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2-10   1777

[동향2] 이주민 120만명 시대의 사각지대, 이주아동의 교육권


 


석원정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201년 현재 한국의 이주민이 120만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한국 사회의 이주민의 증가율이 놀라울 정도이다. 단순히 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이주민들의 구성도 다양해졌다. 한국인 혹은 자국인 또는 외국인과 가족을 형성하는 이주민들도 늘어나고 부모 모두 혹은 부모 중 한쪽이 이주민인 아동들도 늘어났다. 이주민들이 늘어나고 구성이 다양해지는 만큼 사람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프라들도 늘어났다. 단지 몇 년 전과만 비교해보아도 한국사회의 변화는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긴 하지만 한국 사회가 이주민들의 증가속도와 변화에 걸맞게 변화해왔다고는 할 수 없다.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고 기존의 법, 제도 문화와 충돌하고, 대안이 찾아지고, 대안이 시스템으로 만들어져서 시행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과정이 요구된다. 그 사이 또다른 변화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사각지대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고통 받는 이주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한국사회의 법과 정책,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이주민들, 그 중에서 한국사회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칠 이주아동들의 실태, 특히 교육권 실태에 대해 보고자 한다.   
   이주아동은, 부모가 한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 체류하고, 그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해오거나 부모가 한국체류 중에 태어난 아동을 말한다. 이들의 부모들 중에는 장기체류나 가족동반이 허용되는 비자를 갖지 못한 부모들이 많다. 최근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국제결혼가정이 늘어나면서 본국에 자녀가 있는 외국인배우자가 자녀를 초청하면서 한국에서 살게 된 새로운 유형의 이주아동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주아동들은 한국인 아동과 달리 여러 가지 취약함을 가지고 있다.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국제결혼가정의 아동들과는 또다른 취약함이 이들의 양육에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비자 즉 체류자격의 문제이다. 아래에서는 이 두 가지 면에서 이주아동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보기로 한다.


1. 비자와 이주아동


   이주아동들 모두가 비자가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동이 비자가 없고,  아동들의 양육의 측면에서 볼 때 비자 없는 상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학교 입학과 진학에 장애로 작용하는 체류자격

   먼저, 아동이 한국의 공교육기관에 입학(및 전학, 상급학교 진학)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비자가 없어도 아동의 학교입학은 허용된다. 입학에 필요한 서류도 비자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를 잘 몰라 입학을 거절당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사리 입학하는 경우들이 있다. 또는 학교입학과 관련한 정보에 어두운 부모가 비자가 없어서 지레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주아동들을 지원하는 NGO를 알고 있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부모들이라면 관련 정보들을 쉽게 습득할 수 있으나 한국어나 한국물정에 서툴고 NGO도 모르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 부모들은 관련 정보들을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속적인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는 체류자격

   다음, 학교에 입학하였다고 해서 아동의 교육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 지속되는 데 있어서도 아동의 비자는 여러 모로 영향을 미친다. 아동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매우 다양한 경우에서 자신이 비자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해야 한다. 이주아동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개인의 신분을 국가가 부여한 번호로써 확인하고 있는 사회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인터넷에 가입할 때, 핸드폰을 구입할 때, 문화바우처 제도를 이용하려고 할 때, 급식비 지원을 받기 위해 신청할 때, 장학금을 받으려고 할 때,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집단으로 보험에 가입할 때,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할 때, 본인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할 때 등등 한국인들은 무심히 넘기는 경우들에서 이주아동들은 번번이 자신의 신분을 확인당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일들에서 반드시 신분을 확인해야만 하는지, 또 반드시 국가가 부여한 번호만으로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은 이렇다. 이런 한국의 신분번호 확인문화는 이주아동들에게는 번번이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를 대체할 만한 대안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이런 걸림돌들은 이주아동들을 위축시키고 또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된다. 이런 비밀 아닌 비밀을 간직하게 된 이주아동들은 자연히 또래들과 경계를 긋게 된다.


교육의 단절을 가져오는 체류자격
  
   더욱 큰 애로점은, 비자 없는 외국인에 대한 단속이 있거나 비자 없는 부모가 단속되어 추방당하게 될 경우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비자 없는 외국인단속이 있게 되면 부모들은 일단 자녀에게 주의를 주거나 외출을 자제시키거나 심지어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들은 자신들이나 자녀들이 비자가 있다고 해도 외국인을 단속하는 중에 혹시 아동에게 피해가 미칠까봐 조심시키기도 한다. 그러다가 부모가 단속되어 추방당할 경우, 아동은 졸지에 부모가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비자없는 외국인을 단속했을 경우 일단 외국인보호소에 수용하여 행정절차를 밟은 후 본국으로 추방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혹시 자녀마저 추방당하게 될까봐 염려스러워 자녀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추방당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녀를 도와줄 어떤 보호자도 찾아놓지도 못한 채 아동을 홀로 남겨두고 추방당하기도 한다.


   그런 한편, 아동 자신이 한국정부에 의해 추방당하는 일들도 있다. 법무부는 공식적으로는 이주아동의 비자를 확인하거나 외국인보호소에 수용하거나 본국으로 추방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아동들이 서로 다투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거나 비자 없는 어른들을 단속하는 과정에 휩쓸려 함께 단속되거나 하면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아동을 홀로 본국으로 추방시키기도 했다.


2. 이주아동의 학교생활


   한국의 공교육기관에 입학한 이주아동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가끔 언론에서 보도되는 바와 같이 한국아이들에게 차별받고 학교적응은 쉽지 않은 그런 힘든 성장기를 보낼까? 아니면 다문화가정의 아동으로서 국가와 사회의 배려도 받고 이중언어도 습득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재로서 쑥쑥 성장하고 있을까?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황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는 이주아동들,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공부가 최우선시되는 한국에서 자라는 이주아동들은 자신들도 공부를 잘하기를 희망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한국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숙제도 열심히 하기를 희망한다. 자신이나 가정의 여건이 부족한 경우에는 학교나 지역의 비영리단체들에서 보완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한국어에 미숙하고, 본국과는 다른 학제나 수업내용, 학교문화는 이주아동들에게 힘겨움을 안겨준다. 교사가 이주아동의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국의 교육현실은 녹록치 않다. 교과진도를 나가야 하고 반평균이 공개되고 일제고사까지 치르게 되는 한국의 교육문화는 이주아동들에 대하여 깊은 배려를 하기 힘들게 만든다. 반평균이나 학교평균에 이주아동의 성적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다는 방침을 정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따라가기는 힘들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들은 충분치 않고, 그러다가 작은 계기라도 있게 되면 아동들의 힘겨움은 결석으로 이어지기 쉽다. 혹시라도 부모의 신상에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하면 아동의 결석은 길어진다. 장기결석은 학교를 떠나게 되는 지름길이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업에 흥미를 잃어서이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학교를 장기결석하는 이주아동에 대해 교과부나 교육청, 일선 학교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다문화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존재, 또 한편으로는 무시당하는 이주아동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가 가히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주아동을 포함하여 국제결혼가정의 2세들에 대한 지원이 다양하게 되고 있다. 그리고 다문화 이해교육들도 날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이주아동을 경험해본 교사들은 학급에 이주아동이 있으면 다문화감수성을 향상하는데 이주아동의 존재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면이 있는 한편에는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주아동들 중에는 학교에서 한국인 아동들에게 무시당하고 따돌림을 당한 경험들이 상당수 있다. 최근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프로젝트로 행한 ‘이주아동 교육권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186명의 조사아동 중에서 41.0%가 발음으로 놀림받았고, 36.6%가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고 무시당한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는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당한 경우도 21%가 있었고 폭행을 당한 경우도 15%가 경험하였다. 이를 좀더 자세히 보면, 무시당하고 따돌림당하는 경험은 고등학교에서, 발음이나 피부색 등을 놀리는 것은 중고등학교에서, 언어적 차별을 넘어 폭행과 같은 행동은 초등학교에서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별의 경험은 이주아동으로 하여금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위의 연구조사에서 드러난 이주아동들이 겪는 양면적 반응은 다문화사회로 진행해가는 현 시점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학교내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따돌림에 대하여 유형별, 단계별로 교육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만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갖춰야 할 다문화 감수성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위의 연구는 보여준다. 타국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곧 그 나라 출신 혹은 그 나라 출신 부모를 가진 급우를 차별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한국은 UN 아동권리협약을 1991년에 비준하였다. 이에 의하면 비자가 있든 없든 아동은 거주국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이주아동은 적절한 교육을 보장받지 못했고, 이에 2003년 UN 아동권권리협약위원회는 비자 없는 아동의 교육권보장에 대해 한국정부에 권고를 보냈고, 2009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권고하였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일차적 조치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적어도 비자 없는 아동의 공교육기관 입학은 허용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대로 현실에서는 여전히 미흡함이 많다. 교육권보장이 단지 공교육기관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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