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1-01   945

[심층분석3] 유엔사회권위원회, 국제 노동기준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에 일침



유엔사회권위원회, 국제 노동기준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에 일침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부장


 2010년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 유치를 두고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빠른 경제 회복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게 되었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이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국격을 높여 세계 정상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그러나 2009년 한 해 동안 세계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운동에 대한 극악한 탄압이었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에 대한 혹독한 공격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존을 지키려고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경제위기를 빌미로 정리해고를 확대하는 데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저임금 삭감,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킬 비정규직법 개악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이러한 공격에 대한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을 철저히 짓밟았다.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점거파업을 전개하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극심한 폭력탄압과 인권유린, 노동기본권을 말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가로막는 노조법 개악, 합법적인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대한 철저한 탄압, 시국선언을 빌미로 한 전교조에 대한 탄압, 3개 공무원 노조의 통합으로 새롭게 설립된 전국공무원노조의 노조설립신고에 대한 근거 없는 반려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노동자운동에 대한 탄압은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과 국제적인 노동 기준을 깡그리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니 국격이니 운운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는 비판이 2009년 내내 쏟아졌다. 지난 2009년 11월 유엔 제네바 본부에서 한국정부의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의 이행여부에 대한 심의를 마친 유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유엔 사회권위원회) 역시 국제 기준에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사회권 규약과 노동권

 1948년 유엔 총회를 통해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은 1966년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사회권규약이 채택되면서 국제법의 효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은 1990년에 4월 10일 동 규약에 가입하였고, 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여기에 인정된 권리의 이행을 실현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와 성취된 진전사항을 정기적으로 유엔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사회권위원회는 이를 심의한 후 해당국가의 주요 문제 사항과 그 개선방안에 대한 권고를 담은 견해를 발표한다. 위원회의 권고가 강제적 집행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회는 사회권 규약의 해석과 실시를 감독하는 최고의 권위를 갖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규범화한 사회권규약은 노동의 권리, 공정하고도 유리한 노동조건을 향유할 권리, 노동기본권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권 6조는 “국가는 개인이 선택한 노동으로 삶을 영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를 밝히고 있다. 7조는 공정한 임금,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등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권리로 밝히고 있다. 8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권의 기초가 되는 노동3권을 국가가 보장하고 실현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권규약은 노동권을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로 규정하면서, 이를 실제적‧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현할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한국정부의 노동권 탄압에 대한 심각한 우려 표명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가 2007년 6월에 제출한 제3차 국가보고서와 2009년 8월에 제출한 쟁점목록에 대한 답변서, 그리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작성하여 제출한 NGO 반박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현실을 진단한 후 11월 20일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한국의 노동권 현실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회권위원회는 6조와 7조가 규정하는 권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권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이라는 점과 노동조건과 사회보장이 부적절하다는 점,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항상적인 해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적절한 사회보장, 노동법의 보호, 부당한 해고로부터의 보호 등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으로 사회권위원회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노동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최저임금 적용 가능성을 확대할 것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용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여 법적 최저임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숙식비를 복리후생비가 아닌 임금으로 간주하는 최저임금 산정의 변화가 이주노동자들에 불리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8조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교수의 단결권 및 파업권이 침해되고 있는 점과,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파업권을 침해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공무원의 노조가입권과 파업권에 제한을 가하는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파업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이들을 구속하는 관행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가 모든 노동자들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또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형법(업무방해죄) 적용과 물리력 사용을 자제할 것과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협약 87호와 98호 비준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차별, 임금체불에 우려를 표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재검토 할 것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의 합법성을 인정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것을 권고했다. 사회권위원회의 최종견해는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개악, 노동 3권 침해 등 이명박 정부의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탄압이 국제적 기준에 명백히 반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사회권 위원회의 최종 견해가 발표된 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노동권 탄압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시국선언과 시국대회 참여를 이후로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들을 고발하고 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 11월 24일에는 공무원의 국가정책 반대를 금지하는 공무원복무규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합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아 나섰다. 뿐 만 아니라 지난 12월 4일 정부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에 대해 허가권을 갖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위법하게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공무원노조를 본보기로 민주노조운동을 말살하고 그 기반을 축소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철도노조가 파업권을 제약하는 ‘필수업무 유지제도’라는 악법까지 지켜가며 합법적인 파업투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불법 딱지를 붙이더니 또다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철도노조 지도부를 구속수사하고 있다. 그 동안 국제노동기구(ILO)가 복수노조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과 직결되는 것이며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수차례 권고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급기야는 야합을 통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한편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를 도입하여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는 노조법 개악을 강행했다.   
사회권규약이 규정하듯 노동권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 인권이다.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절규한 것처럼 일자리 박탈은 곧 생존권 박탈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과 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러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다. IMF 구제금융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노동자들을 항상적인 고용불안과 해고위협에 시달리도록 하는 한편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했다면, 2008년 말부터 본격화한 경제위기를 틈타 정부는 ‘경제회복’을 빌미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조합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과 생존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적대시하며 스스로가 그토록 외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적한 사회권 위원회의 최종견해는 노동권을 쟁취하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의 근거와 과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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