알아서 기는’것이 유일한 생존방법이 되고 말아버렸다.


  사회복지시설의 위탁이 왜 문제가 되는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탁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명시하고 있는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내용을 제도적 차원에서 분석해 보면 충분히 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최근 재탁심사에서는 해당 ‘시설에 대한 운영평가’ 보다는 ‘법인의 운영 능력’에 방점을 두는 추세이다. 일면 설득력 있는 타당한 논리이다. 그럼에도 ‘법인의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과 내용에는 악용의 소지가 다분한 모호성이 내재되어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방아골복지관이나 서울의 강서구 K복지관의 경우처럼 ‘법인의 공신력 상실’로 이른바 ‘재위탁 심사 최소충족 조건’에 미달되어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실재 부실한 법인의 퇴출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그 근거가 매우 부실하며 옹색하기 그지없다. 해당 관청이 ‘최소충족기준’을 근거로 문제제기를 하였지만, 사실 사회복지관 위탁 운영과 관련한 최상위 법령인 사회복지사업법과 시행규칙, 보건복지가족부의 사회복지관 운영안내, 서울특별시의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조례, 사회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등 그 어디에도 최소충족기준에 관한 조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현행 위탁제도는 공개모집을 강조한 나머지 위탁과 재위탁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영역은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연계, 전문성, 노하우의 축적, 운영자의 재정 기여도 등이 가장 중시되는 요소 임에도 기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혀 없고, 오히려 공보다는 과가 부각되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셋째, 위탁 심사의 기준과 심사위원, 위탁기간의 문제이다. 사회복지서비스의 특성상 표준화 계량화 할 수 없는 대인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함에 있어 심사위원의 전문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1/2이상이 관청의 공무원 혹은 이와 정치(서)적으로 동질의 인력으로 심사위원회가 구성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심사기준 역시도 모호함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치적 악용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3년이 대부분인 현 위탁기간은 사업의 연속성, 안정성 차원에서 볼 때, 위탁심사 준비, 정기평가 준비, 지도점검 준비 등으로 사회복지서비스의 본래적 목적이 전도되는 상황을 유도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위탁심사의 방법의 문제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개심사가 전제 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위탁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에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위탁심사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의 책임은 도외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 운영체의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공공의 책임과 역할은 무엇으로 평가 할 것인가?. 위탁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여 발생한 문제까지도 현행 운영체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재위탁에 임하는 사회복지시설로서는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지역사회내의 다양한 복지주체들의 참여가 배재된 심사가 문제이다.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과 관련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주체들(법인, 시설종사자, 이용자, 지역주민, 노동조합 등)이 있음에도 이들과의 민주적인 토론, 합의와 소통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가운데 이루어지는 ‘밀실위탁심사’는 시대착오적 일방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민간위탁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는 상황에 따라 달리 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전제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복지시설의 건강성과 가치와 신념에 따른 온전한 사회복지사업의 수행일 것이다. 퇴출되어야 마땅한 시설을 옹호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음은 물론 위탁제도 논의가 우리 사회복지 현장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내부정화의 투과장치로서 변별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 다음의 몇 가지의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사회복지시설 위탁문제는 이해 당자사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문제로 확산되어 결국은 사회복지서비스의 발전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건강한 토론과 소통을 통한 공론화가 먼저 필요 할 것이다.
  둘째, 각론으로서 위탁과 재 위탁을 구분,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기 운영체에 인센티브를 적극 반영하여야 하며, 위탁심사 기준의 보완, 심사위원 중 사회복지전문가 비중 강화, 심사의 공개 원칙 준수, 다양한 사회복지 주체인 종사자와 지역주민, 이용자 등도 심의 구조에 참여 보장, 위탁기간 최소 5년 보장, 종사자의 고용승계 불이행시 법적 제제 장치 마련 등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의 소유가 대부분 기초단체에 있지만, 시설의 운영비 지원과 지도감독의 최종 권한은 광역단체장에게 있는 점을 감안하여 사회복지시설 위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현 기초단체 단위에서 광역단체 단위로 이전하고 별도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조직을 신설하여 민간위탁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넷째, 현 사회복지시설의 위탁논의와 관련한 내부에는 일부 부실한 법인 운영자 혹은 시설장의 정치적 로비에 의한 현상유지를 수단으로 한 ‘시설사유화’라는 독초가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할 때, 민간위탁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사회복지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나 복지대상자의 권익향상은 요원한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들은 끝임 없는 자기성찰을 통하여 사회복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자체의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하여 시설의 노동자는 합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와 투쟁에 적극 참여해야 함은 물론,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쟁의 현장에서 운동의 주체로서 인식하고 활동함으로써 다양한 네트워크 체계를 구성하고 조직화하여 효율적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는 올바른 민간위탁제도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국가책임을 확실하게 담보 할 수 있는 도구이며, 나아가 사회복지노동자 자신의 노동환경 개선과 클라이언트의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첩경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복지시설은 더 이상 지자체단체장의 정치선전공간이기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아울러 복지시설을 사유화하여 사리사욕에 혈안 된 복지재벌들도 심판 받아 마땅하다. 민간위탁제도의 올바른 개선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사회복지사들이 긴장과 역동, 그리고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괴담이 전설이 되는 그날까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