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3-15   1799

[칼럼]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야 할 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야 할 일

 

조흥식 ㅣ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진영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진영 국회의원은 3선 의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실무형 실세로 꼽힌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는 등 국회의원 중진급 의원이기는 분명하나, 2005년 국회 내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에 있었던 것 외에는 사실상 보건복지 분야와 관련한 경험은 없어 보건복지 관련 비전문가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쪽에서는 은근히 반기고 있다는 말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입법화나 예산 많이 따오기 등 장관의 대국회 조율과 관련된 정치력은 어느 정도 강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 자리에서 하지 않겠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맡은 자라면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심화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의 문제 등에 접하여 단순한 복지정책의 확대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국정 기조와 운영원리를 복지국가에 걸맞게 전환시켜 나가야 함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즉, 대기업은 돈이 남아돌고 중소기업은 허덕이며,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청장년들의 실업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생계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에서 복지국가 건설의 당위성에 대한 시대정신을 철저히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 국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피부에 닿는 정책을 만들어 집행해야 한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보건복지부 수장의 책임과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에 따른 역할 수행은 적어도 국민에게 약속한 총선ㆍ대선 보건복지 관련 공약사항을 반드시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의 몇 가지 일을 반드시 해 내야 할 것이다.

 

첫째,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사회안전망을 피부에 닿도록 설치하고 활성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서민의 일상적인 삶과 직접 연관되는 정부의 부처다. 서민대중과 중산층의 복지정책에 주안점을 두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쏟기 바란다. 승자 독식의 사회,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약육강식의 사회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보편적 권리를 향유하는 복지국가 구현의 시스템으로서 누구에게나 접근이 가능한 사회안전망 설치는 긴요하다.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가난의 대물림 같은 빈부의 양극화 현상은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의 큰 걸림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복지-일자리-교육을 묶은 유기적인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복지국가의 제도적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재정의 확보가 급선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대 핵심 복지공약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기초연금제 도입,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 구축, 서민 기초생활보장 확립이다. 방향은 잘 잡은 것이다. 문제는 재원조달이다. 복지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과세와 국가예산 편성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과다한 경상비와 조세감면, 비효율적인 예산의 편성과 집행 등 예산집행상의 불합리와 낭비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자유주의 물결 안에서 성과 인센티브에 의해 발생한 지나친 이익금과 이명박 정부의 과도한 친기업정책의 산물로 얻어진 고수익에 대해서는 반드시 과감히 공정하게 증세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은 촉구해야 한다. 과단성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빈곤층의 다수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진 유럽 국가들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공부조제도 방식대로 국가가 우선 보장하고, 후에 국가가 책임지고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아내는 ‘선지원 후징수 시행’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 때 부양의무자 선정기준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그리고 개별급여 방식을 도입하되, 급여 대상자의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은 예산에 휘둘리지 않고 수급자의 권리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는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급여 수준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사회보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의 경우, 연금의 보장성과 지속성을 유지하여 연금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는 길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도입과 더불어 공적연금제도의 개혁과 재원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하여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현재의 2배를 인상하여 지급할 것을 약속하였다가 재정 문제를 들어 ‘국민행복연금’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한 새로운 기초연금을 들고 나왔다. 보편적인 기초연금이 아닌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 선거 공약의 내용을 상당히 훼손한 것으로 보험의 보장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재정문제에 봉착하여 보장성이 흔들리고 있는데 국민의 피부에 닿는 의료 보장성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섯째, 모든 국민에게 일상적인 기본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사업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하루빨리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무 파편적인 현행 주민생활 지원서비스 체계를 바꾸되, ‘사회복지서비스청’을 신설하여 그 산하에 현행 지원 서비스 체계를 통합적인 ‘사회복지사무소’로 전환하여 복지정책의 효율성과 지역복지의 활성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민간 복지인력을 최대한 확보하여 질적 관리와 적재적소 배치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 복지인력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에 종사하는 인력들의 전문성과 사기 진작을 위한 보상체계를 구축하여 집행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섯째, 국가복지를 과도한 시장과 경쟁으로 대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유럽의 복지국가에서도 얼마 전부터 전통적인 복지국가에서 금기시되었던 시장 친화적 복지와 경쟁원리가 일부 도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복지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에 의한 공공부문이 굳건히 뿌리내려 있었다. 보건, 복지 분야에서 공공부문이 취약하고 시장이 오히려 과잉화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장에 더 맡기는 것은 오히려 보건, 복지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의 공공부문에 대한 작동기제가 구축되어 있어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의 가격 왜곡효과를 막아낼 수 있음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의 복지 책임성 강화와 지역사회 주민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정책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실천에 옮겨야 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지역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에 대한 책임성 강화와 지역사회 주민의 적극적인 복지참여이다. 따라서 종전과 같이 중앙의 복지정책에 대한 지방비 투입만으로는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풀뿌리 지역주민이 함께 복지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을 활용한 ‘복지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모름지기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난과 질병으로 한숨짓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 사회통합의 기초를 만드는 소임을 다하는데 존재 가치가 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당시 수령들의 실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요즘의 수령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할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지어 쓰러져 구렁을 메우는데, 목민관들은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처럼 다산이 주는 경고를 어느 부처 수장보다 늘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의 빈곤과 질병 문제를 최 일선에서 직접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새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임기간 동안 공공복지 부분의 대폭적인 확대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효과성과 신뢰성 확보, 그리고 무질서한 지역사회 민간복지 공급체계를 바로잡고 풀뿌리 지역복지공동체 형성을 잘 지원함으로써 한국 복지국가의 새로운 진입을 구축하는 성공적인 장관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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